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영상을 발견하는 그날까지
영어 영상을 거부한다면
영어 노출에 유튜브 영상만 한 게 없다는 주장을 펼치면 가끔, 아이가 이미 한글 영상의 편안함에 익숙해져 낯선 영어 영상을 거부한다는 고민을 듣곤 한다.
유아기 영어 노출은 무조건 '즐겁게'를 원칙으로 삼지만, 거부가 심하다면 어느 정도 전략적 강제성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엄마가 보여주는 영상 5분 보고 나서, 네가 보고 싶은 거 보는 거야." 단, 엄마가 고른 영상은 절대 길면 안 된다. 아이 성향에 따라 1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것.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아이가 원하는 한글 영상을 꼭 보여준다.
이때 보여줄 영어 영상은 너무 교육적이거나 학습 중심이면 안 된다. 아이 입장에선 '역시 영어는 재미없는 거야"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아이가 꿈쩍도 안 한다면(화가 좀 나더라도 상전의 표정을 잘 살펴야 한다.) 방향을 확 틀어야 한다. 요리 영상, 공주 영상, 자동차 영상 등 아이가 좋아할 만한 흥미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도 안 먹힌다? 그럼 마지막 카드 : 장난감 언박싱 영상. 교육적 가치는 제로에 가깝지만,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데는 효과 만점이다.(단, "저 장난감 사줘"를 감당할 각오는 해야 한다.)
좋아하는 영어 영상을 찾는 그날
이렇게 매일 짧게 짧게 영어 영상을 '스치게' 하다 보면, 언젠가 아이가 좋아하는 영상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날, 아이가 "더 보고 싶다"라고 말하는 운명의 그날, 그때가 찬스다.
하지만 여기서 체통을 지키지 못하고 엄마가 신이 나서 더 틀어주면 안 된다. 도도한 표정으로 "아니야 약속한 시간 끝났어. 더 보고 싶으면 내일 보든지~“라고 말하고 한글 영상을 틀어야 한다. 영어 영상이 보고 싶어 안달 나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아이가 좋아하는 채널을 찾으면, 그다음은 어렵지 않다. 그냥 계속 보여주면 된다. 꾸준히 보여주다 보면 리스닝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결국 중요한 건 내 아이의 관심사를 아는 것이다. 남의 집 아이 보면서 불안해하지 말고, 내 아이를 들여다봐야 한다. 아이가 언제 웃는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그 보석 같은 순간들을 캐내는 건 결국 엄마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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