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색, 남자색이 과연 있을까?
색깔로 남자 여자를 구분하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쩐지 핑크색은 남자보다는 여자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색깔이 경험적으로도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래도 어려서부터 그런 구분없이 자라게 하려는 부모님이나 주변인들의 마음 덕분인지,
“남자는 핑크지!!” 하며 말하는 아이들도 꽤 많이 봐왔다.
반쯤은 웃기려고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에 감동하기도 한다.
나 또한 핑크만 고집하는 여자애들이나 파란색만 고집하는 남자애들에게,
옛날옛적에는 서양의 어린 남자 귀족들이 핑크색 옷을 입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주곤 했다.
비록 어떤 아이들은 선생님인 나를 보며 웃으면서 “거짓말!!!” 이런 반응을 보여서 다 같이 웃기도 했지만..
대체로 이 사실을 들은 아이들의 반응과 결과들이 유의미했다.
나는 얼마 전 대구를 2번이나 다녀왔다.
한 번은 이모랑, 한 번은 남자친구랑 간 여행이었다.
위의 사진은 남자친구랑 LP카페에서의 사진이다.
세일러문 LP가 보이길래 꺼내 들었는데, 일본어 원곡이긴 했으나 -
첫 곡부터 익숙한 그 노래가 나왔다.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일본어 원곡의 가사를 모르므로 한국어로 인용한다)
LP 자체도 여자아이들이 너무 좋아할만한 예쁜 형광 핑크색이었다. 게다가 앞뒤로는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라니…
나 역시도 핑크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부정할 때도 있으나, 역시나 고르는 옷마다 인디핑크를 빼놓을 수가 없는 것을 보면 핑크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내가 분홍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말아야겠다.
1순위가 파란색, 2순위가 검정색이긴 하지만..
옷을 고를 때의 1순위는 대체로 인디핑크색이다.
이렇게 고요한 분홍색의 귀여운 시간을 보내며,
인간이란 역시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남자친구는 세일러문 LP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다)
에어컨의 선선함을 즐기며 -
어느정도의 햇살도 즐기며, 음악까지 즐기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곳은 만석이 되었다.
문득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여자아이들은 왜 유독 핑크를 좋아할까 라는 의문이 들다가,
핑크만이 주는 그 말랑말랑하고 가슴이 뛰는 것 같은 그 두근거림을 주는 색은 역시 ‘핑크 밖에 없구나’ 라는 나만의 답변이 떠올랐다.
몽글몽글하고 몽실몽실하며, 두근거리며 살랑이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것은 역시 핑크만이 줄 수 있는 감정이다.
남자아이들의 파란색이나 검정색도 다른 쪽으로 비슷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남자 여자 색으로 선을 나누지 않으려는 노력이 좋으면서도,
문득 나는 핑크가 좋은데도 억지로 “나는 핑크가 싫어..!”라고 선긋는 여자아이들이 조금은 적어지길 희망한다.
내 경험상 그런 여자아이들을 가끔 봤다.
그리고 나는 핑크가 좋은데도 ‘남자니까 파랑을 좋아해야지…’ 라고 마음 접는 아이들도 적어지길 소망한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또 어떤 세상이 될까 줄곧 상상해보곤 한다.
부모를 보면 그 아이가 보이기도 하는데..
가끔 요즘의 아이들을 혼내지 않고 키우는 MZ부모들을 비판하는 글들도 보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무진장 노력하고 있음이 보기기에…
나는 마냥 비판이나 비난만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자녀가 없기에, 나 자신을 키우는 맛에 살아가는 편인데
오늘은 어떤 색의 시간으로 살아갈지 또 기대가 된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각자의 시간을 각자의 삶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
나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모두가 너무 대견하다.
나의 오늘은 또 어떤 색이려나..?
왠지 오늘은 쿠로미의 시간, 연보라색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