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첨삭을 보고 생긴 아이디어

자신의 글을 쓰는 아이

by 필로니


영어학원 주말 숙제인 라이팅. 초안을 제출한 후 원어민 선생님께서 첨삭을 해주시면 그걸 토대로 Final Draft를 써간다. 이번 주제는 'Too Much Junk Food‘. 정크푸드와 관련한 Cause-and Effect Essay를 써가는 것이었다.



채니가 First Draft 때 정크푸드의 Effect를 2가지를 쓰고 어설프게 한 문장을 붙여 애매하게 마무리를 해서, 선생님이 Intro를 쓰고, Effect를 세 개로 단락을 나눠 명확하게 쓴 후 결론을 내라고 코멘트를 주셨다.



나는 채니의 숙제의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숙제했는지 체크하고, 하기 싫어할 때 책을 펼쳐주고 독려하는 정도까지만 한다. 아직 1학년인 아이가 문법을 전혀 틀리지 않아야 한다거나, 탄탄한 구조가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늘 자유롭게 쓰도록 두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인데 숙제 때문에 글쓰기가 싫어지게 만들고 싶지 않은 게 제일 큰 이유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이렇게 성의 있게 코멘트를 써주시는데 그걸 대충 봤는지 Final Draft에 선생님이 말씀하신 수정사항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써간 걸 몇 번 봤다. 그래서 채니에게 말했다. 너의 글은 지금도 충분히 좋지만 선생님이 언급하신 건 꼭 유심히 보라고. 그러면 더 멋진 글을 쓸 수 있게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선생님이 첨삭해 주신 부분을 펼쳐 제대로 짚어주었다.

"여기 이렇게 Also~로 시작하는 문장을 세 번째 Effect로 따로 빼서 쓰라고 하셨네~ 봤어? 인트로, 이펙트 세 개, 결론 이렇게 딱 나눠서 파이널을 써봐 알겠지?"



이렇게 얘기해 주는데 채니가 집중할 때 그 눈빛이 보였다. 선생님의 코멘트를, 엄마의 설명을 아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듣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종이를 가져와 Title을 썼다. My Best Friends라고. 너무나도 즐거운 표정으로 글을 쓰고는 "엄마 이거 읽어봐!" 하고 종이를 내밀었다.




정크푸드에 대한 Effect 세 개를 쓰라고 했더니 자신의 Best Friends 세 명이 생각난 요 못 말리는 우리 똥강아지. Intro에 나의 세명의 친구들을 소개하겠다고 하더니 First, Second, Lastly 해가며 세 명의 친구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You can also get a best friend like me! 라고 (선생님 조언대로) 깔끔하게 결론을 내며 프레젠테이션 원고 한 장을 쓴 것이다.


제목: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채니입니다. 제 가장 친한 친구 3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먼저, 제 가장 친한 친구인 클로이를 소개합니다. 우리는 세 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냈어요. 클로이는 항상 저를 응원해 주고 도와줍니다. 그녀가 용인으로 이사를 갔어도, 문제가 생기면 항상 저를 도와줄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두 번째로, 제 친구 루시를 소개합니다. 그녀는 정말 똑똑해요. 제가 큰 문제가 있을 때, 그녀는 순식간에 해결해 줍니다. 답을 알려주고 뭔가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바쁠 때도 저를 많이 도와줬답니다.

마지막으로, 제 친구 린을 소개합니다. 린은 항상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친구예요. 그녀는 개를 보고 늑대처럼 보인다며 저를 잡으러 올 것 같다고 말하곤 해요. 하지만 린이 웃긴다고 해서 항상 농담만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그림을 그렸을 때, 제가 그림이 별로라고 말했지만 린은 정말 잘 그렸다고 말해줬어요. 그녀는 다른 사람을 응원하고 도와주는 데 정말 능숙합니다.

저는 제 세 친구를 정말 사랑합니다. 그들은 각자 특별한 재능과 좋아하는 것들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친구가 다르든 같든 상관없어요. 그리고 여러분도 클로이, 루시, 린처럼 누군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저처럼 멋진 친구도 사귈 수 있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해가야 하는 라이팅 숙제 파이널 드래프트 쓰기는 안 하고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아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속이 터질 때도 있다. 당장 내일까지 해야 하는 숙제가 있는데 그러고 있으면 지금 그걸 할 게 아니라 숙제를 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책 읽고 퀴즈를 풀어야 하는 숙제도 있는데 AR포인트 쌓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퀴즈를 이미 푼 책을 또 읽을 때, 이제 SR이 5점대라 4점대 책을 읽었으면 좋겠는데 유치부 때 읽던 1-2점대 책 붙들고 추억에 젖어있을 때 등 이 모든 건 내버려 둬야 하고 오히려 권장해야 할 ‘반복독서’, ‘자발적인 독서’다.



하지만 간혹 당장의 ‘성과’, 눈에 보이는 ‘점수’라는 작은 나무들에 갇혀 숲을 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나마 늘 독서하며 지혜로운 엄마가 되려고 노력을 하기에 ‘내가 지금 또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구나’라고 인지라도 한다. 그런 내가 보일 때면 얼른 나무들을 치우고 숲을 보며 습습 후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이렇게 스스로 쓰는 글, 군데군데 문법이 조금 틀리긴 하지만 친구들에 대한 진심이 담긴 글을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표정으로 신나게 써 내려가는 아이를 보며 오늘도 숲을 보겠노라, 저 멀리 바다와 하늘을 보겠노라 마음을 다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