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입학테스트 준비, 그리고 합격

유튜브 노출 덕분에 수월했던 테스트 준비

by 필로니


이 글에서 사용하는 '영어유치원', ‘영유’라는 표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의적 명칭입니다. 실제로는 교육부 인가를 받은 정식 유치원이 아닌,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한 사설 유아교육기관을 지칭합니다.



입학테스트 준비


5세라는 어린 나이에 시험 대비 공부를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서 유일하게 검증된 그 영어유치원에 보내기 위해서는, 테스트 통과가 필수였다.

전화해서 물어보니 알파벳 대소문자, 음가, 비기닝사운드, 엔딩사운드 정도를 알면 된다고 했다.



다행히 유튜브 노출 덕분에 아이는 알파벳과 음가는 확실히 알고 있었고, 동물이나 우주처럼 관심 있는 분야의 익숙한 단어들은 읽을 수 있었다. 한 페이지에 한두 줄 있는 쉬운 책도 곧잘 읽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입학테스트는 단어의 시작 소리와 끝소리를 구분할 수 있어야 했다. 예를 들어, 아이는 'cat'이라는 단어를 '캣'이라고 읽고 그 뜻이 '고양이'라는 것도 알았지만, ‘크’, '애', ‘트'의 소리가 합쳐져 '캣'이라는 소리가 나는 파닉스 원리는 몰랐다. 그 부분은 따로 알려줘야 했다.



음가 익히기에 큰 도움이 되었던 마더구스클럽 채널

그래도 유튜브 노출로 다져진 아이의 읽기 능력 덕분에, 입학테스트 준비는 정말 수월했다. 음가 학습에 좋다는 <SMART PHONICS> 1권만 구입했는데, 그마저도 다 풀지 못한 채 시험을 보러 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입학테스트를 보다 수월하게 통과하려면 <SMART PHONICS> 2권까지는 풀 수 있어야 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유튜브 덕분에 영어 소리 감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적은 준비로도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유느님, 만세.




입학테스트 당일 두둥


테스트 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낯선 공간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랑 떨어져 모르는 사람과 단둘이 있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원에 대한 친숙함을 조금이나마 심어주기 위해, 잠시 원 안을 둘러봐도 될지 양해를 구했다.



원내 도서관과 언니오빠들 구경 중

아이 손을 잡고 교실과 복도, 화장실 등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 되었다. 갑자기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원 전체가 활기로 가득 찼다. 나는 그 아이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하나같이 밝고 생기 넘쳤다. 학습식 영유에 다니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곳 아이들은 그저 '아이답게' 웃고 있었다.



소규모 어린이집을 다니던 작은 내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처음 보는 그 광경을 놀란 눈에 담고 있는 듯했다.



운명처럼, 그해 반 이름의 테마가 '행성'이었다. 아이의 최애 우주. 이건 뭐, 운명 아닌가. 행성 이름들이 가득한 원을 둘러보던 아이가 잠시 후 조용히 말했다.


"엄마, 나 여기 다니고 싶어"


나는 그 순간,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여기 보내도 괜찮을 것 같아. 그러고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아 맞다. 합격해야 다니지.



테스트인지도 모르고 따라온 아이에게 "이따가 선생님이랑 들어가서 이야기 재밌게 나누고 와"라고만 말했다. '시험', '테스트', '합격'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선생님을 기다렸다. 잠시 후 테스트를 맡아주실 선생님이 오셨고, 아이에게 손을 내밀며 영어로 말을 말씀하셨다.


"Hi! Nice to meet you. What's your name?"


나는 순간 걱정이 밀려왔다. 모르는 사람이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건 적이 없었는데, 혹시 놀라지 않을까? 그런데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어라..? 나 혼자 당황하는 사이, 아이는 선생님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테스트실로 들어갔다.



테스트 보는 중

어머나, 웬일이야. 테스트가 시작됐어. 혼자 고요한 오두방정을 떨었다. 잠시도 앉아있지 못했다. 그러다 아이가 문제를 푸는 모습이 살짝 보여서 몰래 훔쳐(?) 봤다. 아직 지면 문제 풀이가 익숙하지 않은 나이라 선생님이 아이 옆에 함께 앉아 문제를 설명해 주시며 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가 너무 거침없이 답을 체크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좀 신중히, 천천히 풀라고 말할뻔했다. 지금 그때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니 웃음이 난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나는 상담실로 안내되어 결과를 들었다. "아이가 단어를 읽을 줄 아네요? 여유 있게 합격이에요."



테스트를 마치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합격도 했고, 아이도 다니고 싶다고 하니 이제 고민은 그만하자고.



그렇게, 나는 영유맘이 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가슴 떨림과 일희일비의 나날들이 펼쳐질지 모른 채 그저 설레기만 했다.



다음 화 : 우주가 도와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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