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영상 노출의 시작
영상 중독의 서막
첫째 아이는 외식할 때 조용히 잘 있어 주는 아이였다. 유모차에 누워 자기만 했다. 그런데 이 작은 아이가 돌 무렵이 되자 점점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안아줘도 해결되지 않았다.
어느 날 식당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아이가 조용해지지 않자, 초보 부부인 우리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날 이후, 결국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게 되었다.
나의 구세주 펭귄과 상어
뽀로로와 핑크퐁 영상은 우리 부부에게 소중한 휴식을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그 휴식의 달콤함에 점점 젖어들어갔고, 어느새 우리는 아이를 영상 중독자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태어난 지 고작 1년밖에 안 된 아이를 말이다.
생후 18개월쯤, 어린이집 겨울방학이 시작되던 어느 날이었다. 맞벌이 부부였던 우리는 방학 일주일 동안 휴가를 나눠서 쓰기로 했다. 남편 차례가 되었을 때, 그는 야심 차게 혼자 어린 딸아이를 썰매장에 데리고 가는 무리수를 두었다. 아이의 떼쓰기가 시작되자,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시끄럽게 구는 것에 민감했던 초보 아빠는 결국 아이를 조용히 시키려고 태블릿을 건네
고 말았다.
그 시절, 아이는 영상에 한창 중독되어 있었다. 태블릿을 쥐여줬다 하면 그날 하루는 끝이었다. 태블릿을 그만 보게 하면 울고 불고 난리가 나서 끝. 그 난리를 겪기 싫은 날엔 그냥 계속 보여주게 되니 끝. 영상이 시작되면 어떻게 해도 하루를 망치게 되던 암흑기였다.
남편은 '썰매를 신나게 태워주면 태블릿을 잊겠지'라는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썰매를 힘차게 끌었지만, 아이는 태블릿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결국 그는 분노했고, 태블릿을 강제로 빼앗은 뒤 우는 아이를 둘러업고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심각성을 깨닫다
공동육아 모임에서도 유독 우리 아이만 달랐다. 대부분 아이들은 TV를 보다가도 금방 다른 장난감이나 놀이로 관심을 돌렸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TV 화면만 바라보았다. 친구와 놀지도, 다른 장난감을 보지도 않고 오로지 TV에만 집중했다.
그 당시 다른 엄마들은 "아이가 집중력이 좋다."라고 했고,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나중에 책을 읽고 알게 됐다. 그건 집중력이 좋은 데 아니라, 단지 영상 자극에 쉽게 빠져드는 것이었다.
썰매장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아이의 삶에 영상이 너무 깊이 들어왔다는 걸 깨달았고, 결국 강수를 두었다. 비장한 마음으로 영상을 아예 끊기로 한 것이다.
TV가 고장 났다고 말하고, 아예 꺼버렸다. 놀랍게도, 생각보다 쉬웠다. 아이가 어려서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처음 마음먹을 때의 비장함이 민망할 정도로 수월하게 영상을 끊을 수 있었다. 그 후로 우리는 아이와 눈을 더 많이 마주치며 밀도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번엔 영어 영상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바람직하게 보내는 사이, 내 눈은 점점 퀭해졌다. 맞벌이 부부가 영상의 도움 없이 온전히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퇴근 후 잠시 영상을 틀어 쉬고 싶다는 유혹이 자꾸 올라왔다. 너무나도 간절히.
그러던 중, 문득 앞서 언급했던 그 언니의 말(1화 참조)이 다시 떠올랐다. '조기 영어교육'이나 '학습'은 무리일 수 있지만, '노출‘은 괜찮지 않냐던, 그 한줄기 빛과도 같았던 언니의 한 마디.
그렇게 우리의 영상 라이프는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엔 영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