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네 번째 책상 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
책과 뜨겁고 달콤한 사랑을 나눠본 적이 있나요?
여기 한 명의 책덕후가 있습니다.
그저 책이 좋아 도서관에 틀어박힌 채 전투적으로 책을 읽습니다. 그럼에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습니다. 내가 찾는 책이 서점이나 도서관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절망스럽습니다.
결국 절판된 책을 찾아 헌책방까지 들락날락합니다. 마침내 책방 한 구석에서 원하던 책을 찾았을 때의 희열, 닳고 닳아 낡은 책이 혹시 바스라지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책을 꺼내들 때의 설레임, 책을 가슴에 품고 책방 문을 나설 때의 성취감까지.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마냥 기뻐서 웃음이 멈추지를 않습니다.
헉,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고요?
죽는 순간까지 책을 읽고 싶다거나, 읽고 싶은 책들을 다 읽지도 못한 채 내 삶이 끝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을 해본 적이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책중독 말기환자'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책은 더 이상 취미활동이나 교양쌓기를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열렬한 사랑의 대상으로까지 승화된 셈입니다. 소설가 김운하 역시 책과 사랑에 빠진 대표적인 책덕후입니다. 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이 읽은 책들에 절절한 사랑고백을 하기도 했는데요, 5월 중순에 출간될 《네 번째 책상 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는 바로 김운하 작가가 책들에 보내는 러브레터입니다.
책과의 연애에도 단계가 있다
저자는 연인 간의 연애에도 단계가 있듯이, 책과의 연애에도 단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혹시 내가 책과 열렬한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신다면, 아래 단계들을 보면서 자신이 책과 얼마나 '진도'를 나갔나 확인해보세요!
첫째, 운명처럼 한 권의 책을 만납니다. 고민거리를 안고 방황하던 순간, 어쩌다 들춰본 책의 첫 문장이 나를 사로잡아 버립니다. 결국 밤을 꼴딱 새워 그 책을 읽어내려 가는데요, 이때는 순진하게 내가 고민하던 문제의 답이 그 책에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과정입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첫 눈에 반한 상대와 '썸'을 타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책과의 열렬한 연애를 시작합니다. 어렴풋하게나마 책 속에 내 고민에 대한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합니다. 썸의 단계를 넘어 본격적으로 상대방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책과의 연애는 연인 간의 연애와 다른 점도 있습니다.
첫째, 마음껏 한 눈을 팔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사귀는 동안 바람을 피우는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하지만 책과의 연애는 다릅니다. 읽던 책에서 발견한 새로운 저자, 새로운 책을 찾아 읽습니다. 어느 정도 책을 읽었다고 자부하는 나, 그런데 책을 읽다가 모르는 저자의 이름을 발견합니다. 자존심도 상하고 초조해질 지경입니다.
둘째, 상대를 소유할 수 있습니다. 연인 간의 사랑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지 결코 서로를 소유의 대상으로 바라봐선 안됩니다. 그러나 책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애서가를 넘어 장서가가 되어야 합니다. 표지가 예쁜 책은 무조건 사고, 절판된 책을 찾아 헌책방에 들락거립니다. 그러다가 초판본, 희귀본 수집에까지 손을 뻗습니다.
《네 번째 책상 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는 책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책덕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나와 똑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책덕후의 자전적 에세이를 통해, 진정한 책덕후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 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