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그햇은 도저히 구조가 불가능한 거의 야생의 개였다. ... 눈과 귀가 멀고, 관절염을 앓고 있어 거의 걷지도 못하는 데다, 치매까지 있어서 누가 자기 털을 만지는 것 같으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환영이든 덮어놓고 짖어댔다.
보통 우리는 무는 행위에 대해 삼진아웃제를 도입하지만, 포그햇은 우리 집에 들어온 첫날 오후에 벌써 세 번을 다 채웠다. 그렇다고 포그햇을 당장 안락사시키는 건 가뜩이나 상처 많은 생명을 더 욕되게 하는 것 같아서, 우리는 이 규칙을 깨뜨렸다.
게다가 포그햇은 도대체 길거리에서 얼마나 오래 굶주렸던지, 앞에 음식이 나타나면 - 우리는 방 건너편에 서서 마치 셔플보드 (suffleboard, 판 위에 원반을 올려놓고 막대로 원반을 밀면서 하는 게임) 원반처럼 음식이 담긴 접시를 포그햇 앞으로 부드럽게 밀어주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 포그햇은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우리는 포그햇이 이런 특별한 기분을 생전 처음 느껴본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까짓 이 기분을 좀 더 느끼게 한들 어떠랴 싶었다.
포그햇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오래 머물다 떠났다. 우리는 6주 정도를 점쳤지만, 8주 후에도 포그햇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었다. ... 어느 날 나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런데 내가 책상에 앉는 순간, 무언가가 내 다리를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포그햇이 위를 올려다보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틀림없이 포그햇이 내 다리를 물려던 참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빨리 다리를 홱 비켰다.
하지만 포그햇은 나를 물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몇 걸음 다가와 다시 한 번 내 다리에 몸을 비볐다. 나는 그 순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똑똑히 기억한다.
너무 이른 시간이야, 만일 여차해서 내가 물리기라도 하면 이 시간에 조이가 나를 차에 태우고 응급실에 가야 할 텐데 조이는 그러고 싶지 않을 거야, 하지만 포그햇은 분명 내가 자기를 쓰다듬어 주길 바라고 있는걸.
나는 몇 분을 망설인 다음 포그햇의 등에 손을 얹고 이 시간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랐다. 그런데 포그햇은 나를 공격하기는커녕, 내 손에 온 체중을 다 싣고 내 쪽으로 몸을 기대는 것이었다. 나는 포그햇을 계속 긁어주었다. 포그햇은 계속 나에게 기댔다.
10분쯤 흘렀을까, 포그햇은 자리를 떠났고, 다음 날 아침 다시 다가와 더 많은 손길을 원했다. 셋째 날, 포그햇은 내 품에 안겼다. 넷째 날, 포그햇은 거의 하루 종일 내 품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섯째 날, 포그햇은 내 몸 위로 올라와 내 코를 핥았다.
우리 관계가 급격히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내 눈에서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포그햇의 이빨이 도사리고 있다는 건 이만저만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포그햇은 평화로운 태도를 유지했다.
포그햇은 나를 잠시 핥더니 등을 대고 누워서 만족스러운 듯 가르랑가르랑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포그햇은 두 시간 동안 내리 가르랑거렸고 내장 기관이 기능을 멈추기 시작했을 때에야 비로소 소리를 멈추었다.
그날 오후 포그햇은 내 품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 인간은 개를 모른다 / p.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