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아이의 방 여행
바람을 초대할 순 없지만 창문은 열어두어야 한다.
보통 어른들보다 자주 청소년들을 만나고 속내를 듣는다. 어린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새파랗고 시리다. 대화중에 한숨을 쉬는 빈 눈동자에 불안이 어린다. 다가올 미래는 무겁고 현실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들의 서러움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그래서 어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면 자주 변명하게 된다.
"끝까지 버텨주자. 어른이 할 수 있는 거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아. 만나보면 애들이 정말 힘들어해"
"알죠. 버티고 싶죠. 게임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해요. 방밖에 나올 생각이 없어요. 공부하라는 소리 안 하죠. 게임 못하게 하면 대들고.. 이제는 아이 얼굴을 보면 무섭네요."
아이는 게임과 휴대폰 세상에 갇히고 어른은 밖으로 동분서주한다. 학원을 알아보고 상담가를 찾는다. 정신과도 가고 용하다는 점쟁이도 만난다. 사방팔방 뛰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면 아이 방문 앞이다. 방문을 노려보다가 열 번을 돌아선다. 돌아서다 울컥해서 벌컥 방문을 열면 텅 빈 아이 눈을 만난다. 부모는 너무 두렵다. 답을 하나 하라 맞춰보지만 죄다 오답이다.
"엄마. 이 꽃은 이름이 뭐야?"
"하늘은 왜 파란색이야?"
"아빠. 어디 아파? 아니면 슬퍼?"
어릴 때 알록달록한 호기심과 모험심은 어디로 죄다 사라져 버린 걸까? 삶의 경이로움을 아이들은 찾아갈 수 있을까? 평생 저렇게 방 안에서 은둔하는 것은 아닐까?
긴 질문 앞에서 답을 얻고 싶어 많은 책을 읽는다. 실패했다고 찾아와서 우는 아이들의 눈물은 닦아주기가 오히려 쉬었다. 적어도 그들은 시작을 했으니 실패하였고 실패는 종종 더 많은 길을 연다. 또한 어떤 방향으로든 바람을 불게 하여 어디든 도달하게 하는 힘이 있다. 자기 방에서만 여행을 하는 아이들은 너무 어렵다.
무기력과 중독에 빠진 아이들에 대해 오래 고민 중이다. 책이 답을 줄 것이라 믿으며 모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은 많이도 읽었다.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 파스칼 브뤼크네르]도 답을 얻을까 하여 읽었다. 아쉬웠다. 세계적 지성이 들려주는 모험과 발견은 없었다. 위로도 되었다. 석학도 별 수 없구나. 위로는 해결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한 문장은 찾았다. 바람의 초대를 살짝 받았다.
"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현명함이 아니라 가벼운 광기요. 영적인 치료제가 아니라 짜릿한 도취다."
즉, 그렇다. !!!! 아이 방문 앞에서 참기보다는 약간의 광기가 필요하다.
일단 무조건 서성거리고 답답해한다. 참다 참다 방문을 억지로 열어 저 친다. 먼지라도 방으로 들어가라고 로봇 청소기 소리라도 들으라고. 그리고 스스로 도취되자.
우리는 죽을 때까지 잔소리라는 바람을 불게 할 것이다. 종종 인생에는 질문만 있고 답은 없는 열린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열린 결말은 약간 미쳐야 견딜 수 있는 것 같다.
[군화 소리보다 무서운 것은 실내화의 침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