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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ug 23. 2021

<정신분석 강의> 제2부 꿈 '다섯 번째 강의' 정리

여러 가지 어려움들과 첫번째 접근


1. 모든 꿈들에 공통적인 첫 번째 성질


"꿈을 불확실하게 기억함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론적 손상은, 그가 무엇을 잊어버렸는지, 혹은 기억 속에서 무엇을 변경시켰는지에 대해서 상관하지 않고 꿈꾼 이가 말하는 바로 그 꿈을 그의 꿈으로 그냥 인정해 줌으로써 제거할 수 있습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14 -


"사람들은 꿈 때문에 깨어날 수도 있고 자발적으로 깨어났을 때에나 예기치 않게 잠을 방해받았을 때에도 매우 빈번하게 꿈을 꾸었다는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꿈은 수면 상태와 깨어 있는 상태의 중간 상태인 것처럼 생각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잠에 대한 암시를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수면은 무엇입니까?"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18 -


"잠이란, 그 속에 있을 때는 자아가 외부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는, 외부에 대한 자아의 관심을 온전히 거두어들인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18 -


 이제 프로이트의 강의는 제2부로 넘어와서 꿈에 대한 내용으로 전개된다. 자신의 꿈-해석 작업이 고대나 중세의 꿈 해몽처럼 여겨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농후함에도 불구하고, 꿈이 정신 세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믿고 관련 강의를 하기로 한다. 그러면서 본인의 작업은 최대한 과학에 가까운 연구처럼 보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한 의미에서 꿈에 대한 실험심리학의 선행 연구를 살펴보지만 그가 보기에 딱히 중요한 통찰은 없어보인다.


 프로이트는 꿈이 수면상태와 깨어 있는 상태의 중간 상태라고 정의하려 한다. 그리고 수면상태는 자아가 외부에 대한 관심을 온전히 거두어들인 상태로 정의한다.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너무나 복잡다단한 세상으로부터 세상에 대한 관심을 끄고 휴식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것이 잠의 상태와 목적이라면 꿈은 무엇인가? 오히려 꿈은 잠을 자는 사람에게 불청객 혹은 부산물과 같은 것이 아닐까?



"정신활동은 왜 잠들지 않는 것입니까? 어쩌면 무엇인가가 영혼에게 안식을 주려 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20 -
"우리는 여기서 꿈의 이해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통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잠을 방해하려는 자극이 있으며, 그 자극에 대하여 우리는 꿈으로 반응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제 여러 가지 꿈들을 통해서 밝혀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으로 우리는 모든 꿈들의 제일 첫 번째 공통점을 추론해 낸 것입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20 -


  프로이트는 꿈이 기능부전(dysfunction)으로 인해 발생한 부산물 따위가 아니라고 추정한다. 이전에 결론을 내린 실수 행위에 대한 연구와 마찬가지로 꿈도 "자기 자신의 고유한 목표를 추구하는, 그 자체로서 완전히 유효한 심리적 행위로서 내용과 의미를 지닌 행동 표현"(p.45)으로 간주하려는 듯하다. 그렇다면 꿈의 의미란 무엇일까? 이 또한 실수 행위와 유사하다. 잠을 방해하려는 자극이 있을 때, 그 자극에 대하여 꿈이라는 현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프로이트가 추론해낸 "모든 꿈들의 제일 첫 번째 공통점"이다.



2. 모든 꿈들에 공통적인 두 번째 성질


"사람들은 꿈속에서 많은 것들을 체험하고 또 체험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아무것도 체험하지 못하고 단지 잠을 방해하는 어떤 자극만을 체험했을 뿐입니다. 꿈은 주로 시각적인 그림으로 체험됩니다. 그러나 감정도 같이 느껴질 수 있으며 어떤 생각이 그 사이에 끼어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시각 이외의 다른 감각 체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된 것은 역시 그림입니다. 그러므로 꿈을 설명하는 데 어려운 점들 중의 하나는 우리가 이러한 그림들을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는 데서 기인합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21 -


"본질적으로 그것은, <천재와 비교했을 때 지능이 떨어진 사람의 정신 활동과 같은 것, 그러므로 열등한 정신 활동이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꿈은 질적으로 그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러나 그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페히너G.Th. Fechner는 언젠가, 꿈이 (정신 속에서) 활동하는 무대는 깨어 있는 표상 활동Vorstellungsleben의 무대와는 다른 어떤 것이리라는 추측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21 -


 다음으로는 꿈에 대한 체험적 성질을 기술하려 한다. 꿈은 주로 시각적인 그림 위주로 체험된다. 그러면서 감정도 같이 느껴지며 거기에 어떤 생각이 끼어들어갈 수도 있다. 예로부터 꿈의 이러한 체험적 성질 때문에 마치 '열등한 정신 활동'처럼 여겨진 적도 종종 있으나 꿈은 그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그러나 도대체 정확히 어떤 점에서 다르다는 것인가? 그것은 꿈에 대한 신경과학을 포함한 여타 연구들을 통해서 지금까지도 많이 밝혀나가야 할 사항인 듯하다. 이것들이 모든 꿈들의 두 번째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3. 꿈은 어떠한 자극 때문에 꾸게 되는 것일까?


"즉, 꿈꾸는 사람에게 가해진 자극이 꿈 속에 나타난다는 것은 알 수 있는데 왜 꼭 그러한 형태로 나타나는지 알 수 없으며, 그것은 잠을 방해하는 자극의 성질에서도 유추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모리의 실험의 경우에서도 오드 콜로뉴의 꿈에서 멋진 모험들이 뒤따라왔던 것처럼 수많은 다른 꿈-내용들이 연결되는데, 그것들에 대해서도 어떤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27 -


"문제되는 것이 언제나 항상 외부에서 오는 감각 자극이 아니라면, 내부적인 신체 기관에서 기인하는, 말하자면 신체 자극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추측은 꿈-생성Traumproduktion에 관한 통속적인 생각에 매우 가깝고 그와 비슷한 것입니다. <꿈은 오장(五臟>에서부터 온다>고 말하는 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28 -


"그러므로 우리는 내부적인 자극도 꿈속에서 외부 자극과 똑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는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입장은 외부 자극과 똑같은 반론에 부딪치게 됩니다."
(...)
"그리하여 결국 외부적인 감각 자극과 마찬가지로 내부적 신체 자극 역시, 꿈에 대하여 그 자극에 대한 직접적 반응이 무엇인지를 밝혀 내는 것 외에 더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29 -


 꿈은 외부적인 자극 때문인가, 아니면 내부적인 자극 때문인가? 그리고 꿈은 도대체 왜 하필 그러한 꿈-내용들로 구성되어서 나타나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을 밀고나가다 보면 결국 꿈의 형성을 설명할 때 자극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단순히 외부적인 자극과 내부적인 자극 모두 그 자극에 대한 직접적 반응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 외에 더 많은 것을 설명하기에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극의 영향을 연구했을 때 나타나게 되는 꿈-생활의 고유성을 유념해 보도록 합시다. 꿈은 자극을 단순히 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공하고 넌지시 암시해 주고, 어떤 관련성 속에 배치시키고 또 그것을 다른 것으로 대치시키기도 합니다. 이것이 꿈-작업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그것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쩌면 그것이 꿈의 본질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30 -


"우리는 꿈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조금 전의 예에서처럼 만일 그 꿈이 무언가를 분명하게 암시하고 있는 것이라면 왜, 그리고 무엇 때문에, 잘 알고 있으며 바로 전에 체험한 것이 꿈속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인가를 알고자 합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32 -


 그렇다면 꿈을 이해하기 위한 결정적인 요소가 무엇일까? 이 지점에서 프로이트는 상당히 현상학적인(phenomenal) 답변을 내놓는다. "꿈은 자극을 단순히 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공하고 넌지시 암시해 주고, 어떤 관련성 속에 배치시키고 또 그것을 다른 것으로 대치시키기도"(p.130) 하다는 것이다. 당시에 유행하던 실험심리학이나 이후에 대두될 행동주의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는 것처럼 꿈은 단순한 물리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꿈은 '초월론적 주관'으로서 개별자들이 만들어내는 현상학적 구성물이라고 보는 편이 적합해보인다.


의식과학 연구자 문규민의 페이스북 글에서 발췌


4. 꿈과 백일몽 사이의 관계


"둘째, '꿈과 현실의 연속성'입니다. 뇌의 관점에서 보면 꿈 상태와 각성 상태는 차이점 보다는 유사점이 훨씬 더 많습니다. 꿈을 연구하는 이들 중 일부는 꿈을 각성보다 더 원초적이라고, 즉 꿈이 의식의 디폴트라고 주장하는데요. 뇌의 작동과 상태변화를 꼼꼼히 살펴보면, 이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꿈이 기본이고, 소위 '현실'이란 꿈이 감각에 의해 변조된 상태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외부감각에 웬만큼 집중하지 않으면, 우리는 눈 뜬 채로 얼마든지 꿈에 빠지고, 실제로 자주 그러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로 100퍼센트 현실을 자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아요. 그래서 꿈과 현실은 '농도'나 '비율'로 접근해야지, 딱 떨어진 두 상태로 봐서는 안 됩니다. 하나의 연속된 스펙트럼인 셈입니다."


"백일몽이 그와 같은 이름을 얻게 된 것은 꿈과 현실의 관계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 내용이 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현실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암시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름의 이러한 공통점은 또 어쩌면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우리가 찾고 있는 것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꿈의 심리적 특성에 기인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관계의 동일성을 대단히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행위가 매우 부당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또한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점은 어쨌든 나중에야 비로소 밝혀지게 될 것입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34 -


 저절로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우리는 꿈을 꿀 때와 비슷한 상태를 엄연히 활동중인 상황에서도 종종 경험하고는 한다. 그야말로 눈 뜬 상태로 꿈을 꾸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두고 '백일몽'이라고 이름 붙인다. 그런데 이러한 상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웬만큼 외부세계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들은 꽤나 자주 백일몽에 가까운 상태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꿈과 현실은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지는 두 상태로 바라보기보다 하나의 연속적인 스펙트럼으로 보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꿈이나 현실이나 본질적인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도 있다. 그야말로 '호접지몽'에서 '꿈꾸는 기계의 진화'까지 시대를 뛰어넘은 사유의 마주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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