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흥미를 따라가는 건, 언제나 옳다.
스피치 콘테스트
코로나로 인해 매년 큰 무대에서 열리던 스피치 콘테스트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열리던 시기였다. 원에서 원고를 외워서 발표하는 '쇼앤텔'을 막 끝낸 터라 나는 새로운 발표 준비는 패스하고 싶었다. 귀찮았다. 그런데 남편이 말했다.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될 거야." 그 한마디에 결국 우리는 또 한 번 도전을 시작했다.
작년 수상작들을 보니, 원고를 외워서 촬영한 영상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도 얼마 전 발표한 그 원고를 그대로 활용할까도 생각했지만, 아이를 늘 믿어주는 남편은 그냥 아이에게 맡기자고 했다. 원고도 만들지 않고, 그냥 하자고..? 걱정이 되었지만 남편과 아이에게 맡겨 보기로 했다.
아이는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우주복을 입고, 자주 가던 작은 과학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익숙한 장소에서, 자신 있게 태양계를 소개했다. 목성의 대적점을 가리키며 아빠에게, "Jupiter have a big red spot. Look! Can you see?"라는 질문도 던졌다.
문법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문장도 길지 않았으며, 전체적으로 내용이 풍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말들이 달달 외운 문장을 읊은 게 아니라 아이의 생각에서 나온 말이었다는 것이었다.
전국 2등을 하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전국 규모의 대형 어학원이 주최한 대회에서 전국 2등(우수작 15명 중 1등 1명, 2등은 4명)! 단순히 잘 외운 영상이 아니라, 진짜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 결과였다.
원에서는 우리 지점에서 수상자가 나오는 이 경사를 두 번이나 공지했다. 한 번은 15개의 작품이 뽑히는 '우수작 선정' 소식으로, 또 한 번은 그중에서 2등을 했다는 소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모르는 엄마들이 거의 없게 되었다.
나중에 친해진 엄마들이 물었다. "다섯 살 때 영유 안 다녔다면서요? 그럼 상을 탔을 때가 입학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아닌가요?" 맞다. 영상 제출은 5월이었다. 6세 3월에 처음 입학해서, 몇 달 만에 그런 성과를 낸 것이다. 그게 너무 놀라웠다고들 했다. 어떻게 그렇게 스피킹을 잘하게 됐는지 엄마들이 물어올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은 늘 같았다.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 많이 보여줬어요."
그게 다였다. 단, 남들이 좋다고 하는 유명한 영상 말고 아이의 관심사에 딱 맞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유튜브 영상에 관한 내용은 5화 참고)
책육아든 영어교육이든 아이의 흥미를 따라가는 방법은 실패할 수가 없다.
그건 늘,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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