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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r 26. 2020

가짜뉴스 바이러스

 얼마 전에 내가 속한 세미나 단톡방에서 어떤 교수님께서 코로나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셨다. 그런데 나는 가만히 읽다가 그 안에 무언가 잘못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치료가 되어도 대부분의 환자가 폐 손상이 너무 심각하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 이전에 위 기사를 통해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폐가 복구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손상된다는 사실이 그리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교수님의 전언과 위 기사의 내용은 서로 모순되므로 둘 중 하나의 내용만 참이어야 한다. 그런데 상식적인 기준으로 생각해봤을 때, 별도의 출처도 없고 사실이라는 것이 확실치도 않은 전자보다는 출처도 확실하고 그에 따른 체계적인 근거가 덧붙여진 후자를 신뢰하는 것이 합당해보인다.



 단순히 내가 속한 단톡방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이런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웬만한 규모있는 단톡방에서는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가 수없이 떠돌아다닌다. '진짜 뉴스'가 실종된 세상. 나는 이것이 요즘 세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름하여 ‘가짜뉴스 바이러스’가 퍼뜨려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위 일화처럼 기본적인 사실 확인 과정조차도 거치지 않고 자신들이 읽어내려간 내용들을 공유하는 ‘가짜뉴스 바이러스’ 전파자가 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왜 사람들은 비판적 사고를 잃어버리고 코로나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무엇이든지 공유하게 된 것일까? 위에서 언급된 교수님은 일부러 이 ‘가짜뉴스 바이러스’가 퍼뜨려지기를 바라고 공유했다는 뜻일까?



 또한 지금은 그것들이 이데올로기의 영역에서 곧잘 활용되는 시점이긴 해서 매우 조심스러운 시기이기도 하다. 불안 감정이 뇌의 편도체 상태를 ‘fight or flight(투쟁-도피)’ 모드로 바꾸어서 이성적 사고능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마비되어버리기 딱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편도체 납치(Amygdala hijack)'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데올로기, 특히 공포와 불안 감정을 앞세운 이데올로기는 잘 정제된 과학 체계라도 크게 움츠리게 만들어버린다. 정서가 이성을 압도해버리고, ‘이러한 과학적 연구가 있으니 한 번 다른 입장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라고 제안을 하기만 해도 반대편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사람은 굉장히 언짢아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듯 ‘가짜뉴스 바이러스’는 인간의 생각 속에 기생하며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숙주 인간조차도 모르게 여기저기 퍼뜨리게 한다. 어떤 면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이것을 인위적으로 악용해서 정치적인 이득을 보려는 이들 자체가 더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세월호 사건이나 강남역 살인사건 등의 그 어떤 사건보다도, 이렇게 직접 나 혹은 가까운 공동체의 건강이 상할 수 있는 것과 직결되고 피부로 와닿게 느껴지는 이번 사건은 특히 더더욱 생각이 굳어버리기 쉽게 되는 것 같다. 실제로도 지금은 말 한 마디만 잘못해도 여기저기에서 비난이 쏟아지는 감정 폭발의 시기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요즘에는 이 점을 평소보다 더욱 숙지하고 되새겨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데 좋지 않을까 싶다. 평소보다도 훨씬 신중하게, 조금 더 멀리서 논점을 바라보고 평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감정만 상하는 소모적인 논쟁이 되기 십상이다. 나부터도 자신을 더욱 돌아보게 된다. ‘아, 잠깐 멈추고 조금 더 생각해보자. 이러저러한 판단의 근거에 평소보다 더욱 과도한 가중치를 부여하진 않았나?’ 하고 말이다.



 위와 같은 마음가짐에 덧붙여서 조금 더 구체적인 방법을 한 가지 제시하며 마무리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단톡방을 포함한 SNS 속에서 쏟아지는 ‘가짜뉴스 바이러스’를 어떻게 걸러내야 할까? 적어도 정보의 출처를 조금이라도 따져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되리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것만 잘해도 과반수의 가짜뉴스가 걸러진다고 단언할 수 있다. 게다가 이는 크게 어렵거나 오래 걸리는 방법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접한 정보의 출처가 어디에서 발원한 것인지, 그 출처는 믿을만한 곳인지, 그리고 그 정보에 대한 근거는 무엇인지 대략적으로라도 따져보면 된다. 이 과정들을 통과하더라도 여전히 미심쩍거나 과격한 느낌이 드는 정보라면, 반대편의 내용을 주장하는 전문가의 입장을 살펴보도록 하자. 물론 마지막 과정은 조금 귀찮을 수도 있으므로 주로 여력이 되시는 분들께 권장하는 편이다. 웬만해서는 그 이전단계까지만 거쳐도 많이 걸러진다. 익숙치 않은 사람이라도 조금씩 연습하고 시도해보자.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레 습관처럼 몸이 적응할 것이다.




* 이상으로 글을 마친다. 많은 분들께서 본 포스팅의 내용을 숙지하셔서 혼란스러운 사회가 더 혼란스러운 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 ‘위험한 밈’이라고도 불리는 생각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다음 테드 강연을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 원본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쓴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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