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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픽 Dec 19. 2017

우울증 환자가 자살까지 가는 과정에 대하여.



어제저녁,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샤이니의 멤버 종현 씨가 (아마도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는 뉴스가 올라왔습니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우울증은 드러내기 쉽지 않은 병입니다.

마음의 병도 몸의 병만큼이나 치료받고 돌봄 받아야 하는데 말이지요. 젋고, 유명세를 떨쳤고, 그러니 돈도 꽤 벌었을 테고, 그런데 왜 자살을 해? 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참 마음 아픈 일입니다. 

<삶의 보람에 대하여>에 우울증 환자가 자살까지 가는 과정을 잘 설명해 준 부분이 있어서 조금 옮겨 봅니다. 몸의 병에 걸리면 자기 몸을 어찌할 수 없듯이, 마음의 병에 걸린 이는 자신의 마음을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요. 사회 전반적으로 우울증에 대한 건강한 인식이 좀 더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우울증에서 '실존적 공허'의 감정은 죽음의 예감이며 허무의 '예체험'이라는 설도 있다. 어느 쪽이든 깊은 슬픔에 빠진 사람의 마음의 눈에는 모든 것이 '죽음의 시작'으로 보인다. 시간은 정지하고 미래는 캄캄한 동굴처럼 가도 가도 밝은 곳으로 나갈 수 없을 것 같다.

  활짝 핀 꽃도 이리저리 팔랑거리는 나비도 모두 무의미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연인들의 속삭임도 가식적으로 들린다. 가정을 꾸리며 부지런히 노력하고 심혈을 기울여 일해봐도 죽음은 바로 등 뒤에 다가와 있다.

  자신의 마음에조차 의지할 수 없다. 이전에는 희망과 야심에 불타고 애정도 넘쳤는데 이제 모든 것이 메마른 사막처럼 꿈도 향기도 없다. 인생은 허망하고 사는 보람도 없다. 모든 노력이 허사로 여겨진다.

                                                  
  이런 '부정적 태도', '가치 상실의 감정'이 지속되면 필연적으로 자살로 향하게 된다. 이는 우울증 환자의 거의 전부라 할 만큼이 죽음을 생각하고 자살을 기도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어떤 방법과 경로로 이 세계에서 벗어났다 해도 일단 사는 보람을 잃을 정도의 슬픔을 경험한 사람의 마음에는 지우기 힘든 슬픔이 각인되어 있다. 그것은 평소에는 의식에 떠오르지 않을 수 있지만, 타인의 슬픔과 고통에 쉽게 공명해 소리를 내는 현(弦) 같은 작용을 한다. 또한 현세와 자신에 대한 일종의 허무주의를 자아내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치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 삶의 보람에 대하여 / 가미야 미에코 / p. 143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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