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보다가 어떤 댓글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팔아서 정점에 오른 자 VS 남이 좋아하는 걸 팔아서 정점에 오른 자"
"영화로 비유하자면, 백종원은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라고 평을 후하게 준 반면, 안성재는 재미는 있지만 개연성이나 예술성이 없으니 칸이나 아카데미 후보에는 올릴 수 없다는 논리다"
재미있는 분석이다. 이 두 양대산맥을 심사위원으로 부르다니 기가 막힌 조합이 아닐 수가 없다. 백종원을 '대중성'의 대표자로, 안성재를 '깊이'의 정점에 다다른 사람으로 요약해 보니 선명한 명제가 나온다.
'회사의 매출과 나의 이상중 무엇이 먼저인가?' 누군가는 매출을 올려야 이상을 실현할 수 있으니 순서의 차이라고 하고, 또 혹자는 처음부터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추구해야 하니 비율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이는 이상만을 추구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전제가 '이상'이라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단 점에서 이 명제는 불완전하다. 누구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알리고 싶은 대중성이 이상일 수 있고, 누구는 최고의 요리로 깐깐한 심사에 통과하는 게 이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 깊이와 대중성의 경계선은 모호해진다. 또, 업종과 환경에 따라 모두 답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두 번째 대답인 '비율의 차이'를 고를지도 모르겠다.
내 친구가 다니는 기업이 있다. 최고경영자가 연구자 출신이라, 마케팅에 들일 비용을 연구비용에 투자하다 보니 그 좋은 제품을 세상에 알릴 기회가 없다고 한다. 실제로 그 제품을 써보니 기존에 우리의 인식 속에 박혀있는 제품보다 가격과 기능면에서 훨씬 좋았다. 예를 들면 바나나 우유를 떠올렸을 때 '빙 무슨 레' 중간에 '그'자가 들어간 이름이 떠오르는데, 이 '바나나 우유'는 바나나를 많이 갈아 넣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경쟁력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경영자가 이 제품으로 세상을 구하려는 목적에 있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제일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질 않는다. '불확실한' 마케팅에 투자하느니 '비교적 확실한' 연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깊이를 파다 보면 대중성에 대한 고민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깊어지는 것을 멈추고 넓어지면 실용적 지식의 비중이 높아지고, 좁아지려만 한다면 미지에 다다르니 이론적 지식에 그친다. 요리를 예시로 들자면, 분자물리요리학이 출현하기 전 연구 과정과 같다.
현실과 이상의 비중을 잘 잡은 사람이 바로 백종원과 안성재가 아닐까 싶다. 제작진의 의도는 두 명의 '비율관'이 명확한 심사위원을 불러 치우치지 않는 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당신의 회사는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