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로소픽 Jan 09. 2019

임시정부가 탄생한 곳이 어딘지 아시나요?

[출간 후 연재] #03.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만들어진 자리 '상하이 서금이로'

1919년 4월 10일 밤 10시, 중국 상하이 프랑스조계 김신부로 22호.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 치열한 논의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밤 늦은 시간, 도대체 이들은 왜 이곳에 모였을까. 

회의는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무려 1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기나긴 회의 끝에 의장을 맡았던 중년의 사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 여러분... 
오늘부터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렇다. 이날 열린 회의는 일제의 핍박을 피해 상하이로 망명한 독립운동가들이 새 정부를 세우기 위해 개최한 '제1차 임시의정원 회의'였다. 



192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및 임시의정원 신년축하식 기념사진 - © 국가기록원


회의 끝에 국무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1910년 8월 29일에 멸망한 대한제국을 계승한다는 뜻에서 나라 이름을 '대한'이라 명명했으나 '제국'이 아닌 '민국'을 표방했다. 

전제군주가 아닌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 한반도 역사상 최초의 민주공화제 정부 대한민국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위 내용은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중국 상하이에 가면 '서금이로(瑞金二路)'라는 길이 있다. 『임정로드 4000km』 취재팀이 카메라와 삼각대, 지도 한 장 들고 프로젝트의 첫 걸음을 뗀 곳이다. 

1919년 4월 11일, 이곳 서금이로 어디선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생했다. 임시정부라는 딱지가 붙었지만 엄밀히 따졌을 때,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이 탄생한 곳이 바로 상하이 서금이로의 '어딘가'이다. 옛날에는 '김신부로(金神父路)'라고 불렀던 길이었다. 

이곳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반복되는 건국절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역사적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것처럼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은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 11일이 대한민국 건국일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면서 끊임없는 공세를 펴고 있다. 

이들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1948년 8월 15일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건국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1948년 이전에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없었다는 의미다. 


2012년 12월 28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단독 접견을 하는 모습. 두 사람은 의도적으로 '건국절' 논란에 불을 지폈다 © 대한민국 청와대


『임정로드 4000km』 취재팀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시작된 중국 상하이 서금이로(옛 김신부로)를 찾아 직접 현장을 확인한 이유이기도 하다. 

1948년 건국을 외치는 이들의 주장처럼 1948년 이승만 정권 수립 이전에는 정말 대한민국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대한민국 탄생 100년을 앞두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를 확인했다. 

대한민국이 시작된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서금이로 청사 터 © 오마이TV


기대가 과했던 탓일까? 서금이로를 따라 걸었던 한 시간, 진한 아쉬움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밀려왔다. 


대한민국의 출발지건만 어디에서도 "이곳이 대한민국이 탄생한 곳이다"라는 흔한 표지석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탄생 지점을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기록이 없다는 말도 미리 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곳이 대한민국의 시작점이라면, '서금이로 어딘가에는 작은 표지석 하나 놓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서금이로 청사 터 앞에서 허탈함을 느낀 『임정로드 4000km』 취재팀 © 오마이TV


다행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뉴라이트에 의해 왜곡되고 축소됐던 우리 역사가 바로 서고 있다. 


2019년 대한민국 탄생 10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서울 서대문구에 건립된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다. 임시정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 지원이 이어지는 지금이야말로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생한 서금이로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여기서 탄생했다"는 표지석 하나를 놓아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어딘가에 가는 것은 최소한 그 장소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무언가를 통해 기억하고 기록할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탄생한 서금이로에는 아직 아무런 표식도 없다. 


현재의 서금이로 모습 © 『임정로드 4000km』


걷지 않는 길은 사라진다


현재 상하이에는 당시 임시정부 요인들이 사용했던 청사가 딱 하나 남아있다. 

흔히들 상하이 마지막 청사라 부르는 마당로 임시정부 청사다. 1926년부터 윤봉길 의사 의거 직후인 1932년 4월 말까지 사용했던 청사다. 


상하이 마당로 청사 © 김경준


이 청사는 중국에서 패션과 음식으로 유명한 지하철 신천지역(新天地站) 일대에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그러나 대부분 거기까지다. 말 그대로 신천지 카페거리 가는 길에 한 번 둘러보는 곳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임시정부와 관련된 상하이 유적지가 마당로 청사 하나만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상하이 첫 번째 청사 터와 마지막 마당로 청사는 걸어서 불과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면 오갈 수 있다. 

시민들이 임시정부를 더 열심히 찾도록 표식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관심이 생기고 더 많은 발걸음이 이어진다.


어떻게 갈까
대한민국이 탄생한 장소 화살표로 표기한 곳이 서금이로 © 『임정로드 4000km』


주소: 상하이 지하철 13호선 회해중로역(淮海中路站) 일대 

※ 정확한 주소를 특정할 수 없음 


위의 지도를 참고하자. ➊ 서금이로를 비롯해 ➋ 회해중로, ➌ 예관 신규식 선생 거주지, 윤봉길 의사와 김구 선생의 ➍ 시계 교환 장소까지 표기된 지도를 확인할 수 있다. 

가는 법은 어렵지 않다. 상하이 지하철 13호선 ➎ 회해중로역(淮海中路站)에서 하차한 뒤, 1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바로 보이는 좌우로 쭉 뻗은 길이 회해중로다. 이 길을 따라 ➏ 놀이공원(Wangka Paradise) 방향으로 약 200m 정도 이동하면 회해중로와 서금이로가 ➐ 만나는 지점이 나온다. 

거기서 남북으로 난 길이 지금의 서금이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생한 옛 김신부로(金神父路)다. 

바로 이 서금이로 거리 어딘가에서 우리 역사 처음으로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가진 나라가 탄생했다. 1919년 4월 11일의 일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첫 번째 청사가 위치한 서금이로와 ➑ 두 번째 청사가 위치한 회해중로 교차 지점에 (QR코드 지도에 표기한) ➒ 맥도날드가 있다. 기준점으로 삼으면 수월하다. 


주의사항 및 팁


서금이로는 남과 북으로 길게 뻗은 도로다. 마음먹고 걸었을 때 성인 걸음으로 족히 1시간은 걸어야 한다. 그 길 어딘가에서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이 탄생했다. 

상하이 모든 곳이 그렇듯, 서금이로 역시 재개발 속도가 가열차다. 언제 어떻게 옛 흔적이 완전히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2019년 대한민국 100주년을 앞두고, 최소한 서금이로와 회해중로 교차점에 "이곳에서 대한민국이 탄생했다"는 표지석 하나가 필요한 이유다.



2019년 3.1 혁명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작
국내 최초 대한민국 임시정부 순례길 가이드북『임정로드 4000km』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일생에 한 번은 '백범의 계단'에 서라!"


이 책은 국내 최초 임시정부 순례길 여행가이드북이다. 중국 상하이에서부터 충칭에 이르기까지 임시정부 요인들이 활동했던 지역을 그대로 따라가며 기억 속에 묻힌 장소를 꺼내어 소개한다.


대한민국이 탄생한 '상하이 서금이로'부터 영화 <암살>, <밀정>의 약산 김원봉이 독립군을 훈련시켰던 '난징 천녕사' 등 임시정부 사적지를 소개하며 독자들이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걷지 않는 길은 사라진다." 역사의 진실이 아무리 귀중해도, 기억하지 않는다면 소용없을 것이다.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떠나는 임정로드 여행은 치열했던 우리 역사를 기억하는 가장 특별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폐허가 된 <이몽> 김원봉의 독립군 학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