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후 연재] #01. 우리가 몰랐던 임시정부의 성지 - 서울 효창공원(효창원)
소나무가 우거진 효창원(효창공원)은 원래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의 첫째 아들인 문효세자와 뒤이어 세상을 떠난 의빈 성씨의 유해를 모신 왕가의 무덤이었다. 일제가 조선을 병합한 후 무덤을 강제로 이장했다. 1940년, 조선총독부는 효창원을 '효창공원'으로 바꿔 불렀다.
해방 후인 1946년, 김구 선생은 '민족의 정기를 바로 찾겠다'며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세 분 의사의 유해를 이곳으로 모셨다. (삼의사 묘역) 같은 해, 임정의 주요 인사였던 이동녕, 조성환, 차리석 선생의 유해 역시 중국에서 수습해 같이 모셨다. (임정 요인 묘역)
삼 의사 묘역에는 비석 없는 무덤이 하나 더 있는데, 김구 선생이 안중근 의사를 위해 남겨놓은 가묘다. 훗날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아 국내로 봉환할 경우, 가묘 자리에 공식 안장할 예정이다. 안 의사는 1909년 의거 이래 지금까지 100년 넘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1949년 6월 26일, 애국지사들의 유해를 직접 모셨던 김구 선생이 육군 소위 안두희의 총탄에 서거한 뒤, 삼 의사 묘역 옆에 영면했다.
일제와 이승만·박정희 정권이 저지른 만행
『임정로드 4000km』 취재팀은 2018년 6월, 20박 21일의 중국 현지 취재를 진행하기 전, 수차례 김구 선생과 삼 의사 묘역을 찾았다. 그때마다 느낀 감정은 다들 다르지 않았다.
분 노
김구 선생이 윤봉길·이봉창·백정기 삼 의사를 효창원에 모신 이유는 단순했다. 구한말, 청나라부터 시작해 일제 침략의 중심지가 됐던 용산 일대 효창원에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지 말자'는 의미로 세 분을 모셨다.
실제로 일제는 정조대왕의 장남 문효세자와 세자의 모친을 모셨던 효창원에 골프장을 짓는 만행을 저질렀다. (박정희 정권 역시 일제를 따라 다시 골프장을 건설하려 했다.)
시련은 김구 선생이 삼 의사 곁에 묻힌 뒤에도 계속된다.
묘역에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효창공원 입구부터 거대한 축구장(효창운동장)이 있다. 반세기 넘게 김구 선생과 삼 의사 묘역 남쪽을 막고 있다. 효창운동장 때문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9년 제2회 아세아축구선수권대회 개최를 구실로 독립운동가의 묘를 이장하고 운동장 건설을 밀어붙였다. 특히, 이승만 전 대통령은 김구 선생이 돌아가신 다음, 효창원에 경찰을 배치해서 시민들의 참배를 막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만행이 이 전 대통령이 쫓겨난 뒤에도 계속된다는 점이다. 1969년, 박정희 정권은 김구 선생과 삼 의사 묘역이 능선으로 이어진 머리 쪽에 느닷없이 '북한반공투사위령탑'을 세웠다. 일본군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 만들어진 건데, 이 역시 반세기 넘게 김구 선생의 묘역과 삼 의사 묘역 머리 쪽에 버티고 있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대한민국에서 임시정부에서 국무위원과 비서장을 역임한 차리석 선생의 아들 차영조 선생이, 부친의 묘를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승만, 박정희부터 시작된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효창원이 애국지사 묘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끝까지 지켜냈다.
그리고 마침내 2018년 8월, 문재인 정권은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계기로, 효창공원을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억하는 공간으로 재조성해야 한다는 보훈혁신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효창공원 성역화를 결정했다. 김구 선생이 서거한 지 꼭 70년 만의 일이다.
어떻게 갈까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효창동 효창원로 177-18
서울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앞역 1번 출구로 나와서 효창공원 방향으로 5분 정도 올라가면 문제의 ➊ 효창운동장이 보인다. 운동장을 끼고 좌측으로 50m만 걸어 올라가면 2002년에 준공된 ➋ 백범김구기념관이 있다. 반면 효창운동장을 끼고 우측으로 돌아가면 효창원 정문이 보인다. 좌로 가든 우로 가든 효창운동장이 효창원을 턱하니 막고 있는 형태다.(➌ 의열사, ➍ 삼 의사 묘, ➎ 임정 요인의 묘)
주의사항 및 팁
6호선 효창운동장역 1번 출구 ‐ 백범김구기념관 ‐ 김구 선생 묘 ‐ 삼 의사묘 ‐ 임정 요인 묘 ‐ 의열사 순으로 돌아보면 된다. 반공투사위령탑과 효창운동장은 주요 유적지로 표기하지 않았다. 굳이 찾지 않아도 김구 선생과 삼 의사 묘역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면 효창운동장이 보인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 반공탑이 서 있다.
생각해보면 서울 도심 한가운데 효창원이 있음에도 찾는 시민들의 걸음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다. 무엇보다 애국지사 묘역에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이 저지른 만행을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
2019년 대한민국 100년을 맞이하며 더더욱 이러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 김구 선생과 삼 의사 묘역에 서면 왜 그리 강조하는지 알 수 있다. 자녀가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가보길 추천한다. 2030 청년이라면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것도 좋겠다. 모두에게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2019년 3.1 혁명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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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은 '백범의 계단'에 서라!"
이 책은 국내 최초 임시정부 순례길 여행가이드북이다. 중국 상하이에서부터 충칭에 이르기까지 임시정부 요인들이 활동했던 지역을 그대로 따라가며 기억 속에 묻힌 장소를 꺼내어 소개한다.
대한민국이 탄생한 '상하이 서금이로'부터 영화 <암살>, <밀정>의 약산 김원봉이 독립군을 훈련시켰던 '난징 천녕사' 등 임시정부 사적지를 소개하며 독자들이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걷지 않는 길은 사라진다." 역사의 진실이 아무리 귀중해도, 기억하지 않는다면 소용없을 것이다.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떠나는 임정로드 여행은 치열했던 우리 역사를 기억하는 가장 특별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