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고운 말을 써야 하는 이유
“어머님께서 채니에게 가정교육을 정말 훌륭하게 해 주신 것 같더라고요.”
울컥했다. 지성과 인성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채니를 키운 지난 시간들에 대해 인정받은 것 같았다.
아직도 인정욕구가 높은 철없는 애미는 40이 넘어서도 초등학교 선생님의 칭찬이 너무 좋다.
‘친구들에게 고운 말을 써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때였다고 한다. 여러 아이가 손을 들어 생각을 발표하는데, 발표할 때 늘 빠지지 않는다는 채니도 여느 때처럼 손을 들었다.
“엄마가 말씀해 주셨어요. 사람은 말하는 대로 살게 된다고요. 그래서 고운 말을 써야 해요.”
선생님은 채니의 이 발표를 듣고 감탄을 했다고 하셨다. 어머님이 가정교육을 정말 훌륭하게 시키시는구나, 채니가 이렇게 잘 자라는 건 가정교육 덕분이구나 하셨다고.
채니가 어느 날 ‘아이씨’라는 표현을 썼다. 그 말을 뱉자마자 자기도 놀라 눈이 똥그래져 나와 눈이 마주친 걸 보면 인터체인지의 IC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평소 말투가 예쁘고 바른 아이라 순간 나는 매우 당황했으나 혼내봤자 뒤에서 몰래 하는 걸 (나도 그랬기에) 너무 잘 아는 나는 우선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간신히) warm&firm 버전으로 “그건 좋은 표현이 아니야. 알지?” 했다. 채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기 전, 항상 동생이 먼저 잠들면 눈을 반짝이며 “엄마 철학이야기 하자”라고 속삭이는 채니이기에 이 시간을 이용해 아까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 감사한 일만 주변에 넘쳐나고, 욕이나 불평불만하는 말만 하고 살면 그런 말이 나올 일만 가득해져.
이건 철학적인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뇌과학적인 말이기도 해. 뇌는 내가 말하는 걸 찾는 습성이 있어서 그래.
좋은 삶을 살고 싶으면 좋은 말을 입에 담으면 돼. 아이씨 아이씨 하며 불평만 하면 계속 아이씨할 일들이 가득하게 돼.
우리 좋은 말로 좋은 일을 끌어당기자 알았지?”
자기 전 채니와의 대화 시간에는 어떤 마법이 있는 것 같다. 평소 감정이 널을 뛰는 내가 매우 평온해지는 마법에 걸린다. 그래서인지 말투도 한없이 인자해진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마법은 평소에 엄마가 하는 말을 한쪽귀로 흘려보내는 K초딩이 이 시간만큼은 매우 집중해서 듣고 가슴 깊이 새긴다는 거다. 어둠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채니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엄마에게 삶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전해 듣는 이 시간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채니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자기 전 대화 시간에 특히 엄마 말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이때 엄마에게 들은 말 중 특별히 감명 깊었던 이야기를 학교에 가서 했던 것이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말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아~ 와~” 하며 잘 들었다는 게 선생님 설명이다.
몰랐다. 학교에 가서 엄마에게 들은 말들을 이야기한다는 걸. 그때마다 선생님은 채니가 왜 이렇게 바르게 자라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채니의 뒤에는 훌륭한 부모님이 계시는구나’ 하셨다고.
그 밖에도 친구들과 잘 지내며 갈등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씀, 믿음이 가는 채니라 심부름을 종종 시키셨다는, 그래서 본인이 채니 덕을 보셨다는 말씀, 틈만 나면 책을 꺼내 보는 등 독서 습관이 너무 잘되어있어 이 습관이 학습으로 이어져 공부를 아주 잘할 것 같다는 말씀 등을 하셨다.
그리고 그 끝에는 꼭 “어머님께서 가정교육을 정말 잘 시키신 것 같아요.”라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나의 말투와 외모 못지않게 나의 생각과 삶의 태도를 그대로 흡수하는, 말랑말랑한 내 아이들을 위해 내가 바로 서야겠다. 자신이 쭉쭉 빨아들이고 있는 게 뭔지도 잘 모르는 채 그대로 나라는 사람을 흡수하고 있는 내 아이들을 보면 내가 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더 분명해진다.
또한 좋은 삶의 태도를 ‘가르치려’ 하기보다 스스로 정립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려‘ 노력해야겠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나의 그것과는 아주 다른 모습일 테니, 그리고 아이는 내가 아니니, 내가 내 아이보다 무조건 더 잘 안다는 오만을 경계해야겠다. 부모는 내 아이들이 자신만의 철학을 이 세상에 오롯이 세울 수 있도록 그저 ‘도와야’ 한다.
그 정도여야 한다.
가정교육 잘하는 엄마의 기록 끝.
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