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롤 모델 찾는 법
현실과 꿈 사이 간극
" 선생님. 최근에 드라마를 보고 변호사가 되고 싶은 거예요. 법전을 외우고 해석을 하고 의뢰인 문제를 해결하는 거 너무 멋진 거 같아요."
"그래? 좋다 진짜. 그럼 변호사 되기 위한 방법을 같이 찾아볼까?"
"근데 엄마는 현실적으로 말이 되냐고. 성적은 3등급 정도고 로스쿨도 가고 해야 하는 데 철이 없데요. 고등학생이 아직도 드라마보고 직업 결정한다고."
"속상했겠네. 일단 2학기에 성적 조금도 올려보고 고3까지 시간 있으니깐 선생님이랑 같이 찾아보자."
" 선생님이 엄마였으면 좋겠네요. 저희 엄마는 다 좋은데 너무 뼈 때려요. ㅎㅎㅎ"
현실 성적과 꿈 사이 간극은 얼마쯤일까? 현실을 너무나 잘 아는 부모의 머리와 롤 모델처럼 되고 싶은 아이 가슴과의 거리는 얼마쯤 일까?
현실에서 누구보다 성적 데이터를 많이 보는 나로서는 아이들이 꿈꾸는 진로가 어른들이 만든 현실 세계와의 간극이 너무 커서 당혹스럽다. 그것도 자주 많이. 또한 용기를 준다고 현실 벽을 넘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상담가로서 내적 갈등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진로는 행복을 찾아가는 연속적 과정이다. 현실이 차곡차곡 쌓이고 세월을 만들면 꿈을 이룬다. 연속적 과정이라 한 순간을 도려내서 평가를 내릴 수도 없고 조언을 할 수 도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저 같이 자료를 찾아주고 주의 깊게 들어서 힘을 실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기도 하다. 내가 제일 경계하는 것은 어른이 더 현실적이라는 믿음으로 케이크 한 조각 꺼내듯 아이들의 고등학교 한 학기, 두 학기 성적을 들어 올려 너무 달다 토핑이 별로다 등의 평가로 아이들이 케이크를 먹고 싶다는 희망을 망치는 일이다.
더군다나 오늘 상담한 아이는 기특하게도 스스로 누군가를 닮고 싶다는 멋진 열망을 보여주었다. 어른들은 돈을 줘도 못 사는 질투나 시기심 없는 순한 열정인데 드라마면 어떻고 예능이면 어떨까.
오히려 이런 아이들은 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사람에 대한 공감력이 뛰어난 것이 아닐까. 공감력이 높은 사람들은 뭐든 상처를 받기도 쉽지만 상황에 대한 흡수력과 인간에 대한 기대가 크다. 걸림이 없이 흡수하면 되고 싶은 열망도 커진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보는 드라마마다 만나는 어른마다 롤모델이 달라지고 하고 싶은 일이 달라지는 것은 반길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팍팍하고 살아내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꿈을 잘라 버릴 일은 아니다. 물론 현실에서 변호사가 되려면 돈도 많이 들고 공부도 힘들고 높은 내신 성적이 필수 이긴 하다. 하지만 꿈을 가지고 살면서 경험을 하다 보면 기어이 또 답을 찾는 것이 사람이며 노력하다 변호사가 안되면 법무사나 행정직도 가능하다는 철든 답을 찾게 되는 것이 또 진로 선택의 과정이다.
철없이 덤비다가 실패로 좀 남으면 어떤가. 덤비고 열망하는 과정들은 적어도 내가 무언가를 좋아해서 노력했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던 긍정적인 기억들을 남긴다. 노력해 본 긍정적인 기억들이 많은 아이들이 용기 있는 어른으로 살아낼 가능성이 큰 것 아닌가.
한 시간가량 오랜만에 연봉 동그라미 숫자를 말하는 게 아니라 풋풋한 열정으로 이것저것 물어보며 현실을 가늠하고 옹골찬 진로 가치관을 다지는 아이를 만나니 나도 열정이 생긴다. 나는 자주 철없는 진로 상담가가 되기로 했다.
" oo 아. 엄마는 못되어주지만 기어이 같이 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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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드라마 굿 파트너 공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