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는 백수의 현실일기

나는 대중철학이 아니면 못 사는 놈이다

by 대중철학자

오늘 한일

윤용택 교수 사설 「나의 목소리: 철학의 대중화, 대중의 철학화(2001)」 일독

잡코리아에서 브랜드 마케터, 콘텐츠 에디터, 출판 편집자 채용공고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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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조금 절망스러웠다.
서른,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은 늘 과장이라 생각했지만,
오늘은 그 말이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잡코리아에 들어가 직무 공고를 보는데, 문장이 너무 선명했다.
“해당 직무를 위해 지금까지 어떤 생각과 프로젝트를 해왔는지 서술하십시오.”
그 문장 앞에서 나는 딱, 이 한 줄로 정리되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사람.

사실은 심증도 그냥 생각 많은 거고,

그 생각들이 문서화된 적도, 평가받은 적도 없었다.

없던 사람,
말하자면 그런 느낌이었다.


자기비하로 끝날까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미뤄둔 철학 논문 폴더를 열었다.
제주대학교 윤용택 교수님의 2001년 사설,

「철학의 대중화, 대중의 철학화」를 펼쳤다.

정리하자면 한국 철학이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철학은 돈이 안 되고

철학교수들은 고상한 척만 하며

대중이 참여할 철학 사업모델이 없다.


윤 교수님은 말한다.

한국 철학은 “현실에 대한 대안 제시”라는 본연의 기능을 버리고,
그저 “비판을 위한 비판”에 머물고 있다고.

학문이라는 이름의 고립된 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읽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정리 중인 ‘대중철학 정의’ 폴더 안에 ‘반문들’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자.
철학자들이 대중철학에 대해 말한 문장들을 수집해두면,
향후 ‘대중철학 디펜스’ 시에 기초 자료가 될 수 있겠다.
이것도 편집학이지.


윤 교수가 제안했던 ‘철학교실’, ‘청년철학교실’,
철학 전문 웹사이트 philosophy.com 같은 것들은 아직도 실현되지 않았다.
(실제로 검색해보면 화장품 회사가 먼저 나온다.)

그가 던진 모델을 실행하는 곳은 유일하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정도.
이들은 매년 현실 문제를 철학적으로 분석해 정책을 제안하는 논문을 낸다.


윤 교수 본인은 이후 ‘환경철학’ 책을 내며 나름의 실천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 점이 인상 깊었다.


현실 문제는 도처에 널려 있고,
나는 그걸 앞에 두고 카페에서 철학 논문이나 읽으며 앉아 있다.
경제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셈이다.


결론은 이거다.
나는 대중철학이 아니면 못 사는 놈이다.

“저는 멍청합니다.
그러니 하나님이 좀 인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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