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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픽 Nov 20. 2017

미국에도 안아키가 있다? 미국판 안아키 '버진스키'

  한국이나 미국이나 아픈 아이를 치료하려는 애달픈 부모의 마음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입니다.  <대체의학을 믿으시나요?> 9장 [아픈 아이들, 필사적인 부모들]에서는 네 살에 뇌암에 걸린 빌리 베인브리지와, 미국판 안아키 의사 스타니스와프 버진스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빌리는 일 년 안에 사망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지만, 빌리의 부모 샘과 테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빌리가 죽을 거라는 말, 저는 믿지 않을 거예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빌리를 반드시 살리고 말 거예요." 몇 주 후, 영국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빌리의 이야기를 알게 됩니다. 수많은 셀럽, 단체, 사람들이 힘을 모아 총 20만 파운드의 후원금이 모입니다. 빌리의 부모 샘과 테리는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를 탑니다. 그곳에는 FDA가 따라다니며 괴롭힐 때도 수백 명의 환자와 여러 국회의원에게 지지를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버진스키>의 주인공인 스타니스와프 버진스키가 있었으니까요.


  장기간 신장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신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보다 암에 걸릴 가능성이 적다고 믿었기에, 그들의 소변에서 특정한 생명 유지 물질 '안티네오플라스톤'을 얻을 수 있다면 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무려 '부작용 없는 천연물질'이니까. 국립암연구소는 이 가설을 인정하지 않아 버진스키의 연구비를 연장하지 않았지만, 버진스키는 휴스턴에 버진스키 연구소를 세웁니다. 안티네오플라스톤을 복용하고 암이 완치되었다는 환자들이 치료되었다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언론의 조명을 받고, 버진스키의 사업은 급속도로 확장됩니다.


  안티네오플라스톤을 복용한 사람들이 보험회사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고, 버진스키 프로그램에 대한 검토가 실시됩니다. (1) 환자가 암에 걸렸음을 입증하는 조직검사 (2) 안티네오플라스톤 치료 이전의 치료 기록 (3) 안티네오플라스톤을 이용한 치료 기록 (4) X-선 촬영, CT 스캔 같은 방사선학적 검사 자료. 버진스키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 14건의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조사단은 안티네오플라스톤이 암 치료에 있다는 어떠한 객관적인 증거도 찾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버진스키의 환자들은 암으로 죽어갑니다. 심지어 '완치'되었다고 하던 환자들도요.


  여러 기관에서 검증을 하면 할수록 '안티네오플라스톤'은 치료는커녕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FDA가 기소하지만,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버진스키의 지지자(?)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합니다. 결국 배심원단은 무죄 판결을 내립니다. 빌리의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빌리는 안티네오플라스톤 치료를 5주 동안 받고 병세가 악화되었습니다. 영국에 돌아와서도 안티네오플라스톤을 정맥주사를 통해 투여합니다. 빌리는 암 진단이 내려진 지 1년 만에 사망합니다. 영국 각지에서 모인 20만 파운드의 성금은? 버진스키의 손에 들어갔지요.


  버진스키는 사업(?)을 확장해갑니다. 안티네오플라스톤은 암뿐 아니라 파킨슨병, 에이즈. 신경섬유종증도 치료한다고 하네요. "노화에 대한 유전적 해결 방법"이라는 '아미노케어'라는 크림과 캡슐을 발매합니다. '정상적인 세포분열의 통제를 도와주는' 아미노케어 젤라틴 캡슐은 120달러, '자연스러운 세포분열 자극함으로써 노화의 징후를 낮추는' 아미노케어 스킨 크림은 50달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거, 어디서 본 적 있는 패턴 아닌가요?



  이런 사람들이 말하는 치료는 결국 돈벌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픈 아이를 보며 애달픈 부모들을 마음을 노리고 말이지요.





  "회전목마를 탄 아이가 왜 한 바퀴씩 돌 때마다 부모를 향해 손을 흔드는지 - 그리고 부모들은 왜 매번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응해주는지 - 그 이유를 모른다면, 당신은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 월리엄 터미즈(William Tammeus), <캔자스시티 스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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