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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록 Feb 08. 2021

배움, 실패로부터

실패의 합이 큰 실패이지 않도록

사소한 계획의 틀어짐이나 업무상 결재를 올렸을 때 반려를 당하는 일, 인생의 쓴맛을 느낀 큰 좌절까지. 가만히 돌이켜보면 살아가면서 나는 무수히 실패를 겪어왔고, 넓은 의미에서는 하루에도 수 차례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사람이란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보다 더욱 깊게 오랫동안 기억한다고 하더라. 실패만큼 성공도 많았겠지만 기억에 남아 있는 건 무수한 실패의 흔적들 뿐인 탓에, 어찌 됐든 살아야 하는 삶이라면 그 실패로부터 하나라도 배워야 할 테다.


최근에 기억에 남는 실패는 모처럼의 평일 휴무에 찾은 창녕 여행에서였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리 알려지지 않은 고장인 창녕을 찾는 이유는 8할 이상이 '우포늪'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나 또한 다르지 않았고, 그래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시외로 나가는 길이기에 우포늪 이외에도 창녕에서 볼만한 것들을 검색해서 같이 찾아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선정된 코스는 '영산만년교'를 거쳐 '교동 고분군'을 지난 후에 마지막으로 '우포늪'을 가는 것이 되었고, 아침 일찍 차를 몰고 창녕으로 향했다. 만년교와 고분군까지는 무난하게 사진도 찍고 눈으로 구경을 하며 예상대로 잘 보고 왔지만, 문제는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우포늪에서 생겼다. 분명 검색했을 때만 해도 코로나 시기에도 구경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가 많았던 탓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조류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한 임시 폐쇄' 현수막을 보고는 맥이 탁 풀려버린 것이다. '나는 오늘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던가.' 하는 허망한 마음에 한참을 현수막을 보고 있어야만 했다. 속으로는 욕을 한바탕 했지만, 결국 미리 이런 부분을 체크하지 못한 내 탓이다. 결국 나는 우포늪을 다음으로 기약한 채, 차를 돌려 집으로 와야만 했다.


영산만년교(좌)와 교동고분군(우). 좋은 날씨에 우포늪까지 보지 못해 아쉬웠던 날.


기분이 그리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이런 실패를 여러 차례 겪으며 나름의 노하우가 생긴 덕에 나는 틀어진 계획 대신에 빨리 다른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미뤄뒀던 이발을 해야겠다고 바로 생각을 하고 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한 것이다. 허투루 쓴 시간에 대한 실망감을 계속 안고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나 한 상태에서 휴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손질한 머리카락은 만족스럽게 완성되었고, 여행이 실패했다는 생각은 이발이 성공했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덮어졌다.


어떻게 보면 자기 합리화일 수도 있는 방법이지만 나는 실패로 인한 좌절감을 느낄 때, 정말 사소한 것이라도 하나 성공을 함으로써 그 기분을 달래는 편이다. 사람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는 것이라 하더라도 성공의 기쁨을 가지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과 실패한 우울감으로 끝나는 것은 차이가 크다. 나는 오늘의 작은 성공이 내일은 조금 더 커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산다. 


다만 실패의 경험을 잊지는 않는 것이 좋다. 무엇인가 배울 때 '성공하는 방법'을 무조건 따라 하는 것보다 '실패하는 방법을 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항상 맞았기 때문이다. 실패했다면, 그 실패를 기억하고 다음번의 기회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된다. 배움은 보통 실패로부터 비롯된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실패하고, 오늘도 무언가를 배운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베개피를 빼놓고 빨래를 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도 역시 실패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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