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아이와 짝꿍이 되었습니다.

초1 아이의 대처 방법

by 필로니


첫 짝꿍


1학년 초반에 선생님이 바꿔 준 첫 짝꿍. 하필 한 달 만에 반에서 명성을 날리던 그 아이였다. 수업시간에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다닌다던 그 아이.



유치원 시절부터 채니는 친구가 규칙을 안 지키고 선생님 말을 안 듣는 상황을, 그로 인해 친구가 선생님께 혼나는 상황이나 분위기를 힘들어하는 아이였다. 그래서짝꿍 때문에 채니가 늘 긴장 상태일까봐,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걔는 요즘 좀 어때?”, “너 힘들게 안 해?”라는 엄마의 질문 자체가 채니로 하여금 그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강화시킬 수도 있기에, 나는 내 안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질문들을 속으로 삼키고있었다.




그 아이의 행동 개시


채니의 가방을 보는데 수업시간에 했던 활동지에 낙서가 있었다. 채니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에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짝꿍이 그랬단다. 실수로 그랬단다. 누가 봐도 일부러 한 낙서였지만 채니가 친구를 감싸주고 싶어 하는 것 같길래 모른척했다.



어느 날은 더 심한 낙서가 있었다. 이번엔 짝꿍이 장난으로 그런 거라고 한다. 나는 좀 화가 났지만 친구를 감싸주고 싶어 하는 것 같고, 채니의 표정을 봤을 때 그리 스트레스받아하는 것 같지 않기에 눈감아 주었다.




그 아이를 만났다.


학부모 공개 수업에 갔다. 그 아이는 내가 채니의 엄마라는 얘기를 듣고 나에게 와락 안겼다. 어떤 엄마가 나중에 그 아이가 내 아들인 줄 알았다고 했을 정도로 아주 폭 안겼다. 몹시 당황스러웠지만 나에게 안겨 빤히 올려다보는 그 아이의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그 아이의 자리를 봤다. 엉망이었다. 의자며, 책상이며 온통 낙서가 되어있었다. 낙서를 참 좋아하는 아이구나, 더 이상 자신의 자리에는 낙서할 공간이 없어 채니의 종이에 했구나 싶었다.



공개수업이 끝나고 한 엄마가 내게 와서 말했다. 채니가 그 아이를 많이 챙기는 것 같다고. 선생님께서 짝꿍과 함께 하는 미션을 제시하면 채니가 그 아이를 챙겨 가며 하는 게 다른 엄마의 눈에도 보였던 거다.



그래, 채니도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며 사람을 알아 가고 세상을 배워가고 있는 거지, 그러면서 성장해 가겠지 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나쁜 아이 같지 않았다. 그저 장난이 좀 과하고 집중을 잘 못하는 평범한 남자아이일 뿐이었다.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남의 아이에게도 너그러워지고 싶었다.



내 아이의 대처 방법


채니와 같이 걷던 어느 날 채니가 그 아이와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를 시작했다. 채니의 옷이 하얗다며 옷에 낙서를 하려고 해서 도망갔다는 이야기, 자꾸 뿌우 뿌우 하면서 얼굴에 침을 튀게 해서 도망가다가 화장실에 숨어 수업시간 종이 칠 때까지 나오지 못했다는 이야기 등 점점 더 그 애의 장난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선생님께 말해보지 그랬어 그런 건?”하고 화를 참고 말했다.

“응 그건 말했지~” 채니가 대답했다. 옷에 낙서하려는 건 그냥 넘어갔지만 얼굴에 계속해서 침을 튀게 하는 건 선생님께 말씀드렸단다.



그래도 자신이 견딜만 한 건 견뎌보고,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할 부분은 야무지게 말씀드리는 것 같아 안심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엄마의 근심을 눈치챘는지 채니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곤 덧붙였다.



“엄마! 걔 장난이 심하긴 한데 장점도 많은 아이야! “

이건 또 뭐지. (도대체)어떤 장점이 있냐고 물었다.

“체육을 정말 잘해! 체육시간에 어떤 걸 넘어야 하는데 다른 아이들은 넘을 때 쿵! 쿵! 소리가 나는데 걔는 슈웅 넘어서 사뿐~ 이렇게 뛰어! 나 걔가 깃털인 줄 알았다니까?”



짝꿍의 장점을 말하는 채니의 얼굴이 진심으로 신이 나보였다. 좀 과한 장난으로 힘들게 하는 짝꿍이지만 그 와중에 장점을 찾으려고 하는 채니의 마음이 예뻤다. 그 아이에 대해 피어나려던 나의 나쁜 감정도 누그러들었다.



아이는 스트레스 주는 짝꿍의 장점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는데 엄마가 돼서 어린 아이를 미워해서는 안되지. 내 아이의 좋은 엄마뿐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명의 좋은 어른이고 싶으니까.




세상을 바라보는 예쁜 눈


얼마 전 채니의 담임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갑자기 바뀌었다. 두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오셔서 그런지 아이들에게 화를 잘 내고 소리도 잘 지른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 특히 선생님에 대해선 나쁜 말을 잘 안 하는 채니가 처음으로 나쁘게 말하는 선생님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선생님이 너무 별 일 아닌 걸로 소리를 지른다고 속상해해서 나도 속상해 죽을 지경이다.



그런데 어제 또 채니는 말했다.

“엄마, 나 그 선생님의 장점을 찾았어.”



우리 딸-

너무나도 예쁜 시선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구나. 엄마는 한 걸음 떨어져 너를 지켜볼게. 안달이 나더라도, 선뜻 나서지 않을게. 엄마가 만들어 둔 그 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스스로 배워나가기를 바라.

언제나 응원해, 너의 배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