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

퇴사를 꿈꾸는 N년차 직장인의 일기

내가 10년 전에 생각했던 삶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나는 적어도 내가 한 분야에서 무언가를 이룩한 사람이 되어있길 바랐다. 그것이 글쓰기이든 사진을 찍는 것이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직업으로 삼고 그 일로만 돈을 벌어도 먹고살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내가 꿈꾸던 삶에 다가가지 못한 것만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평범한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뒤로하고 과감하게 퇴사할 용기도 없고, 그렇다고 직장생활에서 엄청난 인정을 받는 존재가 되지도 못했다. 회사 입장에선 나이만 많고 연차만 쌓여가는 골칫덩어리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직장생활은 나랑 맞지 않는다며 적당히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돈만 벌어가야겠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어쩌면 나의 그런 마음가짐이, 직장생활뿐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적당히 해놓고 적당히 만족해버리는 게으른 습관을 만든 것만 같다.

나보다 앞서 퇴사를 한 사람들과, 내가 같이 속해있는 단톡방이 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나이와 용기가 부러운 사람들이다. 겁이 많은 나는 그럴 용기가 부족했던 탓에 지금보다 더 젊은 시절에는 그때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시작해야 할 시기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고, 나이가 많은 나는 이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두렵다. 

오늘, 나로서는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 있었다. 나에게 지금 회사의 고인물이 될 거라는 말이었는데, 내가 꼬인 건지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긴 어려운 말이었다. 지금도 가끔씩 내일 아침에 출근할 생각만 해도 아찔해지는데, 앞으로도 계속 지옥 같은 생활을 반복해야 한다니. 그 순간엔 그 말이 저주같이 느껴졌고, 자존심에 퓨즈가 끊기는 순간에 화를 내기보다는 차단을 해버리는 성향의 나는 단톡방을 나가버렸다. 잘한 짓인지 모르겠다. 사실 그 말은 다시 곱씹어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에 내 자존심이 상한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아마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지금의 회사를 다니고 있을 것이다. 매일같이 불평불만을 쏟아내지만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한 모습으로. 미련 없이, 후회 없이 퇴사하고 싶다면 사실 하기 싫은 지금의 일도 최선을 다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나에 대해 자신들만의 잣대로 판단하는 회사의 입장을 탓하기 전에 내 마음대로 정한 잣대로 적당히 일해버리는 내 나쁜 습관이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그것으로 이윤을 추구해야 하고, 이해관계가 얽히게 되면 본인이 순수하게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하고 싶지 않은 일 또한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 내가 언젠가 출판을 하게 된다면 어쩌면 겪어야 할 시행착오 중에도 분명 꺼려지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매일같이 출근하기가 싫고, 아침마다 퇴근을 기다리는 직장인이지만, 이제는 적당히가 아닌 열심히 일을 해보려고 한다. 회사 생활에 지칠 때마다 이 글을 보며 게을러지려는 나를 채찍질하기로 결심한다. 하기 싫은 일을 잘하지 못한다면 하고 싶은 일 또한 잘할 수 없다. 10년 후의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