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예쁜 꽃은 지금 핀 꽃
낮 공기가 따뜻해지나 싶더니 어느새 봄이 찾아왔다. 봄은 사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물론 내가 봄 태생인 것이 가장 큰 이유일 테고, 그것을 빼놓더라도 겨우내 얼어있던 몸과 마음이 느긋해지고, 마치 어딘가로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에 종일 알 수 없는 설렘을 느끼기 때문이다.
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꽃의 계절’이 아닐까 한다. 겨울에 펴서 지면서 봄을 알리는 동백부터, 이른 봄에 피어나는 매화, 이름마저도 노랑노랑한 느낌의 개나리, 한 그루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목련까지. 저마다 각자의 결실을 자랑이라도 하듯 꽃은 피어나고, 봄은 한 해를 지나 다시 태어난다. 3월이 앞서 언급한 여러 꽃들의 계절이라면, 다가오는 4월은 봄꽃의 절정이라고 볼 수 있는 ‘벚꽃’의 시간이다.
올해는 벚꽃의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많이 빨라, 남부지방에는 벌써 만개한 곳이 많다. 얼마 전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온 하동에서도 연분홍 빛으로 물든 풍경을 한껏 마주하고 왔고, 집 주변의 산책로에도 벚꽃길이 열려 있더라. 코로나 때문에 유명한 벚꽃길을 가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나마 봄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말에 비 소식이 있어 이번 주가 지나면, 다시 만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풍경인 탓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꽃을 보는 것이 좋아진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순간들을 점점 많이 마주하게 되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 매일, 매달, 매년이 같은 시간의 반복같이 느껴지지만 나무는 조금씩 자라고 매달린 꽃들의 모양도 조금씩 바뀌는 것처럼, 내 삶도 차곡차곡 달라지고 있을 테다. 그렇기에, ‘지금의 나’는 오로지 ‘지금’에만 누릴 수 있다. 혹시라도 아직 올해의 꽃들을 만나지 못한 분들은 지금, 밖으로 나가 ‘지금의 꽃’을 만나고 왔으면 좋겠다. 가장 아름다운 때는 다름이 아닌 지금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