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은, 당시 논리실증주의자들에 의해 오해되어 그들의 모토가 되었다.(비트겐슈타인 본인이 그들의 오해에 대해 선명히 말했다)
그러나 그 오해에 의해 생긴 논리실증주의와 그러한 사유 방식은 나름대로는 현대인들의 과학적, 논리적 의식 형성에 긍정적 기여를 했다. 무지에 기반한 신비주의 등과 같은 '말로 해서 결론 나지 않는 것들'을 처단하고 차단하는 데.(물론 모든 과학적, 논리적 사유방식이 논리실증주의에서 기인된 것이란 말은 아니다. 여러 사유 사조들이 각각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인류의 집단의식적 경향성도 그렇게 흘러왔고.)
그러면서도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류의 말들에 대한 오해는 많은 부작용도 만들어 냈다. 즉 실용적이고 체계적이며 단단한 기초를 제공하는 소위 '과학적 사고방식'을 수립하는 데는 크게 기여했지만, 동시에 인간의 인식 범위, 사유 범위에서 '다른 가능성'을 너무 좁혀 버렸다.(앞으로 인간 사유의 확장은 당연히 과학적, 논리적 사유를 계속 바탕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단, 바탕으로 하되 품으며 넘어서기)
왜냐하면, '말로 할 수 있는 것들'의 한계도 너무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로 할 수 있는 것들'의 절대성을 종교처럼 숭상하는 인간은 그 한계를 제대로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길게 보면 인류 의식의 자체 수정 기능으로, 이러한 일방적 흐름도 점점 개선되어 갈 것이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것은, 실제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침묵을 강요할 수 없다. 왜 침묵해야 하는가? 엄연히 입이 달려 있는데. 누가 그 침묵하고 말 것을 결정할 것인가. 그 결정조차도 '단지 말'인데.
'침묵해야 한다'는 그 말도 침묵해야 한다.
침묵에 방점이 찍히는 게 아니라,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때는 그것이 '말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 하라는 말이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도 불필요한 번뇌, 잡념, 불안, 공포에 휩싸이지 말고, 외부적으로는 불필요한 충돌, 논쟁, 다툼, 싸움, 적대시 같은 걸 일으키지 말자는 것이다. 그렇게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때론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인간이 혼자서 혹은 상호 간에 만들어 내는 무수한 충돌이나 부정적 관계는 바로 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으로 고집'하면서 발생한다. 일부러 '고집'이라고 표현 했다. 내면 깊은 곳에서는 그것이 말할 수 없는 것임을 알면서 마치 말할 수 있는 것인 양 스스로 고집을 피우는 측면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 그리고 가치관, 신념, 사상, 윤리, 학문, 종교 등등 다양하다.
언제나 항상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럼 도대체 그 말할 수 있다, 없다는 누가 결정하는가?'이다. 그 범위는 또 어떻게 정할 것인가?
엄중히 말하면 '인간의 모든 말 즉 생각, 개념'이 모두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혹은 반대로 그 모든 것이 말할 수 있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론 이 양극단과 그 사이의 무수한 지점들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굳이 이렇게까지 깊이 들어갈 필요 없이(끝까지 가야 하지만 편의상, 효율상)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것이 지혜로울 것이다. 그래서 의식적, 무의식적 사회적 합의에 의해 적정선에서 결정 되어지면 좋다.
이 '정정선'은 시대와 장소와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해갈 것이다. 점점 확대되는 방향으로.
[출간 공지] 책 '자기 미움'의 출간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종이책 & 전자책)
- 가장 가깝기에 가장 버거운, 나를 이해하기 위하여
독자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책 '자기 미움'이 출간되었습니다. 좋은 출판사 '북스톤'에서 종이책과 전자책 모두로 정성 들여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동안 브런치에 연재해 온 '자기 미움' 심리와 일상의 여러 부정적 감정들로부터 자유로게 되는 방법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습니다. 이 책이 많은 분들에게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책에는 또한 정체성 문제, 감정 다루기, 상처 넘어서기, 관계 문제 해결하기에 실제 도움이 되는 내용들과 구체적인 실천법들이 담겨 있습니다.
축하해 주세요! 책 <자기 미움>이 2016년 문공부 주최 '세종 문고'에 선정되었습니다. '인문/철학/심리' 영역에서 입니다. 선정 후 정부 지원으로 전국 2700여 도서관, 학교, 기관 등에 배포되었으며 전자책 출간 지원도 받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 덕분이라 생각되어 깊이 감사드립니다.
<관심 작가 브런치>
이시스 작가의 브런치: 흥미로운 신화 이야기(신화 속에 있는 연인과 부부 유형), 힐링 동화, 시, 자기 치유, 따돌림에 대한 좋은 글들이 있는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