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고민
이 글에서 사용하는 '영어유치원', ‘영유’라는 표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의적 명칭입니다. 실제로는 교육부 인가를 받은 정식 유치원이 아닌,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한 사설 유아교육기관을 지칭합니다.
어디 한 번 영유 보내봐?
힘을 들이지 않아도 영어를 곧잘 하는 첫째 아이를 보며 영어유치원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이는 네 살. 하지만 다섯 살에 입학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민은 짧게 끝났다.
다섯 살까지는 한글책을 많이 읽으며 모국어를 더 다져야 할 시기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고 멋지게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말하면 돈이 없었다.
영유 입학을 고민할 때 재정 상황을 고려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나는 비록 돈이 넘쳐나진 않더라도, 최소한 영유 비용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여유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모가 아이를 보며 자꾸만 본전 생각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 초조함은 곧 조급함이 되고, 아이를 향한 잔소리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남편은 이제 와서 "다섯 살은 한글을 다질 시기라 안 보냈다”라고 말하지만, 솔직해지자 여보. 그때 우리 형편이 안 돼서 생각 빨리 접었잖아.
이듬해, 우리는 재정적으로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고, 다섯 살 한 해 동안 한글 독서와 연계 체험을 통해 모국어도 충분히 다졌다고 판단해, 영어유치원 입학테스트를 보기로 결심했다.
끝없는 고민
테스트 신청을 하기 전, 우리 부부는 정말 오랜 시간 고민에 빠졌다. 영유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따져봐야 했다.
신도시인 우리 동네에 믿을 만한 영유는 단 한 곳. 전국에 체인을 둔, 탄탄한 커리큘럼으로 유명한 대형어학원이었다. 신도시답게 이곳저곳에 영어유치원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대부분 오래가지 못했고, 어느 원장은 돈을 들고 잠적했다거나, 원장들끼리 온라인상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는 말까지 들려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느 영유를 선택할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지만, '영유에 입학을 시킬지 말지'는 정말 오래 고민해야 했다.
아이는 영어를 좋아하고 자신감도 넘쳐, 원에 잘 적응하며 배울 거라는 믿음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영어 학습을 전문적으로 해본 적 없이, 유튜브 영상 노출만으로도 아이가 영어를 이토록 좋아하게 됐는데, 괜히 억지로 공부시키다가 그 긍정적인 정서를 망치게 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까지 잘하는데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면 얼마나 더 성장할까? 소질이 있는 분야라면 더 밀어주는 게 맞는 것 아닐까? 이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정말 끝없이 고민했다.
결국, 우리는 입학테스트를 보러 가는 당일 아침까지도 속 시원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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