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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록 Mar 03. 2021

동백의 바다, 동백섬

낙화함으로써 계절을 알리는 꽃도 있음을

해운대의 서쪽 끝에 딸려있는 동백섬은 현재는 반도 모양처럼 육지와 연결되어 있지만, 원래는 섬이었던 곳이다. 퇴적작용으로 인해 해운대와 연결되어 현재는 걸어서 찾을 수 있는 섬이 되었다.


동백섬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동백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물론 지금에야 ‘더베이 101’에서 보는 마린시티의 야경과 해운대 관광의 일부로 더 많이 찾는 곳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나는 동백섬의 이름에 당위성을 내 나름대로 찾기 위해, 연차 날인 오늘 봄맞이 산책을 나섰다.


평일 아침인지라 다행히 주차장 자리가 여유가 있었다. 동백섬 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처음 마주한 풍경은 부산 제일의 부촌으로 꼽히는 ‘마린시티’였다. 어쩐지 내가 사는 세상과는 동떨어진 듯한 화려한 빌딩이 우뚝 솟아있다. 매일같이 해운대와 광안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는 그들의 삶이 부럽기도 하면서도, 여행하는 기분으로 날을 잡아 와야지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옮겨본다.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마린시티 전경. 높고 화려한 세상.


주차장에서부터 동백섬은 이름값을 한다. 언뜻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뼈대가 큰 나무부터, 아직 여린 가지를 지닌 작은 개체까지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동백나무가 즐비하다. 나무에 달려있는 꽃을 보고 싶었지만, 시기상으로 조금은 늦은 탓에 이미 땅에 떨어진 꽃들이 많다. 하지만 뭐 어떠랴. 낙화함으로써 계절을 알리는 꽃도 있음을.


동백꽃이 떨어졌다. 봄이 온 걸까.


산책로를 따라 오르막을 잠깐 올라가다 보면, 2005년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장소인 '누리마루'가 눈에 들어온다. 내부에서 통유리창을 통해 바다가 바로 보이는 풍경에 눈이 즐겁다. 내려가는 계단을 통해 누리마루 앞 광장으로 나오면 파도 소리가 가까이 들리는 바다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 바다를 기준으로 오른쪽으로는 광안대교가, 왼쪽으로는 해운대 신시가지가 보인다. 사실 동백섬 자체는 면적이 그리 크지 않아 금방 둘러볼 수 있는 곳이기에 해운대와 같이 묶어서 글을 쓸까 생각도 했지만, 부산에서도 가장 이국적인 동네인 해운대와 동백섬은 분위기가 매우 다른 곳이기에 별도로 글을 쓰기로 했다.


누리마루 앞 광장에서 보이는 풍경들, 광안대교와 해운대 신시가지.


고층 호텔이 늘어선 해운대 바닷가와는 달리 연식이 오래된 조선비치호텔을 품고 있는 동백섬은 관광객들보다는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이 산책과 휴식을 위해 찾는 '동네 공원' 같은 느낌이 든다. 길고 넓은 백사장의 바다인 해운대과 바위섬인 동백섬은 재질만큼이나 분위기도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너무 '도시적인' 해운대의 풍경에 눈이 피로하다면, 한 번쯤은 찾을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비는 봄을 재촉하고 떨어진 꽃은 땅으로 스며든다. 계절은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일 것이다. 동백꽃의 색은 겨울 찬바람에 빨갛게 상기된 볼을 닮았다. 부끄러워 얼굴을 잠깐 가렸던가, 봄은 어느새 불쑥 찾아왔다.


어릴 땐 어쩐지 촌스러운 색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고보니 예쁘기만 한 색의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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