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읽고

by philosophers needlework

《곰스크로 가는 기차(프리츠 오르트만 글, 안병률 옮김, 북인더갭 펴냄, 2010)》는 여덟 편으로 구성된 단편집입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평생에 꼭 한번 가야 할 운명적인 도시 곰스크로 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던 한 남자가 곰스크로 가지 못하는 이야기지요. 남자는 결혼식을 올리고 아내와 함께 곰스크행 열차를 탑니다. 잠시 정차한 역에서 부부가 쉬는 사이에 열차는 떠나버립니다. 차표가 유효하지 않아서, 차비를 벌기 위해서, 안락의자를 가지고 가야 해서, 아이가 생겨서, 직업이 생겨서... 남자는 곰스크에 가지 못합니다.

당신의 곰스크는 어디, 무엇인지요?

당신은 곰스크에 갈 수 있을까요?

혹시 그곳에 도착하셨나요?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는 걸 포기했고 여기 이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 부인과 아이와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을 얻었어요. 그것이 당신이 원할 것이지요.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기차가 이곳에서 정차했던 바로 그때 당신은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기차를 놓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 모든 순간마다 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요.” 그는 오랫동안 동이 트는 아침을 말없이 바라보았고. 싸늘하고 명료한 개똥지빠귀 노랫소리만이 비현실적으로 크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차례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의미없는 삶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직 그걸 몰라요. 당신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맞서 들고 일어나죠.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지요. 내가 원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만족하게 되었어요.”

우리 둘의 운명을 뒤섞은 듯한 그의 말은 정말 기이한 것이었다.

나는 곰스크로 갈 때를 대비해 항상 돈을 저축했다. 일이 년 후에 아이가 좀더 자라면 출발하려고 했다. 적당한 일자리를 구하는 동안 배를 곯지 않을 정도의 돈도 충분히 모았다. 물론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우리의 둘째가. 이번에는 여자아이가 태어나자 내 계획은 좀 더 뒤로 밀려났다. 나는 직업을 통해 천천히 마을사람들의 삶으로 끌려들어갔다. 학생들의 부모들을 알게 되었고, 이장님은 종종 우리를 방문했다. 이제 마을에서는 어느 누구도 나를 이방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을의 유일한 선생님이 바로 나였으니까. 아마도 나는 전임자만큼 나이가 들어서 더 젊은 사람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까지 아이들을 가르칠지도 모르겠다.

오늘까지도 여전히 그것은 나를 사로잡는다. 곰스크로 가는 특급열차가 저 멀리 돌진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 찢어지는 듯 슬픈 기적소리가 초원을 뚫고 울리다가 멀리 사라질 때면, 갑자기 뭔가 고통스러운 것이 솟구쳐 나는 쓸쓸한 심연의 가장자리에 놓인 것처럼 잠시 서 있곤 한다. 그러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말없이 아내와 아이들 곁을 지나쳐 내 전임자가 죽을 때까지 묵었던 바로 그 다락방으로 올라간다. 나는 문을 잠그고 침대에 몸을 던진 채 그 나머지 시간을 누구하고도 말하지 않고 숨어서 보내곤 하는 것이다. - <곰스크로 가는 기차> 60, 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