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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osophers needlework Apr 14. 2023

쿨하지 못한 그대에게

Miley Cyrus의 'Flowers' 와 김소월의 '진달래꽃'

 내가 한 코 한 코 짜 내려간 스웨터,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재킷의 단위는 영화 한 편, 책 한 권, 드라마 시리즈 한 개, 교향곡 전곡, 팟캐스트 몇 회, 때로는 딸과의 영상통화…….    

  

 딸과 떨어져 지낸 지 꽤 오래되었다. 딸이 미국에서 중, 고등, 대학교를 마치고 지금은 직장인이 되어서다. 유학 초기만 해도 국제전화비가 비싸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통화를 했다. 그러다 국내 핸드폰 통화 요금과 동일하게 국제전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생겼다. 이어 스카이프라는 무료로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인터넷 전화가 등장했고 지금은 카카오톡 앱으로 페이스톡을 아주 편하게 쓴다. 이 외에도 줌, 팀즈, 웨일 온 등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많다. 


 정액 요금으로 인터넷망을 쓰게 되면서 전화 요금 걱정 없이 얼굴을 보며 통화를 하였다. 딸은 나를 학교 수업에 데려가 준 적도 있었다. 통화 상태로 화면을 켜 둔 채 자면서 한 시간 후에 깨워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마고는 했지만 한 시간 후에 딸을 깨울 방법이 없었다. 어차피 전화로 깨울 수밖에 없는데 애가 자고 있어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자는 딸애 등만 바라보았다. 나중에 들으니 그래도 시험은 잘 봤다고 했다. 


 딸은 공부하면서도 화면을 계속 켜 두고 싶어 했다.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화면을 켜두고 서로 각자의 생활을 했다. 머나먼 타지에서 외로워서 그런 거겠지 싶어 나는 밤낮을 바꿔 가며 영상통화에 응했다. 한 번은 주방에서 손에 뭘 묻히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초인종이 울려서 나도 모르게 ‘☆야! 네가 좀 나가 봐라.’한 적도 있었다. 그 정도로 영상통화는 일상적인 것이었다. 


 수업 내용, 친구들 이야기 미주알고주알 나불대는 소리는 뭘 바라는 것이 아니어서 그저 들어주면 되었다. 그래도 책을 읽는다거나 하는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하기는 어려웠다. 돌이켜 보면 그래서 뜨개질이나 바느질을 시작했던 것 같다. 


 딸과의 소통은 아주 소중했다. 다른 집 애들은 용돈이나 떨어져야 연락한다는데 우리 집 딸내미는 나랑 거의 붙어살다시피 하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함께하는 시간이 좋아서 마마걸인가 싶은 걱정은 뒤로 치워 놓았었다. 딸은 입으로 공부하는 스타일이어서 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한 시간 수업을 두 시간 떠든 적도 있었다.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새도 통화를 많이 한다. 설거지나 빨래, 청소와 같은 지루한 일을 하면서 소재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눈다. 덕분에 나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패션, 노래, 책, 영화, 웹툰, 취미 등 최신 유행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러다 Miley Cyrus의 노래 ‘Flowers’를 듣게 되었다.  


 최근 BTS의 지민이 앨범 <Face>의 수록곡 ‘Like Crazy “로 빌보드 핫100에서 Miley Cyrus의 노래 ‘Flowers’를 밀어내고 1등을 차지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Flowers’가 꽤 인기 있는 노래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딸내미 덕분에 최신 유행곡을 알고 있어서 좀 우쭐했다. 

   

Miley Cyrus / Flowers   

   

We were good, we were good

Kinda dream that can′t be sold

We were right ′til we weren′t

Built a home and watches it burn     

Mm, I didn′t wanna leave you

I didn′t wanna lie

Started to cry, but then remembered I     

I can buy myself flowers

Write my name in the sand

Talk to myself for hours

Say things you don′t understand

I can take myself dancing

And I can hold my own hand

Yeah I can love me better than, you can     

Can love me better

I can love me better, baby

Can love me better

I can love me better, baby


Paint my nails, cherry red

Match the roses that you left

No remorse, no regret

I forgive every word you said     

Ooh, I didn′t wanna leave you, baby

I didn′t wanna fight

Started to cry, but then remenbered I     

I can buy myself flowers

Write my name in the sand

Talk to myself for hours, yeah

Saying things you don′t understand

I can take myself dancing, yeah

And I can hold my own hand

Yeah, I can love me better than, you can     

Can love me better

I can love me better, baby

Can love me better

I can love me better, baby

Can love me better

I can love me better, baby

Can love me better

Oh, I     

I did not wanna leave you

I didn′t wanna fight

Started to cry, but then remembered I

I can buy myself flowers (oh)

Write my name in the sand (mmh)

Talk to myself for hours (yeah)

Say things you don′t understand (Better than you)

I can take myself dancing, yeah

And I can hold my own hand

Yeah, I can love me better than

Yeah, I can love me better than, you can     

Can love me better

I can love me better, baby (oh)

Can love me better

I can love me better, baby

Can love me better

I can love me better, baby

Can love me better

I



 Miley Cyrus의 노래 ‘Flowers’의 가사이다. 노래 제목 ‘Flowers’는 한국어로 ‘나도 나에게 꽃은 사 줄 수 있어’로 번역되어 알려지는 것 같다. 연인과 헤어진 후 홀로서기를 하는 내용이다. 화자는 연인과 어긋나기 전까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꿈처럼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떠나기 싫었다고 말한다. 울다가 문득, 꽃은 내가 나에게 사 줄 수 있다는 자각에 이른다. 모래에 이름도 혼자 쓰고 너의 이해를 바랄 필요 없이 이야기도 몇 시간이고 할 수 있다. 춤도 혼자 추러 갈 수 있고 내 손이 두 개라서 손을 마주 잡을 수도 있다. 오 예! 이렇게 나도 너보다 더 많이 나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다. 이 노래의 주인공은 참으로 멋져 보인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노랫말을 곰곰이 새기며 듣다 보니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떠오른다. 이 시는 아주 유명하다. 비록 ‘영변’인지 ‘연변’인지 헷갈릴지언정, 전문은 다 못 외울지언정 시의 몇 줄은 제법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나 보기가 역겨워 ~’라고 운만 떼도 ‘가실 때에는 고이 보내드리우리다’하고 받아치는 사람이 꽤 많다. 궁금하면 지금 옆 사람에게 한 번 실험해 보시라.


 ‘진달래꽃’은 내가 싫다고 가는 당신 쿨하게 보내 주겠다는 내용이다. 아무 말 않고 울지도 않겠다. 그뿐만 아니라 가는 걸음걸음마다 꽃을 뿌려주겠다고 한다. 꽃을 피하지 말고 내리눌러 밟으며(즈려밟고) 가라 한다. 아우 어디 부담스러워서 걸음을 뗄 수나 있겠나. 아주 겁이 나는 협박이다. 결국 ‘떠나면 죽여 버리겠어!’다.


 나는 노래 ‘Flowers’에서 헤어짐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당당히 홀로 선 자의 의지보다는 미련을 더 많이 느꼈다. ‘탓하지 않고 후회도 않는다. 나는 내가 더 사랑해 줄 수 있다.’ 이런 말들이 반복될 때마다 ‘나에게 돌아와 주세요.’로 들렸다. 부정의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 했으니 긍정의 긍정은 부정이 되는 건가. 강한 긍정이 반복되니 결국 부정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 네가 아무리 스스로 사랑을 줄 수 있다 말해도 다른 이의 사랑이 간절하다. ‘Flowers’는 헤어진 연인에게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르짖는 절규 같다.


 사람들은 왜 자신이 느끼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는 것일까.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안다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말함으로써 자존심이 상할까 봐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것 같다. 당신이 없으면 난 아무것도 못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는데도 떠나 버리면 그 뒷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가시는 걸음걸음 꽃을 뿌리고, 혼자 꽃을 사면서 견뎌보겠노라 말한다.      


 관계자 아닌 내가 그 마음을 알아준들 뭐가 달라지겠느냐마는 그래도 쿨하지 못한 그대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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