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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픽 Apr 24. 2018

<라이브>의 염상수는 왜 경찰을 관두지 않을까

정신과 의사가 쓴《무엇이 당신을 일하게 만드는가》로 읽는 드라마

요즘 tvN 주말드라마 <라이브>(Live)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라이브>는 서울의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매회 촉법소년(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미성년 범죄자들), 성범죄, 살인, 데이트 폭력, 불법 도박 등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됐던 실제 사건들을 에피소드로 다루면서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과 공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tvN 주말드라마 <라이브> 공식 포스터 - 출처: tvN <라이브> 공식 홈페이지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건 바로 주인공인 경찰들의 이야기입니다. <라이브>의 배경이 되는 홍일지구대 소속 경찰들은 시도 때도 없이 격무에 시달립니다. 사건 하나가 해결이 될라 치면 잇달아 다른 사건이 터져 나오거나, 동시에 발생하는 사건들 때문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강력범죄라도 하나 터지는 날엔 며칠 동안 집에도 못 들어가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낸 장면은 따로 있었는데요, 바로 민원인들의 '갑질'입니다. 음주운전을 단속했다는 이유로 경찰들의 뺨을 때리는 유력 정치인부터, 자해를 한 뒤 경찰관의 탓으로 돌리며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주취폭력자들까지. 그럼에도 경찰들은 "민원인은 갑(甲)이고 경찰은 밥!"이라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습니다. 

뺀질이 염상수가 변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럴 때마다 이들은 옷을 벗어야 하나 고민하지만 금세 잊고 다시 사건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민원인들의 갑질과 피의자들의 위협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이들을 현장으로 달려나가게 하는 근본적인 힘은 바로 '성취감'과 '인정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라이브>의 남자 주인공인 염상수(이광수 분)는 원래 먹고살기 위해 경찰이 된 케이스입니다. 처음부터 사명감 따위란 존재하지 않았던 그였기에, 생각보다 험난한 경찰 생활은 직업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상수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점차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동네 여학생들만을 골라 성폭행하던 강간범과 사투를 벌인 끝에 범인을 검거하는 데 성공하고 날아갈 듯 기뻐합니다. 성폭행범을 자신의 손으로 잡았다는 성취감은 범인 검거 중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조차도 잊게 만든 셈이죠. 

남들로부터의 인정 역시 그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입니다. 그는 힘들 때마다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보곤 하는데요, 휴대폰 사진첩 속에는 자신이 부모의 학대로부터 구해낸 아이와 자신처럼 커서 훌륭한 경찰이 되겠다는 소년의 사진이 있습니다. 자신이 구출한 피해자들(혹은 피의자들조차도)로부터 감사 인사와 함께 인정을 받을 때, 그는 비로소 경찰이 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먹고살기 위해 경찰이 됐으나 점차 사명감에 눈을 뜨기 시작한 염상수(이광수 분) - 출처: tvN <라이브> 공식 홈페이지

그만큼 성취감과 인정 욕구는 강력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당신을 일하게 만드는가》의 저자인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은 우리가 일하는 근본적인 이유들을 '돈·인정 욕구·소속감·성취감·재미·성장·승부욕·도전·명령·이타심'이라는 10가지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앞서 살펴 본 성취감과 인정 욕구 역시 여기에 포함됩니다. 경찰·군인·소방관 등 공익을 위해 자기 자신의 희생이 요구되는 제복 공무원들에게는 특히 이러한 감정들이야말로 힘든 일을 버티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을 통해서 받게 되는 인정은 사람을 통해서 받는 인정, 보상을 통해서 받는 인정, 실력을 펼칠 수 있는 장소가 있는 데서 오는 인정으로 나눌 수 있다. 직장에서 세 가지 측면의 인정을 골고루 받을 때 사람들은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고 보람 있다고 느낀다." - p.52

"내 일에 대해서 사람들이 인정을 해주고 칭찬을 해주는지도 성취감에 한몫한다. 청소부 아주머니가 열심히 화장실을 청소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오늘 화장실이 보통 때보다 훨씬 깨끗해요', '아주머니가 청소를 하면 확실히 달라요'라고 신경 써서 인정을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저분하면 그때그때 지적을 당할 뿐이다. 칭찬은 없고 처벌만이 존재하는 일에서 성취감을 느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 p.125


오늘도 경찰분들은 우리 곁에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 발로 뛰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길을 가다 순찰 중인 경찰분들을 마주치게 되면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 한 번 드려보는 건 어떨까요.  

필로소픽이 대한민국 경찰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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