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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픽 Jun 20. 2018

진보가 나아가야 할 길

[출간 후 연재] #5. 《더 나은 진보를 상상하라》

미래의 진보는 과거의 진보와 비슷할 수 없다. 시대가 너무 많이 달라졌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두 세대를 옭아매온 정체성 정치의 주술을 깸으로써 우리가 시민으로서 공유한 바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이 국가를 보는 방식, 국가에 말을 거는 방식,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방식,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이 잘못되었고 역효과를 낸다는 점을 나의 동료인 그들이 나의 논증을 통해 깨닫기를 바란다. 그들의 기권은 끝나야 하고, 새로운 접근법이 채택되어야 한다. 

이것은 달콤하면서 씁쓸한 진실인데, 지난 반세기를 통틀어 진보주의자들이 국가권력을 탈환할 기회가 지금보다 더 좋았던 때는 없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공화당은 엉망으로 흐트러졌고 지적인 파산 상태에 빠졌다. 레이건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언덕 위의 찬란한 도시shining city upon a hill'가 덧문이 내려진 지 오래된 상점들과 버려져 잡초로 뒤덮인 공장들이 즐비한 러스트 벨트로 변했다는 것, 마실 물이 없고 갱들이 밤을 지배하는 도시들로 변했다는 것, 온 가족이 건강보험도 없이 최저임금 파트타임 노동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집들로 변했다는 것을 이제 대다수 미국인은 인정한다. 민주당 지지자들, 무당파들,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자신들을 저버렸다고 느낀다. 그들은 미국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정치에 다시란 없다. 단지 미래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미국의 미래가 진보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의 메시지는 간단할 수 있으며 또한 간단해야 한다. 미국은 캠핑장이 아니라 공화국이다.  

시민들은 차에 치여 죽는 동물이 아니다. 부수적 피해자가 아니다. 정규분포 곡선의 꼬리가 아니다. 시민은 단지 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중 하나다. 과거에 우리는 외부의 적에 맞서 국가를 방어하기 위해 어깨동무를 했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중 누구도 낙오될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내부에서 힘을 합쳐야 한다.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며, 누구나 상대방 덕분에 그러하다. 이것이 진보주의가 의미하는 바다. 

미국 진보주의자들은 기회를 놓칠 기회를 놓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번만큼은 그 예언이 실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진보주의자들과 급진진보주의자들이 비축한 에너지가 방출되게 만들었다. 자신들 안에서 그런 에너지를 발견하고 그들 스스로 깜짝 놀라는 듯하다.  

왼쪽에서 온 대중적 물결이 오른쪽에서 온 대중영합주의적 물결에 맞서 치솟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저항'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단기 전략은, 우리가 추구한다고 공언하는 변화를 실현할 수 있기 위해서 우리가 보유한 마지막 한 톨의 에너지까지 선거에 쏟아붓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장기적 야망은, 진정으로 진보적 가치관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모든 시민이 시민으로서 호응하는 미국의 비전을 개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런 비전의 개발은 무엇보다도 정체성의 시대를 과거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만시지탄인 면이 없지 않지만, 지금은 실질적이어야 할 때다.


※ 출처: 마크 릴라 저, 《더 나은 진보를 상상하라》, 필로소픽, 2018.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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