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종합자료실에는 줄지어 있는 서가에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다. 자료실 한편에 있는 6인용 테이블에서 책을 잠깐 볼 수도 있고 자료실 밖으로 가지고 나가려면 대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발행된 지 오래되었거나 대출 빈도가 낮은 책들은 보존서고로 옮겨 보관하므로 도서관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장서가 있다.
용인중앙도서관은 2025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리모델링 작업이 실시될 예정이어서 소장 도서를 한 사람에게 30권씩 1년 동안 빌려준다고 한다. 책을 한 사람당 30권씩 일 년을 독점하여 볼 수 있으면 4인 가족이 모두 도서관 회원일 경우 120권이 된다. 집에 작은 도서관을 갖게 되는 셈이다.
지금 도서관은 매우 붐빈다. 최근 5년여 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종합자료실에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서가마다 사람들이 있어서 지나가기가 어렵다. 아주 열중하고 있어서 잠깐 길을 내달라고 부탁하기도 미안하다. 나는 기꺼이 빙 돌아 옆 서가로 건너간다. 무인 대출 기계 앞에도 줄이 생겼다. 대출 권수와 기간에 혜택이 적용되기 시작한 지 이틀째인데 벌써 서가가 많이 비었다. 신간은 물론이고 고전 문학 작품들도 이미 대출 중이다. 보존 서고의 책들조차 누군가 빌려갔는지 반납 예정일이 2025년 12월로 되어 있다.
뭔가 아쉬운 마음에 서가를 돌아다니며 남아 있는 책들을 사열했다. 한때 잘 나갔을 것 같은 -예약하고 내 차례를 기다려서 겨우 읽었던, 표지가 너덜거리고 본문 일부 페이지가 뜯어진, 원래는 무선 제본이었지만 책장이 분해되어 실로 다시 제본한, 같은 책이 여러 권인- 책들이 남아 있기도 했다. 그 책들은 왕년을 그리워하며 신세 한탄을 하고 있을 것 같아서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낡은 책들에게는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말해 주고 싶다.
어린이 도서 중에서는 학습만화 시리즈가 제일 먼저 대출되었다. 접이식 카트를 가지고 와 한가득 책을 실어 가는 학부모들, 두께가 한 뼘은 되어 보이는 책을 빌려 가는 초등학생 모두 어여쁘다. 최소한 장바구니 하나씩은 가져와서 책을 가득 채워간다. 무슨 책을 빌려 가나 다른 이의 바구니를 들여다보는 마음이 즐겁다.
서가가 빈 것처럼 보여도 잘 살펴보면 내가 읽고 싶었고 읽어야 했으나 미처 읽지 못한 책이 많다. 2025년 한 해는 내 게으름을 보충할 소중한 기회가 될 것 같다. 열심히 읽어보고자 신중하게 책을 골랐더니 30권에 미치지 못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책이라도 되는 듯 비장한 기분마저 들었다. 비록 이 책을 다 읽지 못하더라도 근본 있는 독서가의 긍지를 키우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