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학습 방법을 인정받다.
한글은 책으로, 영어는 영상으로
아이에게 다시 영상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시도 때도 없이 틀어주는 일은 없었고, 한 번에 30분을 넘기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영상은 무조건 ‘영어’로만 보여주기.
영어로 된 콘텐츠를 보여줄 때는 영상을 보여준다는 죄책감도 덜했다. 그래, 한글은 책으로 이미 충분히 신경 쓰고 있으니까, 영상은 영어로 채우자. 그렇게 마음을 정했다.
아이를 영상 중독자로 만들었던 흑역사를 딛고, 영어로 '매일 조금씩 노출'이라는 방향으로 노선을 튼 건 지금도 내가 아이에게 해준 일 중 손꼽히게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 덕분에 아이는 영어를 쉽고 즐겁게 쏙쏙 흡수하게 되고 영유에 입학하기도 전에 이미 영어책을 읽을 줄 알게 되었다.
듣기가 먼저
영어 학습은 리스닝이 먼저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모국어를 실컷 들으면서 배운다. 영어도 들어야 한다. 것도 아주 많이. 그리고 그 과정은 반드시 자연스럽고 즐거워야 한다. 그래서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환경에서는 영어 노래나 영상처럼 재미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집에서는 영상을 시청하게 하고, 차로 이동 중에는 그 익숙한 영상들을 소리로만 듣게 했다.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자 아이의 귀가 뚫리면서, 영어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는 영어의 즐거움에 젖어들어갔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교육 철학이 투철했던 건 아니었다. '영어 영상을 보여주니 죄책감이 좀 덜하네. 조기학습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조기노출은 괜찮으니까‘라는 꽤나 얕고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영어 학습 방법을 인정받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도서관에서 『현서네 유튜브 영어학습법』이라는 책을 우연히 집어 들었다. 그런데, 글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쓴 책인 줄 알았다.
당시 나는 유튜브 영어 영상의 위력을 제대로 체감하며 열심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 책 역시 유튜브를 활용한 영어 노출이 아이에게 얼마나 좋은 학습 방법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었고, 내 방식은 마치 그 책을 따라 하는 것 같을 정도로 비슷했다.
물론 차이점은 있었다. 작가님은 (전문가니까 당연히) 처음부터 뚜렷한 교육 방향과 계획 아래 노출을 시작하셨고, 나는 그냥 육아가 힘들어 영상을 보여주다가 유튜브 영어 영상 노출에 발을 들였고, 그 매력에 흠뻑 빠져 꾸준히 하게 된 것뿐이었다.
유튜브 영어 영상 중에 뭐가 제일 좋은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저 아이의 관심사를 영어 단어로 검색해 보며 아이가 좋아하는 채널을 찾아 노출시켜 주었다. 현서 아빠처럼 어떤 콘텐츠가 좋은지 영어 영상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가득하지 않아도 누구나 이 방법을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책을 덮으며, 나는 묘하게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나도 그동안 나름 잘해온 거였구나. 그날 이후로도 나는 끊임없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어 영상을 찾아 헤매고 있고, 그 여정은 여전히 ing다.
다음 화 : 오 마이 유(튜브)느님
(유튜브 콘텐츠 영어 노출의 자세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