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과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사과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내가 우월한 입장이든,
동등한 입장이든,
열등한 입장이든 모두.
사과가 힘든 이유는 많지만
몇 가지를 보자면
내가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느낄 때,
사과를 하면 내가 손해를 보게 될 때,
상대방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사과를 해야 함을 알지만 자존심 상할 때,
내 사과가 상대방에게 아무 효과가 없다 여길 때
등이 있겠다.
그런데 어떤 경우든
우리가 제대로 사과를 하기 힘들어하는
진짜 이유는,
사과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과는 나를 위한 것도 아니고
상대를 위한 것도 아니다.
나와 상대 모두를 위한 것이다.
이때 유의해야 할 것은
'나와 상대 모두'가 뜻하는 것이
나와 상대 '각각'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각각을 위하는 것이라면
결국 나를 위한 것이나 상대를 위한 것과
같은 게 되어 버린다.
차이가 없다.
하지만 진정한 사과는 그런 게 아니다.
사과가 위하는 대상,
사과를 통해 도움을 받는 이는
따로인 '나'와 '너'가 아니라
새롭게 '하나인 나와 너 모두'이다.
내 입장, 너 입장이 각각 따로이 고려되고
누가 더 옳고 그르냐를 선명히 따져서
그 승부에 따라
누가 누구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건, 그 상황, 그 흐름 안에서
서로 맞물려 들며 상즉상입하는
그 새로운 하나의 입장.
따로따로의 둘이 아니라
극성이 둘인 하나,
하나이지만 극성이 둘인 양태.
이러한 입장을 느낄 때,
이러한 입장에 서게 될 때,
누가 먼저 사과를 하든
심장이 반응하는 진정 어린 사과가
느껴지고 또 나오게 되며
그 사과를 받은 누구든
사과하는 이와 같이 심장이 반응된다.
그리고 용서가 일어나게 된다.
그때는 누가 사과를 해서 굴욕이고
누가 사과를 받아서 우월하고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둘의 마음이
함께 같이 풀어지며
함께 같이 녹아들게 된다.
진정한 사과는,
나를 위한 것도 아니고
너를 위한 것도 아니며
나와 너, 각각의 모두를 위한 것도 아니다.
진정한 사과는,
극성이 둘인 새로운 하나로서의
'나와 너 모두'를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