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보는 순간, 인식하는 순간
우리의 기존 설정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다는 행위, 인식한다는 행위 자체가
'있는 그대로'를 벗어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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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릴 아무 방법이 없는가?
아니다. 아주 선명하게 있다.
바로 '내가 보는, 인식하는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가 아님'을 보면 된다.
그것을 깨우친 상태에서 모든 것을 보면 된다.
(보는 자인 자기 자신마저도 그 대상으로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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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이렇게 간접적으로 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 '간접'은 그 어떤 직접보다도 강렬하고 선명하고 명징하다.
그럴 때 모든 대상(나를 포함한)은,
어떤 인식에도 갇히지 않는 비한정의 존재가 된다.
우리의 인식을 최대한 잘 활용하되,
인식의 정체(한계, 본질, 구조)를 알고
그 어떤 인식에도 갇히지 않는 것.
"모든 상이 그 상이 아님을 보면, 여래를 보리라."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