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이 '인터넷 개인방송 모니터링'을 우려하는 까닭
여성가족부(장관 진선미)가 올 연말부터 '인터넷 개인방송 모니터링'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유튜브와 아프리카 TV 등 개인방송 플랫폼에 올라오는 모든 콘텐츠를 대상으로 '여성혐오' 등 성차별적 요소에 집중해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인데요, "거시적인 관점에서 여성 혐오를 막고 성평등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규제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가부에서는 규제가 아니라 단순 모니터링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여가부 관계자는 "아프리카TV,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 계획은 발표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도 관련 계획은 없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누리꾼들은 인터넷 개인방송 '규제'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까요? 이는 정부가 나서서 콘텐츠를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시도 자체가 자칫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자기검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 '공정함'의 문제도 있습니다. 여가부에서는 여성혐오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한다고 밝혔는데, 남성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모니터링하지 않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죠.
유튜브 '김용민 TV'의 젠더 이슈 코너 <우먼스플레인>에 출연한 이선옥 작가 역시 일찍부터 풍문으로 떠돌던 여가부의 인터넷 개인방송 규제 계획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기본권을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법치를 근간으로 하는 근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은 헌법이라는 규범과 법률이라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위헌성을 담은 여성 편향 정책은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됩니다. (…중략…) 지금 여가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인터넷 표현물에 대한 규제 정책도 심각한 문제예요. 이것은 표현의 자유에도 위배되는 것이구요. 그래서 적어도 위헌적인 요소를 가진 정책을 추진하거나 추진하겠다는 발언은 신중해야 됩니다. - <우먼스플레인> 中
필로소픽에서는 <우먼스플레인>의 대담을 엮은 동명의 책을 5월에 출간할 예정입니다.
<우먼스플레인>에는 '인터넷 개인방송 규제'를 주제로 다룬 챕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 챕터에서는 이선옥 작가와 개그맨 황현희, 시사평론가 김용민 3인이 인터넷 개인방송 규제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토론과 논리적 비판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그중 이선옥 작가의 비판을 담은 꼭지 몇 개를 출간 전 미리보기 삼아 소개합니다.
워마드 등에 대해서 선을 넘었다는 우려, 여기에 대해서 진선미 장관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 우려를 알고 있는데 자정노력을 할 거다. 우리도 예전에 호주제 폐지 운동할 때 정말 나라가 시끄러울 정도로 달아올라서 큰일 날 줄 알았는데 결국은 그 부글부글 끓던 임계점을 지나서니까 괜찮아지더라. 마찬가지로 워마드도 이제 고비를 넘기면 괜찮아질 거고 자정분위기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한 거예요. 이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요.
자정노력 좋습니다. 그러면 역으로 여가부가 추진하고 있는 성차별 인터넷게시물, 온라인게시물 규제 같은 정책은 왜 자정노력으로 풀지 않고 규제합니까? 워마드나 메갈리아를 대중들은 혐오세력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요. 그런데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이제 자정노력할 거다' 라고 이야기하고 그러면 그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인터넷방송이나 콘텐츠에 대해서는 왜 다 성차별 게시물로 규정해서 규제부터 하겠다고 들고 나오느냐는 거지요. 거기도 자정노력에 맡겨야지요.
명백하게 이중적이지요. 그래서 저는 똑같이 규제하라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규제는 반대해요. 페미니즘 비판도 당연히 있을 수 있고 표현의 자유가 있잖아요. 그것이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본질적인 자유이고 권리인데 그것을 자기들의 노선에 맞지 않는다고 규제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걸 받아서 규제하겠다는 현 정부의 수장이 있는데 여성 쪽의 혐오에 대해서는 '자정할 거다' 이렇게 말하는 거는 사태 인식을 잘 못하고 있는 거지요.
선을 넘은 혐오 행위에 대해서는 사실 현행법에도 모욕죄도 있고 명예훼손죄도 있어요. 그런데 표현에 대해서, 그러니까 혐오가 아니라 표현들에 대해서, 예를 들어 우리가 지금 하는 페미니즘 비판이나 여가부 장관 비판 같은 표현들을 규제해서 없애겠다는 발상이 부적절하다는 겁니다. 대부분 현행법상 위반되는 것들은 규제하지 않아도 처벌 대상이에요. 그런데 그 외의 것들은 자유롭게 열어놔서 자정이든 뭐든 공론장에 맡겨야 해요.
장관은 행정부처의 수장이에요. 그러면 기본적으로 중심을 당연히 지켜야지요. 진선미 장관은 지금 여성운동가가 아닙니다, 장관이에요. 그런데 여기에서 여성의 혐오는 처벌대상이어도 처벌하면 안 됩니까? 우리가 한남이든 김치녀든 뭐든 고소해서 법적인 제재로 가면, 똑같이 처벌받아요. 이미 처벌받은 사례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법적으로 가면 똑같고 대중들이 생각하는 규범이라는 선은 똑같은데, 한쪽은 규제로 입을 막고 다른 한쪽은 자정해라. 이건 안 맞는다는 거지요.
여가부의 모니터링 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과연 여가부가 애당초 의도한 바대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지, 네티즌들의 우려대로 다른 폐해가 나타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듯합니다. 모니터링과 규제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선을 사이에 두고 과연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 걸까요? 5월에 출간될 『우먼스플레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