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이기는 하나 아마 다들 기억하실 것입니다.
아동·청소년 또는 취약계층 여성을 협박하여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란물을 제작하고 이를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유포·판매한 사건이 우리 사회를 경악에 빠뜨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해당 메신저에 ‘1번’부터 여러 개의 단체 채팅방이 있다 보니 이를 이른바 'n 번 방 사건'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이 사건은 1번 방부터 8번 방까지 8개의 채팅방에서 성착취 영상을 판매한 닉네임 '갓갓'의 'n 번 방’ 사건과 입장 금액에 따라 채팅방 등급을 나누어 운영했던 '박사' 조 0 빈의 '박사방사건"이 주요 범죄였습니다.
당시 경찰 조사에 따르면, '박사방'의 피해자만 74명이었고, 그중 아동·청소년이 16명에 달했습니다. 오늘은 현대문명의 또 다른 어두운 면을 다뤄야겠네요. 바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관련한 내용입니다. 관련 법조문부터 보시죠
먼저 위 n 번 방 사건을 계기로 개정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에서부터 시청까지 처벌규정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가 어떤 행위를 어떻게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지 제1항부터 제5항까지 보시되 그 법정형도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① 아동 · 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 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판매· 대여 · 배포 · 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 광고. 소개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③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배포 · 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광고·소개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④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할 것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아동·청소년을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자에게 알선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 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어떻습니까? 최근 제가 다룬 칼럼에서 이 정도의 형량이 규정된 죄들을 보셨나요?
참고로 우리 법조인들이 모든 죄와 모든 형벌의 기준점이라고 생각하는 죄가 하나 있습니다.
인류역사와 함께 시작한 ‘살인죄’인데(아담과 이브 사이의 자식들 중 큰아들인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였다는 것은 세상을 만들었다는 창세기에서부터 나옵니다), 이 살인죄에 규정된 형량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그런데 실질적인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이후로 거의 한세대 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으므로, 살인죄의 현실적인 법정형은 사형이 빠진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봐도 될 것인데, 그렇게 보면 위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관한 죄는 살인죄와 사실상 동등하거나 대등한 처벌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죄가 얼마나 그 형량이 무거운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위 처벌규정의 문장 자체를 보시면 일반인이 보더라도 어떤 행위를 처벌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싶은 어려운 단어나 전문용어는 없습니다. 그래서 구성요건보다는 그 외의 문제들을 짚어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만약 ‘n 번 방’ 사건과는 달리 만약 아동청소년이 협박과 강요 없이 이런 영상제작에 스스로 수긍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즉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제작에 동의를 하거나 오히려 그 자신이 찍어 보내는 경우라면 상관없지 않을까요?
그러나 아동청소년이 동의를 하든 말든 위 범죄가 성립하는 데에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동·청소년은 사회적·문화적 제약 등으로 아직 온전한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타인의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아동·청소년은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 건강을 완성해 가는 성장 중인 존재들이므로 이 시기에 대한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는 아동·청소년이 정신적 건강과 인격을 형성해 나가는데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판단입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아무리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하였더라도, 이것을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 결정권의 행사로는 절대로 보지 않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 결정권의 미숙성을 전제하면 마찬가지 논리로 스스로 촬영해서 주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
이것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라는 어휘 그 자체로부터 이미 바로 답이 나옵니다.
‘n 번 방’ 사건 이전에 우리 법에서 쓰던 표현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지금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말이 변경되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겠습니까? 아동·청소년을 이용하는 음란물은 그 자체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또는 성학대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그러니 ‘찍어줘 봐’ 또는 ‘찍어봐’라고 해서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촬영하게 하였다면, 이것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한 것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자 이러면 위에서 보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되는 ‘제작’이라는 것의 범위가 어느 정도로 넓어질지 보이지요?
나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보지도 않았고 어떻게 하다 보니 소지만 하게 되었는데도 처벌되나요?
이런 질문도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위에서 보신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의 제1항에서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전 과정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그중 제5항이 규정하는 즉 ‘소지’와 ‘시청’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소비되는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그런데 '소지'와 '시청'은 보시다시피 그 처벌형량이 같습니다. 벌금형 없이 징역 1년에서 30년 사이의 형을 선고받게 되어있는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소지’와 ‘시청’을 구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즉 대부분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은 스트리밍 방식으로 시청되는데 스트리밍을 하려 해도 결국 캐시형태로 단말기에 들어올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저장 또는 소지로 보고 시청과 소지를 함께 규정해 버린 것입니다. 따라서 별도의 과정으로 소지만 하는 경우도 결국은 시청을 위한 사전행위일 수밖에 없으므로 이 규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보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관한 처벌규정의 핵심은 마지막 제5항의 소지와 시청이라는 ‘소비행위’입니다. 이 행위가 없어지면 그 위에 4개 조항은 필요가 없어질 것입니다. 물론 시청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엄벌한다고 소비행위가 없어지진 않을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어떤 범죄를 없앨 수 있었다면 이 세상의 모든 범죄는 이미 진즉에 없어졌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과 가장 취약한 사회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사회의 수준이 드러난다는 이해를 가지고, 이러한 행위에 대한 지향적 관심을 지속하는 것만이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The world is a dangerous place to live; not because of the people who are evil, but because of the people who don't do anything about it."
”세상은 위험한 곳이다. 악한 사람들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 -Albert Ei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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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22. 이글의 모든 저작권은 전상민 변호사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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