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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와 형사처벌에 관하여

by 전상민 변호사

어딜 가나 차가 막히는 우리나라에는 도대체 차가 몇 대나 있을까요?


제가 검색해 보니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나온 통계를 보면 대략 2600만 대의 차량이 등록되어 있고,

이 중에서 승용차만 2140만대라고 하는데, 여기에다 운전면허 보유자는 2020년 기준으로 3800만 명이고 매일 출퇴근 시 차를 이용한다는 사람도 1700만 명이니까, 주말에만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들까지 보태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차량이 돌아다니고 있는지 감을 잡기도 어렵습니다.

미국이나 호주처럼 하나의 대륙 거의 전체가 국토 면적도 아닌 이 좁은 나라에서 위와 같은 교통 상황이라면, 교통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교통사고라는 것은 그 본질이 과실범입니다.

즉 '실수'라는 것입니다. 법적으로 표현하면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시켰다는 것이지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고 속상할 판인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형사처벌이 되는 경우가 있으니 오늘은 이것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범죄는 그 유형별로 여러 법률에 흩어서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을 한꺼번에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가 매우 힘들고 감을 잡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간략히 설명드려 봅니다.

교통사고가 나면 자동차와 같이 물건이 부서지고 사람이 다칩니다. 즉 피해의 측면에서 보면 물건이 부서지는 것이 있고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자를 ‘대물사고’,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것을 ‘대인사고’라고 합니다.


이 중 대물사고는 ‘도로교통법(제151조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법조문은 재미없어 하시니 생략합니다)’에서 그 처벌을 규정하고 있고, 대인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제3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어쨌든 교통사고라는 게 실수로 발생시킨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배상이 보장되는 종합보험에 들어 있을 때면 원칙적으로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제1항, 제3조 제2항 본문, 제3조 제1항).


다만 대인사고인 경우는 그 사고를 초래한 원인에 중대한 과실이 있는 12가지 유형을 적시해서 그 경우에는 종합보험에 들었다고 하더라도 처벌되게 합니다. 이것이 흔히 알고 계시는 ‘12대 중과실’입니다(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1호 내지 12호).

그런데 교통사고를 낸 사람에게 우리나라는, 첫째 구호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둘째로는 가해자의 신분을 알 수 있도록 신원제공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이 두 가지 것 중 하나라도 이행하지 않은 채 교통사고 현장을 떠나는 것을 흔히 하는 말로 ‘뺑소니’라고 합니다.


특히 이 중 대인사고 관련 부분(흔히들 ‘뺑소니’라고 하면 보통 이 대인사고 후 도주를 의미하고, 사람에 따라 ‘인피도주’라고도 합니다)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제5조의 3 제1항)’에서, 대물사고 관련 부분(흔히 ‘물피도주’라고도 하며 법적으로는 ‘사고 후 미조치’라고 합니다)은 ‘도로교통법(제148조)에서 각각 그 처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교통사고에 관한 법적 규율이 어떻게 되는지 약간 감이 오시는지요


그럼 지금은 교통사고를 규율하는 것들 중 하나이자, 그 첫 관문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의 사고에 관해서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물건이 부서진 것은 종합보험에 들어두고 있으면 처벌되지 않지만,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경우라면 과실 유형에 따라 종합보험 가입여부와는 상관없이 처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라면 우리나라만의 특유한 법제도 즉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있으므로 사실 형사적으로는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문제가 됩니다. 그것은 이 법의 특례 적용을 배제한 '12대 중과실'이라는 것이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에서는 12대 중과실을 이렇게 적습니다.

1. 신호위반 또는 안전표지(지시) 위반

2. 중앙선 침범

3. 과속

4. 앞지르기 및 끼어들기 위반

5. 철길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6.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7. 무면허 운전

8. 음주운전 및 약물중독 운전

9. 보도 침범

10. 승객 추락 방지의무 위반

11.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고 및 안전운전의무 위반

12. 자동차 화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운전


위 12대 중과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광범위한 것인지는 각 위반행위로 교통사고가 나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특히나 위 12대 중과실들 중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은 가벌성이 워낙 커서 사고가 나지 않아도 따로 처벌하는 규정들을 두고 있음은 다들 아시겠지만, 나머지 것들만 놓고 보아도 대인사고의 형사처벌 범위가 얼마나 촘촘히 짜여 있는지는 분명합니다.

가해자 입장에서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 사람이 사망했을 때나 중상해를 입은 경우입니다. 이때는 12대 중과실 여부를 따지지도 않고 종합보험에 들어 있는지도 따지지 않습니다. 즉 무조건 처벌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우리나라에 얼마나 차가 많은지 설명드렸었지요? 사고는 순간이고 사람의 앞일은 정말 모르는 것이니 내가 당장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2~3주 정도의 진단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렇게 심각한 사안으로 번지지 않지만, 전치 4주부터는 금고(징역) 형이 고려되는 구간이기 때문에 경찰 조사 때부터 신중히 임하셔야 하고, 특히 6주 이상의 부상이 나왔다면 이제부터는 합의 이외의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하시고 더더욱 신중히 조사에 임하셔야 합니다. 왜냐면 합의를 해야 선처를 받을 수 있다는 나의 약점을 상대방도 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적정한 금액에 쉽게 합의해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 참에 한몫을 잡겠다는 사람도 가끔 보입니다. 이런 상황은 가해자의 과실이 중하면 중할수록, 부상이 심하면 심할수록 많이 보입니다.

이때 껄끄러운 합의접촉을 하거나 끝내 합의되지 않을 경우 공탁 등의 대체적 변제제도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이런 것들은 아직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셔야 하지 당사자 혼자서는 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공탁 금액을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는 관련 사건이 민사소송으로 제기되었을 경우까지도 예상할 수 있어야 하기에 더더욱 변호사의 눈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요즘은 운전자보험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음주, 무면허, 뺑소니가 아니면 변호사비용뿐만 아니라 형사 합의금, 공탁금, 심지어 벌금까지 보장해 주니, 의료실비보험과 같은 개념으로 운전자보험은 반드시 들어 두시는 것이 유사시 큰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살면서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교통사고를 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벌 수준을 결정하는 상대방의 부상정도는 그 사고수습을 마쳐봐야 알 수 있습니다.

차대차 사고인지 차대사람 사고인지에 따라서도 다 다릅니다.


이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아프면서도 의사를 찾지 않고 병을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도움을 요청하여 평화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일단 교통사고 관련 처벌규정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그 뼈대를 살펴봤습니다.

다음에는 교통사고의 구체적 처벌규정들과 가중처벌 규정들을 살펴보면서 그 시각을 넓히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There but for the grace of God, go I"

"내가 저들의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것은 오직 신의 은총 덕분이며, 나 또한 언제든지 저들처럼 될 수 있다"

-John Brad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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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22. 이글의 모든 저작권은 전상민 변호사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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