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 발표를 멋지게 해내다.

온 우주가 도와준 발표

by 필로니

이 글에서 사용하는 '영어유치원', ‘영유’라는 표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의적 명칭입니다. 실제로는 교육부 인가를 받은 정식 유치원이 아닌,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한 사설 유아교육기관을 지칭합니다.



첫 순서가 되어버린 발표


아이의 영어 이름은 'C'로 시작한다. 그래서 돌아가면서 발표하는 'Show and Tell’ 순서에서 맨 앞이었다. 4월에 발표를 해야했다. 다섯 살부터 다닌 것도 아니고,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는데 영어로 발표를 어떻게 하지, 걱정이 되었다.



주제는 '가고 싶은 여행지'였다. 막연했다. 그런데 고민 끝에 아이가 좋아하는 우주가 떠올랐다. 그래서 화성 여행을 주제로 원고를 준비했다.



우주 관련 영어 영상은 아이가 네 살부터 즐겨보던 콘텐츠였다. 익숙한 내용이니 아이도 쉽게 받아들였고, 원고 외우기도 수월했다. 아이의 흥미를 따라가는 영어 노출의 효과를 여기서 또 본 것이다.




발표 당일, 아이는 씩씩하게 발표를 해냈다. 다른 반 선 생님까지 구경할 만큼 인상 깊은 발표였다고 전해 들었다. "어떻게 그 어려운 행성 이름들을 다 외웠냐"고 놀라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우리 아이에겐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There are eight planets in our solar system.

Mercury, Venus, Earth, Mars, Jupiter, Saturn, Uranus and Neptune.'



발표 첫 문장인 이 부분은 아이가 외운 걸 넘어, 몸에 밴 문장이었다. 유튜브 속 행성 노래와 영상이 이미 수백 번 아이의 귀를 지나갔으니 말이다.



영어 정서를 최우선으로


아이에게 영어는 '공부'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걸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친구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를 한다는 건 어쩌면 큰 부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즐겁게 해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말했기 때문.



나는 늘 영어 실력보다 영어 정서를 먼저 생각했다. 영어가 어렵게 느껴지거나, 싫어지는 게 가장 두려웠다. 그래서 늘 고민 했다. 어떻게 해야 아이가 영어를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답은 언제나 같았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아이가 궁금해 하는 것. 그 관심사에서 출발한 영어는 늘 힘이 셌고, 방향도 틀림이 없었다. 이번 발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좋아하는 '우주'가 발표를 도와주었다.



다음 화 : 스피치 대회 전국 2등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