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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ug 24. 2021

<정신분석 강의> '여섯 번째 강의' 정리

꿈-해석의 전제들과 해석의 기술


1. 꿈-해석의 전제들: 최면을 통한 입증


"<꿈은 하나의 정신 현상이다>라는 전제에서 또 하나의 다른 전제, 즉 인간들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르면서도 실제로는 알고 있는 정신적인 것이 있다는 전제를 세우려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37 -


"어쨌든, 바로 여기에서 꿈 연구를 위한 제3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는 사실만은 유념해야 하겠습니다. 잠을 방해하는 자극을 통해 꿈을 연구하는 것이 그 하나이고, 백일몽이 두 번째 방법이며, 이제 여기에 또 최면 상태에서 암시된 꿈을 통해 꿈을 연구하는 방법이 추가됩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42 -


"그에 대한 증명은 최면 현상의 분야에서 마련되었습니다. 1889년에 낭시에서 있었던 리에보A. A. Liébeault와 베르넴H. Bernheim의 매우 인상 깊은 공개 실습 시간에 함께 참석했을 때, 나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아주 생생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을 몽유병자와 같은 상태에 빠지게 만든 후에 그와 같은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체험을 하게 한 뒤 그를 깨웠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이 최면 상태에 빠져 있던 동안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베르넴은 최면 상태 동안에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고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그는 자신은 아무것도 기억할 수가 없노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베르넴은 그렇게 할 것을 계속 요구해 댔고 그가 그것을 틀림없이 알고 있으며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시켰습니다. 그러자 그는 망설이더니 깊은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처음에는 그림자처럼 몽롱하게 그에게 암시된 체험들 중 하나를 기억해 냈습니다. 이어서 다른 부분들도 생각해 내는가 싶더니 그 기억들은 더욱 또렷해지기 시작했고, 점점 완전해지면서 드디어는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해 냈던 것입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40 -


 프로이트는 앞선 강의에서 꿈의 형성 원인을 단순히 신체적인 자극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밝힌 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꿈은 신체적인 현상이 아니라 심리 현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강의를 진행하기로 한다. 그러면서 실수 행위 때 세웠던 가설과 유사한 두 번째 가설을 세우기로 한다. "즉 인간들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르면서도 실제로는 알고 있는 정신적인 것이 있다는 전제를 세우려"(p.137) 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자기 모순적인 표현"(contradictio in adjecto)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이 전제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바로 이때 프로이트는 최면 현상을 통해서 그러한 두 번째 가설을 입증하고자 한다. 요점은 아주 간단하다. 누군가에게 최면을 걸어서 몽유병자와 비슷한 상태까지 만든 다음에 그에게 가능한 모든 체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최면에서 깨어난 이후에 그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처음에 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으나, 연구자들이 그에게 확신을 가지고 추궁을 하니까 점차적으로 하나둘씩 상기를 하다가 끝내 모든 체험을 빠짐없이 완전하게 기억하게 되었다. 이렇게 최면 현상의 사례를 통해서 프로이트의 두 번째 전제가 어느 정도 입증이 된 듯하다.



2. 꿈 해석의 기술


"우리는 다시금 그에게 그가 어떻게 하여 이러한 꿈을 꾸게 되었는지를 물어보게 될 것이며, 그의 머릿속에 첫번째로 떠오른 연상은 다시금 이 물음에 대한 해답으로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그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믿든 안 믿든 개의치 말고 우리는 이 두 가지 경우를 모두 동일한 것으로 취급해야 합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43 -


"꿈은 많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있어서도 잘못 말하기와 구별됩니다. 이 기술은 그런 점에 대한 것까지도 고려에 넣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러분들에게, 꿈을 여러 개의 요소로 나누고 각각의 요소에 대한 연구를 별도로 진행시킬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그렇게 되면 잘못 말하기와의 유추 관계가 다시 성립됩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43 -


"그러나 대다수의 경우들에서 우리는, 꿈꾼 이가 자신은 아무것도 생각해 낼 수 없다고 주장할 때 그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고 <틀림없이 무언가 있을 것이다. 당신은 그것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라는 확신을 심어 주면서 그에게 강요하여 어떤 대답을 받아 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는 하나의 연상을 떠올릴 것입니다. 어떤 것이 됐든지 그것은 우리에게는 상관없습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44 -


 이제 프로이트는 꿈-해석의 전제들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곧바로 '꿈 해석의 기술'로 진도를 빠르게 나간다. 이 또한 방법론적으로는 매우 간단하다. 어떻게든 피분석자로 하여금 자유연상을 통해 꿈과 관련된 연상들을 유도해내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하나의 꿈을 여러 개의 요소로 나누고 각각의 요소에 대한 연상을 별도로 진행시키는 편이 훨씬 그의 체계에 정합적일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전에 그가 강의했던 '잘못 말하기'와의 유비 관계가 더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질문을 받은 사람이 생각해 낸 그 연상이 자의적인 것이 아니고 불확실한 것도 아니며 우리가 찾고 있는 것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증명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최근에 들은 바로는 — 내가 그것에 대단한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 실험 심리학 쪽에서도 그러한 증명이 제시되었다고 합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45 -


"나와 내 뒤의 후학들은 아무런 실마리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름이나 숫자를 자유로이 연상하게 하는 실험을 수없이 반복하였고 그것들 중 몇몇 개는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한 번 떠오른 이름에 대하여 일련의 연상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것도 더 이상 완전히 자유로운 연상이라고 할 수는 없고 어떤 꿈-요소에 대한 연상과 마찬가지로 일단 어딘가에 속박되어 그에 대한 추진력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하게 하는 것입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46 -


"그러므로 자유로이 떠오른 듯이 보이는 연상이라 할지라도 이와 같이 조건지워져 있거나 어떠한 관련성 속에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연상들이 어떤 단 한 개의 구속, 즉 출발점을 구성하는 표상에 의하여 반드시 규정되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도 좋을 것입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48 -


 그런데 프로이트가 설명했던 '꿈 해석의 기술'은 적어도 다음과 같은 전제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질문을 받은 사람이 생각해 낸 그 연상이 자의적인 것이 아니고 불확실한 것도 아니며 우리가 찾고 있는 것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p.145)이 선제적으로 입증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일상 생활의 정신 병리학>이라는 이름으로 출판까지 한 본인의 책에 나온 실험 및 사례들을 참고하기를 권장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아무런 실마리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름이나 숫자를 자유로이 연상하게 하는 실험을 수없이 반복"(p.146)했을 때 결국엔 어떠한 주제나 요소에 속박되어 연상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고 한다. 즉, 제 아무리 자유롭게 떠올린 연상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분명히 특정한 방식으로 조건지어지거나 어떤 관련성 속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당대의 분트 학파의 연상 실험블로일러(E. Bleuler)와 융(C. G. Jung)을 대표로 한 취리히 학파와 현대의 샘 해리스를 포함한 결정론자들의 논증들을 참고할 수 있겠다.



3. 고유명사의 망각과 꿈-해석


"이름 망각의 경우에서 가능한 것은 꿈-해석에 있어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대용물에서부터 시작하여 그에 따르는 연상을 통해 감추어진 본래의 것에 도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52 -


"두 가지 경우의 차이점은, 이름 망각Namenverggessen의 경우에는 내가 그 대용물을 의심할 필요도 없이 원래의 것이 아니라고 인식할 수 있음에 반하여 꿈-요소의 경우에는 이러한 인식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홍혜경·임홍빈 옮김, 열린책들, 2003, p.151 -


 마지막으로 프로이트는 고유명사의 망각과 꿈-해석 사이의 유비 관계를 논하면서 꿈을 해석하는 기술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몬테 카를로' 사례라거나 '헤트비히' 사례를 언급하면서 고유명사가 어떠한 방식으로 망각되고 또한 어떠한 방식으로 본래 떠올리려 했던 단어를 되찾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 과정은 독일어 화자가 아닌 입장에서 볼 때 고루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이 과정의 핵심은 "대용물에서부터 시작하여 그에 따르는 연상을 통해 감추어진 본래의 것에 도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잘못 떠올린 고유명사가 '본래의 것'으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으리라 추정되기 때문에 그 단어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연상을 통해 본래의 것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꿈-해석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을 성공적으로 활용가능하리라고 이야기하며 여섯 번째 강의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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