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도대체 재능이 뭔가요?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임경선

by off

"선생님, 그냥 태어나면 누가 정해주면 좋겠어요. 이거 해서 돈 벌어라 하고."

"맞아요. 그리고 선택과목 정하는 거 진짜 너무 힘들어요. 다 배우면 안 되나요."

자율이라는 화려한 가면을 쓴 무서운 선택 괴물 앞에서 아이들은 질린 표정이다. 무섭지만 선택을 해야 하니 꾸역 꾸역 자신이 뭘 잘하는지 혹은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검사하고 질문하고 찾아본다. 그러다가 겁나는 질문을 한다.

"선생님. 저의 재능은 뭘까요?"

나도 정말 알고 싶다. 재능의 정체

형식만 살짝 바꾼 다른 공포 질문들이 줄줄이 따라온다. "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등이 있겠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질문하다가 마지막 대화는 이렇게 끝난다.

" 아이돌은 좋겠다. 돈 많아서."

" 돈보다 하고 싶은 거 하는 거 정말 부러워."

" 에이.. 내가 덕질해서 아는 데 아이돌 쉬은 거 아냐. 밥 먹고 연습만 해."

아이들은 사실 질문을 하지만 스스로 답도 안다. 즉 재능의 본질을 알고 있다.

재능이란 타고난 능력도 중요하지만 잘하게 될 때까지 고통스러운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거기다 때로 주변 환경도 재능을 들어다 놨다 한다. 연예인 중 얼굴 재능을 타고나 노력으로 재능을 펼치지만 주변 사람들 욕심 때문에 나락으로 가는 경우도 흔하다. " 재능 " 참 어렵다.

임경선 작가의 최근 에세이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을 읽고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재능에 대해 어렴풋이 정리가 되었다. 작가는 회사원으로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글을 쓰면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특히 한 번도 자신이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전업 작가가 되고 고통스럽게 시간을 쌓아 올린 노력들이 감동적이기도 했다.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속으로 그렇네, 그렇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 글은 절실함과 간절함이 쓰게 한다."라는 문장이었다. 더불어 임경선 작가는 글을 원하는 만큼 쓰지 못하는 것은 아직 할 말이 가득 차지 않아서라고 썼다. 이런 말들은 진로 심리 이론 어디에도 없는 말이다. 진로 심리 검사지로는 절대로 측정할 수 없는 영역이다. 고된 훈련의 시간을 외롭게 보내본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다.

우리는 모두 타고난 어떤 능력들이 있다. 히지만 타고난 어떤 능력이 재주를 부리고 돈을 벌게 되는 재능으로 꽃을 피우려면 멱살 잡고 끌고 가는 마음들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의미가 다를 수도 있지만 내가 존경하는 배철수 님이 라디오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기타를 배웠고 잘 치고 싶었다고. 그래서 음악을 하게 되었다고.

재능은 능력을 발견하고 시작될지 모르지만 끝은 결코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아직 훈련의 시간을 통과하지 못한 아이들은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래서 답답할 수 있겠다. 그렇겠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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