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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픽 May 23. 2018

노무현 대통령의 서재를 들여다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를 맞아 방문한 봉하마을

오늘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입니다.

지난 주말, 노 전 대통령 서거 9주기를 앞두고 블로그지기는 노 전 대통령의 생가와 묘역이 위치한 김해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봉하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대통령의 집'이었습니다. 이 집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서거 전까지 머물렀던 사저입니다. "이 집은 내가 살다가 언젠가는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집"이라는 유지에 따라 올해 5월 1일부터 민간에 개방됐다고 하는데요,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집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김해 봉하마을에 자리잡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


과거 모 야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일컬어 '아방궁'이라는 표현을 써서 물의를 빚은 바 있었는데요, 두 눈으로 직접 본 대통령의 집은 아방궁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방궁은커녕 우리 주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소박한 집 한 채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대신 이 집엔 주인인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이 담겨있었습니다.

이 집은 흙, 나무 등 자연 재료를 이용해 설계됐다고 합니다. 또 주변 산세와 어우러지면서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 지붕을 낮고 평평하게 지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붕 낮은 집'으로도 불립니다.


"마을 공동체의 모델이 될 베이스캠프. 이것이 대통령이 첫 번째 만남에서 내게 주문한 내용이었다. 내가 설계한 불편한 흙집은 마을의 삶을 함께 보듬고 함께 고민하고 일하자는 대통령의 생각이 스며있는 것이다." - 대통령의 집을 설계한 고 정기용 건축가


해설사는 "방에서 다른 방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계속 밖으로 나오게끔 설계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이유인즉슨, 퇴임한 다른 전직 대통령들처럼 안에만 꽁꽁 틀어박혀 있지 말고 억지로라도 계속 밖에 나와서 비가 오고 눈이 오는 걸 느끼며 자연과 더불어 살라는 건축가의 의도가 깃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서재에는 어떤 책들이 꽂혀있었을까?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서재'였습니다. 서재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그는 참모들과 함께 마을 생태계 복원과 민주주의 연구에 몰두했다고 하는데요,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과연 한 나라를 이끌었던 국정 최고 지도자의 서재에는 어떤 책이 꽂혀있었을까 무척 궁금해지더군요.

서가에는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있었는데요, 총 919권이라고 합니다. 책상 위에는 그가 서거 직전까지 읽던 책들도 올려져 있었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대한민국 개조론>,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 전집 등 우리에게 친숙한 책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재


노 전 대통령은 하루에 책을 5~6권씩 번갈아 가며 읽는 스타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지적 욕구가 왕성했다는 뜻이겠죠? 퇴임 후 그가 남긴 육필 원고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했는지 짐작이 가능합니다. 그가 가진 지식의 원천이 모두 이 책들에서 비롯된 셈입니다.

생전의 노 전 대통령은 말과 글의 힘을 무척이나 강조한 대통령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말을 못하는 지도자는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까지 주장했습니다.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통치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는 말과 글이 필요 없었습니다. 오로지 무력과 위엄만 갖추면 됐습니다. 그러나 민주정부의 지도자라면 말과 글로 국민들과 소통하고 설득해야만 합니다. 그의 유창한 말하기와 글쓰기는 결국 다독(多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전까지 읽던 책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육필 원고


책 많이 읽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공부하는 대통령, 그런 대통령을 만날 때 국민들은 행복할 것입니다. 지적 능력이 결여된 이를 지도자로 세우면 나라와 국민이 모두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그러한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바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책 많이 읽는 대통령,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 '책 권하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그런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품어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


▶◀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9주기를 맞아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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