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프 에를부르흐의 그림책《내가 함께 있을게》를 읽고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 모임은 미리 정한 책을 읽어 와 비교적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느슨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밴드를 활용해 개인적으로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카카오톡 단체방에 이 책 좋더라는 감상을 올려 갑자기 작은 독서모임이 이루어질 때도 있다. 최근 모임에는 회원 한 분이 나누고픈 그림책이 있다며 갖고 오셨다. 오리와 죽음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이야기였다. 삶과 죽음의 본질을 담은 그림책이다. 그날의 낭독 독서는《내가 함께 있을게》로 대신했다.
이야기 속 오리는 어느 날 자신의 뒤를 따라다니는 존재가 '죽음'임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당연히 두려움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죽음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점 친구가 된다. "죽음만 아니라면 괜찮은 친구였습니다. 그것도 꽤 괜찮은 친구였어요." 이 구절에서 죽음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죽음을 삶의 반대편에 있는 것으로 피해야 할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죽음이 사실은 삶의 일부분이며 태어날 때부터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죽 나는 네 곁에 있었어. 만일을 대비해서." 죽음의 이 말은 우리에게 죽음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오리와 죽음이 나무에 올라 연못을 내려다보는 장면이 있다. 오리는 자신이 죽으면 연못이 외롭게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죽음은 "네가 죽으면 연못도 없어져. 적어도 너에게는 그래"라고 말한다. 이 대화는 죽음이란 단순히 육체적 소멸이 아니라 개인의 의식과 함께 그 사람의 세계 전체가 사라지는 것임을 암시한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떠나면 그 세계도 함께 사라진다.
계절이 변하고 오리가 점점 약해져 갈 때, 그는 죽음에게 "추워. 나를 좀 따뜻하게 해 줄래?"라고 말한다. 이제 오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은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에 함께하는 친구가 되었다. 죽음이 오리의 깃털을 쓰다듬어 매끄럽게 펴 주고 커다란 강에 조심스레 띄우는 장면은 죽음이 결코 잔인하거나 무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드럽고 자비로운 모습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 문장, "하지만 그것이 삶이었습니다"는 이 이야기의 핵심을 담고 있다.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죽음은 피해야 할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삶의 시작부터 함께하는 동반자이다. 그리고 이 인식은 역설적으로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하루가 저물 때 노을처럼, 삶의 끝에 오는 죽음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오리가 죽음과 함께한 시간이 그에게 의미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생각하며 오늘을 더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일부라는 깨달음은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만든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이 그림책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죽음이라는 동반자와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그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온전한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강물에 조용히 떠내려가는 오리의 모습을 바라보는 죽음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사랑하는 이들을 보내며 슬퍼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삶이다. 그리고 그 슬픔조차도 우리가 살아있음을 우리가 사랑했음을 증명하는 소중한 감정이다.
죽음은 오랫동안 떠내려가는 오리를 바라보았습니다.
마침내 오리가 보이지 않게 되자 죽음은 조금 슬펐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삶이었습니다.
《내가 함께 있을게》볼프 에를부르흐 글·그림, 김경연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