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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픽 Jan 23. 2019

백범의 계단에 선 문재인, 왜 표정이 어두웠을까?

[출간 후 연재] #08. 충칭 연화지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의 뿌리입니다. 
우리의 정신입니다.


2017년 12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 중 처음으로 중국 충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했다. 

김구 선생의 흉상 앞에서 김정숙 여사와 함께 묵념했고, 김구 선생이 사용하던 침구도 직접 만졌다. 그리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의 뿌리입니다. 우리의 정신입니다'라고 방명록에 적었다.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이래 처음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시작을 대한민국 임시정부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의 요인들, 항일 애국지사 후손들은 함께 충칭 임시정부 청사의 계단에서 사진을 찍었다. 

1945년 11월, 환국 기념으로 김구 선생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계단에 서서 찍은 그 모습 그대로 포즈를 취했다. 문 대통령은 걸음을 옮기며 가슴이 멘다고 밝혔다. 



충칭 연화지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는 임시정부가 1940년 9월 충칭으로 옮겨온 뒤 입주했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청사다. 

이때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전열을 재정비하고 항일 독립운동에 온 힘을 다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정부로서 완전한 모습을 보인 것인데, 연화지 청사를 사용하기 전까지, 일제의 폭격으로 청사가 폭파되는 등 숱한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광복군의 실질적인 국내 진입작전을 준비하는 등 우리 힘으로 해방을 이루기 위한 마지막 노력을 기울였다.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 『임정로드 4000km』


충칭 임시정부 청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관련된 유적지 중 가장 완벽하게 복원된 장소다. 


충칭 시내 가운데 위치한 탓에 사라질 위기도 있었지만, 애국지사 이달 선생의 후손 이소심 여사가 애를 쓰셨다. 역사적 공간을 지켜내기 위해서, 알리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기에 어느 것 하나 쉽게 지나칠 수 없다. 

그중 1호 건물은 앞서 소개한 김구 선생의 동상을 비롯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을 소개하는 주 전시실이 들어서 있다. 2018년 8월 기준, 2019년 대한민국 100주년을 기념해 주 전시실 리모델링 중이다. 2019년 4월에는 모든 전시실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국무회의실 © 『임정로드 4000km』


김구 선생 흉상 © 『임정로드 4000km』


2호부터 5호 건물은 임시정부 요원 및 각 정부 기구 사무실을 복원해 놓았다. 이 의미는 다시 강조하지만 이미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 민족의 유일하고 적확한 정부로 역할을 해왔다는 뜻이다. 상하이를 시작으로 충칭까지 이어지는 임정의 26년 역사를 한 번이라도 눈여겨봤다면 건국절 같은 말은 할 수 없다. 


특히 충칭의 계단에 서서 애국지사들의 걸음을 느껴보고, 김구 선생을 비롯해 각 부처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생각하면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우리 자신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스스로 부인하고 망각할까? 애국지사들이 이 사실을 알면 무슨 말을 할까? 대한민국의 탄생은 1919년 4월 11일 상하이 서금이로에서 이루어졌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이다. 

충칭으로 유학 온 한국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 해설 봉사활동을 진행 중이다. 취재팀이 만난 대학생 유성목 씨도 마찬가지였다. 유 씨는 사천에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충칭 연화지 청사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이런 청년들의 관심과 노력이 모여 이제라도 항일애국지사들의 걸음이 재조명되는 것 아닌가 한다. 


어떻게 갈까
충칭 연화지 가는 길 © 『임정로드 4000km』


주소 : 重庆市 渝中区 七星岗 莲花池 38号 (중경시 투중구 칠성강 연화지 38호) 


충칭 지하철 1호선 ➊ 칠성강역(七星岗站)이나 2호선 ➋ 임강문역(临江门站)에서 모두 걸어서 10분 거리다. 두 역 어디서 내려도 상관없다. 

칠성강역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1번 출구를 나온 뒤 중산일로를 따라 한 블록만 내려가면 된다. 사거리에서 좌회전, 북쪽으로 올라가다보면 ➌ 대한민국 임시정부 연화지 청사 입간판이 나온다. 

연화지 청사는 충칭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매우 혼잡하다. 택시를 타고 이동할 경우 교통체증을 고려해 움직여야 한다. 충칭이 인구 3000만 명의 초거대도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된다. 웬만하면 지하철을 이용하자.


주의사항 및 팁


연화지 청사는 김구 선생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해방 후 조국으로 돌아갈 때 기념비적 마지막 사진을 찍은 장소다. 

그리고 반세기가 훌쩍 지난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이곳 충칭 청사를 찾았다. 이어 애국지사의 후손들과 정부 내각 요인들과 함께 마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처럼 충칭 연화지 계단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더 백범이 섰던 계단에 반드시 서 보기를 추천한다. 말과 글로는 아무리 설명해도 부족하다. 내 두 발이 계단에 설 때만 느껴지는 감동이 있다.  


충칭 임시정부 '백범의 계단' 앞에 선 『임정로드 4000km』 취재팀


못 다한 이야기…


그제야 알았다. 1945년 11월 3일, 그 계단에 선 백범 김구 선생의 표정이 왜 그리도 어두웠는지. 그제야 알았다. 2017년 12월 16일, 그 계단에 선 문재인 대통령이 왜 입술을 굳게 다물었는지. 


절절한 아쉬움이 수십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두 장의 사진으로 전해진 것이다. 그 계단에 직접 서보니 비로소 알 수 있었다.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은 해방을 맞이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조국으로 돌아온 건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1945년 11월이다. 그것도 김구 선생을 비롯해 십여 명의 요인들만 1진으로 귀국했다. 

게다가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의 주석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조국에 돌아왔다. 미국 측에서 "서울에는 미군정이 있으니 임시정부 요인들은 개인 자격으로 들어오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72년 전, 충칭 청사 계단에서 찍은 사진 속 김구 선생의 표정이 밝지 못했던 이유다. 

사실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이 해방됐다"는 소식을 충칭이 아닌 시안(西安, 이하 서안)에서 들었다. 

당시 김구 선생은 광복군의 국내 진입작전을 최종 검토하기 위해 미국 측과 회담을 진행 중이었다. 그때 왜적의 항복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선생은 당시 상황을 <백범일지>에 이렇게 남겼다. 


"왜적이 항복한답니다! 내게 이 말은 희소식이라기보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일이었다. 

수년 동안 노력한 참전 준비가 모두 헛일이 되고 말았다. 서안 훈련소와 부양 훈련소에서 훈련받던 우리 청년들을 미국 잠수함에 태워 본국으로 침투시킨 후 조직적으로 공작하게 하려고 미 육군성과 긴밀히 합작했는데, 한 번도 실행해 보지 못하고 일본이 항복하였으니 지금까지 들인 정성이 아깝고 다가올 일이 걱정됐다."


김구 선생은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무조건 항복으로 수년 동안 준비해온 국내 진입작전은 시도조차 못 해본 채 중단됐다. 이후의 일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다. 

김구 선생은 3개월 동안이나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했다. 그사이 미-소 양국은 한반도에 38선을 그었다. '한 달만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예정대로 광복군의 국내 진입작전이 이뤄졌더라면, 김구 선생을 비롯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해방 후 당당하게 귀국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1945년 11월 김구 선생의 표정과 72년 후인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입술을 굳게 닫은, 굳은 표정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2019년 3.1 혁명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작
국내 최초 대한민국 임시정부 순례길 가이드북『임정로드 40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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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은 '백범의 계단'에 서라!"


이 책은 국내 최초 임시정부 순례길 여행가이드북이다. 중국 상하이에서부터 충칭에 이르기까지 임시정부 요인들이 활동했던 지역을 그대로 따라가며 기억 속에 묻힌 장소를 꺼내어 소개한다.


대한민국이 탄생한 '상하이 서금이로'부터 영화 <암살>, <밀정>의 약산 김원봉이 독립군을 훈련시켰던 '난징 천녕사' 등 임시정부 사적지를 소개하며 독자들이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걷지 않는 길은 사라진다." 역사의 진실이 아무리 귀중해도, 기억하지 않는다면 소용없을 것이다.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떠나는 임정로드 여행은 치열했던 우리 역사를 기억하는 가장 특별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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