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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록 Feb 02. 2021

포기가 아닌 선택

결혼에 대한 나의 입장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면서부터 주변인들의 결혼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의 행복에 찬 미소를 보면 나도 결혼을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내 사생활에 크게 관여치 않는 부모님들이지만, 그래도 아들내미가 결혼도 하고 손주들도 보고 싶은 마음은 있으셨는지 넌지시 여자친구는 없는지, 결혼 생각은 있는지 물어보실 때가 점점 잦아졌고, 그럴 때마다 '결혼'이 마치 의무처럼 느껴졌음은 당연한 처사였다.


나는 사실 비혼주의자이다. 이렇게 말하니 '비혼'이라는 것이 뭔가 대단한 일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나는 비혼주의자야.'라는 말은 '나는 민초파야.'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문장이다. 탕수육을 먹을 때 '찍먹파'가 있고 '부먹파'가 있는 것처럼,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 있을 수 있고, 나처럼 부정적인 견해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변에 결혼을 하고 나서 그전에 비해 훨씬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주변인들도 많기 때문에, 그들의 결혼에 대한 선택 또한 존중한다. 다만 그저 나 스스로는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정도의 입장인 것이라고 해 두자.


내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하게 된 이유는 사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여생을 함께 하는 약속'이라는 결혼 자체의 의미가 싫어서라기 보다는, '결혼 제도' 혹은 '결혼 문화'에 대한 반발심리 때문인 것이 더 크다. '나이가 몇 살이 되었는데도 결혼을 하지 못하면 노총각이라더라.', '능력이 없으니 결혼을 못하지.' 같은 편견들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서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는 것이 미덕인 것이 되어버린 구시대의 관점에 나는 피로감을 느낀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결혼을 한 사람들은 보통의 경우 자신의 인생이 아닌 자기 가족을 위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가족의 행복이 나의 행복'인 사람들이 있기도 하겠지만, 보기보다 꽤 이기적인 나로서는 상상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일 같다.


게다가 겉으로 보기엔 무던해 보일지 몰라도 내면은 매우 까다롭고 예민한 탓에, 이런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도 한몫을 하고 있다. 꽤 오랜 기간을 솔로로 지내고 있지만 딱히 연애를 해야겠다거나, 연애를 하지 않아서 생기는 외로움을 깊게 느낀 적이 거의 없는 요즘이다. 여가시간에는 혼자서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이나 생각 정리를 하는 것이 더 좋다.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은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한 일이고,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인 탓에, 지금은 연애가 하고 싶지도 않고 해야 하는 것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물론 정말로 놓치기 싫은 매력적인 상대가 나타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내 소개를 할 때면 나이를 말하게 되고 자연스레 결혼 여부를 답해야 할 때가 많다. 그때마다 사실 '미혼'이라고 대답을 해 왔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당당하게 '비혼'이라고 말해볼 참이다. 미혼과 비혼이 무슨 차이인가 싶기도 하지만, '미혼'이 '결혼을 할 때는 됐는데 아직 못한' 느낌이라면, '비혼'은 '내 의지로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나름대로 정의를 해 본다. 나에게 결혼은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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