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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픽 Dec 21. 2017

종교·철학이 없는 사람도 자살을 단념하게 하는 세 가지



  스스로 자기 생명을 끊고 싶다는 마음을 억제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우울증이 심한 사람처럼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길 만큼의 용기와 기운이 없는 소극적인 경우도 있고, 가족이 받을 충격과 슬픔을 생각해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월리엄 제임스는 <믿으려는 의지>라는 글에서 종교나 철학이 없는 사람도 자살 직전 세 가지에 의해 자살을 단념할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동물도 갖고 있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살 의욕을 완전히 잃은 인간도 내일 신문에 어떤 기사가 실릴지, 어떤 우편물이 도착할지 알기 위해서 자살을 24시간 후로 미룰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째는 미움과 공격심으로, 마음속에서 사랑이나 존경 같은 감정은 죽었어도 자신을 이렇게 내몬 대상과 싸우자는 신념으로 자살을 단념할 수 있다고 한다. 

세 번째는 명예심으로, 지금까지 자신이 존재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이 치러졌는지, 이를테면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자기를 위해 도살되었는지를 생각하면 자신 역시 제 몫을 다해야 하므로 이 정도의 고통은 견뎌내자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다.

동물의 도살 부분은 서양인의 의견답게 흥미로운데, 이 명예심을 자존심으로 바꿔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일본의 대학생들에게 자살에 대한 의견을 적게 했더니 자살은 비겁한 행위라고 지적한 사람이 많았다. 자존심과 삶에 대한 책임감이 자살을 단념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확실하다.

- 삶의 보람에 대하여 / 가미야 미에코 / p. 154
 
 



실제로 제가 아는 이 중에도 자살하려다 기다리던 영화가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만 보고 죽자' 하다가, 마지막으로 보려던 그 영화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찾고 살아가시는 분이 있습니다. 친구와 여행 - "거기만 가 보고 죽자"는 마음으로 - 을 갔다 온 다음, 매년 지인들과 "내년엔 거기 가 보자!" 약속하고 그것을 지켜가며 살아가시는 분도 있고요. 첫 번째에 해당하는 예겠지요.


영화나 드라마에 흔하게 등장하는 패턴이 있습니다. "나를 이렇게 망가뜨린 놈에게 복수하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어!" 라는 것이지요. 두 번째에 해당하는 예입니다.


자살한 사람 주위의 지인은 높은 확률로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뉴스를 보고, '가족들에게 잘 해준 것도 없는데 그런 고통까지 안겨주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을 먹고 극복한 사람도 있습니다. 세 번째 예에 해당합니다.



요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은 '병사'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샤이니 종현님의 안타까운 뉴스 이후 베르테르 효과가 우려된다는 기사가 몇 건 있었는데요. 


육체적 고통이 그러하듯이, 정신의 고통 또한 약을 먹으면 확실히 나아지지만,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 자체가 아직 한국에선 큰 문턱입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삶의 보람을 잃고 고통스러워하시는 분과 주변의 지인들에게 이 포스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증 환자가 자살까지 가는 과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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