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참 재미있어”
“왜, 이쁜 여자가 많아서?”
선배는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나는 난간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선배도 나를 따라 강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자세히 봐봐. 파도가 강변으로 흘러오는데, 여기서 부딪힌 파도는 다시 반대로 나가잖아. 두 가지 상반된 파도가 동시에 흐르고 있는 거야.” 나는 퍽 심오한 말을 꺼냈다.
선배는 미소 짓더니, 그도 먼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중간쯤에 보이는 파도 보여? 저건 왼쪽으로 흐르고 있네.”
나도 웃음기가 생겨 미세하게 달아오른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동일한 강물 위에 여러 가지 파도가 있네. 마치 우리의 인생과 같달까?”
그는 해석을 더했다. “음. 마치 사거리 교차로에 밀집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모습과 같네” “그렇지. 같은 강안에서도 깊이와 속도가 다른 것처럼” 나도 받아쳤다.
강변에 부딪혀 흐르는 파도와 강변으로 흐르는 파도가 동시에 겹쳐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은 ‘간섭 현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는 두 파도는 전혀 간섭이 없이, 마치 포토샵으로 각각 반대로 흐르는 물결을 동시에 겹쳐놓은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이 마치 횡단보도 위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과 스쳐 지나가는 것과 닮아 있었다. 멀리서 보면 그저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오고 가는 것처럼 보여도, 가까이서 보면 부딪히지 않도록 나름의 선을 지키며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첨벙!’ 물 위로 오리가 날아갔다. 나와 선배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축지법하듯 물을 날개로 철썩이며 날아가는 오리를 바라봤다. 수면 위엔 마치 제트기가 위로 날아간 것 같은 파장이 그려졌다. 선배가 말했다.
“성범아, 저 새가 바로 너다. 내가 저 새 사진을 찍고 기사를 올릴게. 기사 제목은 <유성범 기자가 하늘 위로 훨훨 날아가고 있다>”
나는 큰 소리 내어 웃었다. “뒤도 안 보고 날아가네, 마치 우리를 떠나는 너처럼” 그는 말을 이어 붙였다. 이직 면접들을 앞두고 있다는 말에, 이제는 나를 완전히 떠나보냈다고 생각하나 보다.
“우리는 정말... 물속에 잠겨있지 말고, 저 위로 새처럼 날아가는 인생을 살자” 선배가 나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The water is wide>의 곡조가 수면 위로 잔잔하게 퍼졌다.
https://www.youtube.com/watch?v=7EfHZtCKJ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