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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루 MuRu Oct 24. 2021

'시간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지 말라

'나란 무엇인가'도 마찬가지다

'시간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지 말라.

그것은 잘못된 질문이기 때문이다.


'시간이란 무엇인가'를 물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정확한 질문은 '인간은 시간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이다.


'물질은 파동인가, 입자인가'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질문은 '인간은 물질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정의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가 정확한 질문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죽음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가 정확한 질문이다.


'나란 무엇인가'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나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가 정확한 질문이다.


/


삶의 의미, 고통, 행복, 존재의 이유,

삶의 목표, 정답, 이유, 

신의 존재 유무, 우주의 끝, 

다중 우주의 존재 

등등 다 마찬가지다.


인간의 '모든 앎'에 대해

동일한 구도가 성립한다.


주의하라.

일부의 앎이나 특정할 앎만이 아니라

'모든 앎', '앎 자체'에 대한 것임을.


/


'~이란 무엇인가'와

'인간은 ~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


이 두 질문의 차이는 무엇인가?


가령 '시간'을 보자.


'시간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이미 '시간'이 실재함을 전제로 한 것이다.


시간이라는 것은 본래 존재하고,

그리고 인간이 그것을 정확하게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시간'은 본래 존재하는 무엇이 아니다.

인간이 그 개념을 만든 것이다.


(이 때, 주의!

'개념을 만든 것'이지 시간 자체는 개념과 상관없이 본래 존재하지 않느냐는 것이 대부분 인간의 생각이다. 그러나 여기서 '개념을 만들었다'는 것은, 뭔가 시간으로 개념을 세워 포착할 실재나 실체가 이미 존재하고, 인간이 그것을 '시간'이라는 개념으로 포착했다는 말이 아니다. 이것이 많은 이들이 빠지는 함정이다. 앞서 말한 '뭔가 시간으로 개념을 세워 포착할' 무엇부터가 인간이 만든 개념이다. 거기 실제 '무엇'이 있는게 아니라, 그 '있을 거라 추측하는 무엇, 그 추측 자체'가 인간이 만든 개념이다. 그러므로 '시간'은 그 '개념의 개념'이 되는 셈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은 시간의 경우만이 아니라 모든 앎에 적용된다. 대부분 이 부분의 포착을 힘들어 한다.)


'물질'도,

'정의'도,

'죽음'도,

'나'도 마찬가지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하면

만들어진 것에 불과한 '~'를 이미, 본래 존재하는 것으로 하는

근본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오류에 빠진 상태로 그 후의 탐구 과정이 진행된다.

그러므로 계속 오류가 날 수밖에 없다.


/


단, 근본적인 측면에서의 오류이지

'유용성'이 없다는 말이 아님을 유의하라.


'시간'이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일단 '있다'라고 설정한 후

그와 관련된 탐구, 연구, 내용을

탐구하고 쌓아가면서

얻을 수 있는 유용성들이 있을 수 있다.


죽음도, 물질도, 정의도, 나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모든 앎이 그렇다.


문제는, 인간은 이 '유용성'을 '실재성'과 혼동하는 것이다.

유용성은 유용성일 뿐 실재성의 증거가 아니다.

이 부분에서만 선명히 눈치채어도

큰 통찰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유용성, 실재성' 등도 다 만들어진 것임은 마찬가지다)


/


'유용성과 실재성의 혼동' 부분을 잘 알게 된다면

이제 우리는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나라는 것은 무엇인가',

'진리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지 말고


다만, 그것이 만들어진 것임을 항상 깨우치며

그것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그리고 그에서 오는 유용성에 집중하는 것.


인류는 지금까지 실제 이렇게 해 왔다.

다만 그 '설정'을 '사실, 실재'라고 착각해 온 것 뿐.


/


'애초에 만들어진 것'에 대해 

무슨 질문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것이 만들어진 그 본래의 자리는

다만 '허공'일뿐.


(그 '허공'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지 말라.

그 '허공'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하라.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잘 쓰고 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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