면접이라는 행동 철학
" 선생님, 너무 떨려요. 어떡해요."
면접을 앞둔 아이들은 종종 이렇게 손을 꼭 쥐고 내 앞에 선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며칠 후 “선생님, 너무 감사해요”라며 환한 얼굴로 연락을 보내온다. 힘들 때도 있지만 이 순간들 덕분에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아이들의 면접 준비를 도우는 일은 벅찬 일이다.
면접을 지도하는 동안 아이들은 스스로의 세 해를 다시 펼쳐본다. 생기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여다보며 자신이 잘한 일에 감탄하기도 하고 못한 일에 아쉬움이 북받쳐 울기도 한다. 어떤 아이는 이틀 동안, 어떤 아이는 단 하루 만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밀도 있게 자기 내면을 마주한다.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는 이 시간은, 대학 진학 그 이후의 삶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체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나는 아이들에게 늘 말한다. “본질로 돌아가보자.”
왜 이 학과를 선택하려는지, 나아가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다 보면, 결국 자기 안에 있던 진짜 이유와 마주하게 된다. 내가 하려는 공부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스스로 납득될 때 비로소 말은 체화되고, 그렇게 체화된 말에는 진정성이 담긴다. 그리고 그 진정성은 면접관에게도 분명히 전해진다.
면접은 고작 10분 남짓이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아이들은 3년에 가까운 시간의 기록을 꺼내어 보여줘야 한다. 그렇기에 침착하게 답변하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 과정은 대학 이후의 20대를 어떻게 살아갈지 열어보는 하나의 문이 되기도 한다. [내면강화]에서 스터츠 박사의 행동철학처럼 목표가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하면 그 과정에서 목표가 생겨난다. 면접이라는 과정을 관통하면서 아이들은 과정이 곧 목표임을 깊게 받아들인다.
나는 또 아이들에게 면접관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꼭 알려준다. 유퀴즈에 출연한 김주환 교수는 “면접에서 긴장을 덜 하려면 면접관을 사랑하라”고 말했다. 상대도 나처럼 긴장하고, 나처럼 친절을 건네고 싶은 사람이라는 점을 이해하면 마음이 조금은 놓인다. 이런 ‘보편적 인류애’를 떠올리며 면접장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수동적으로 평가를 당하는 사람이 아닌 당당히 나를 행동으로 알아가는 적극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마지막으로 나는 반드시 자평을 시킨다. 스스로 어떤 점에 집중해 말했는지, 무엇이 아쉬웠는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들은 1시간 정도의 지도 안에서 놀라울 만큼 메타인지 능력을 키워낸다. 스스로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것, 이것이 사실 면접 준비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그리고 집에서는 인형을 앞에 두고 말하기 연습을 해보라고 한다. 말은 무의식적 행동이고, 무의식은 습관에서 나온다. 평소에 휴대폰 화면에만 시선을 두고 살아온 아이들은 전공과 관련된 용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낯설어한다. 그래서 대본을 만들고, 말하고, 또 말하라고 한다. 말은 하면 할수록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말한다.
“너희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너희 안에는 이미 좋은 이야기가 있어. 나는 그 이야기를 조금 더 반짝이게 도와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