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자기 미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루 MuRu May 10. 2016

자신의 단점을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인간 공통 과제임을 알면 마음과 해결이 한결 가벼워진다

누구나 단점이 있다. 사실 개인의 모든 단점은 '아직 미성숙한 장점'으로 보는 게 좋다. 즉 성숙하게만 만들면 나의 장점이 되는 부분인 것이다. 단점이란 없는 것이다. '짧은 것'을 더 유용한 본래대로의 '긴 것'으로 바꾸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점으로 접근하든 하지 않든 우리는 자기의 단점을 생각하게 마련이다.


쉽게 '욱'하는 버릇,

게으름,

우유부단함,

귀가 얇음,

숫자에 약함,

너무 예민함,

감정 교류에 약함.


정치에 너무 관심이 많음,

정치에 너무 관심이 없음,

돈을 잘 못 모음,

돈을 너무 안 씀,

가족들에 무관심함,

가족들만 너무 챙김,

매사에 너무 따짐,

매사에 너무 무름.


정말 많고도 많다.




그런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자기의 단점을 자기 개인만의 문제로 여기기'이다.


그런데 서로 조금만 이야기 나누어 보면 타인과 내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단점으로 고민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비슷한 성격 유형이거나 상황, 환경이면 더 그렇다. 즉, 우리가 '나의 단점'이라 여기는 것들은 대부분 '우리의 단점'인 것이다. 조금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인간 공통의 단점'이랄까. 바로 인류의 문제인 것이다.


개인의 문제로 여기는 것과 인간의 문제로 여기는 것에서 오는 차이는 무엇일까?


개인의 문제로 여기면 자꾸만 시야가 개인에게로만 돌아간다. 나의 문제면 나에게로, 너의 문제면 너에게로, 그의 문제면 그에게로. 그런데 인간의 문제로 여기면, 일단 해당되는 개인의 문제인 것은 맞지만 이제 시야가 좀 더 넓어진다. 좀 더 객관적이 되고 좀 더 여유로워진다.


개인이 문제로 여기면 내 문제이기만 한 것 같고, 나만 잘못하는 것 같고, 자꾸만 되풀이되니 특별한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애쓰다가도 곧잘 포기한다. 그러나 인간 공통의 문제임을 알면, 이제 쉽게 해결되지 않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된다.


개인의 문제로 여기게 되면, 내 문제의 경우 자기 미움이나 자기반성 쪽으로 가게 된다. 자기 경멸이나 자기 비하도 가능하다. 그런데 보통 반성이 효과가 있다고 여기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그 효과는 많이 떨어진다. 이유는 에너지가 엉뚱한데 쏠려서 쓰이기 때문이다. 본래 고칠 것이 있다면 의식이 그 고칠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게 문제인지 그리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등에 쏠려야 한다. 그런데 나의 문제로만 여기며 자기반성 등으로 가면 이제 마음은 주로 후회나 자괴감, 죄책감 등으로만 쏠린다. 그리고 아주 일부만 객관적인 대처와 해결책을 찾는 데 쓰인다. 개인인 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인간 공통의 문제로 여기자는 말에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너무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흥, 다 그런데 뭐. 내가 딱히 더 반성하거나 고칠 것도 없지'라는 식으로. 그리고 상대에 대해서도 '그러면,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거잖아. 안돼, 이렇게 쉽게 면죄부를 줄 순 없어!'.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인간의 문제로 여긴다는 말엔 일단 기본적으로 그걸 '나의 문제, 개인의 문제'로 여기는 것이 포함된다. 그 인간에 나도, 너도 당연히 포함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문제, 우리 모두의 문제로 여기게 되면 이제 양상이 달라진다. 즉 의식의 초점의 바뀐다. 비록 현실적으론 내 문제이긴 하지만 그러나 이젠 동지들이 있다. 그리고 나만의 문제로 여기는 것보다 좀 더 넓게 파악할 수 있다. 나에게가 아니라 우리 인간에게 왜 이런 문제가 있는지 말이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지혜와 통찰일 수도 있고, 뇌신경과학 연구나 이론을 보고 얻은 정보일 수도 있다. 심리학이나 진화 심리학 등 학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보자.


'욱'하는 버릇, 게으름, 우유부단함, 귀가 얇음, 숫자에 약함, 너무 예민함, 감정 교류에 약함. 정치에 너무 관심이 많음, 정치에 너무 관심이 없음, 돈을 잘 못 모음, 돈을 너무 안 씀, 가족들에 무관심함, 가족들만 너무 챙김, 매사에 너무 따짐, 매사에 너무 무름.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되는가? 아니다. 몇 가지 유형에 따라 모두에게 공통으로 존재하는 문제들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항상 좀 더 완벽하길 원하지만 우리는 여러 한계와 제한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오감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인간의 인지와 사유 기능 또한 마찬가지이다. 엄청나게 복잡한 뇌를 가졌지만 그 뇌는 동시에 여러 현실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사실은 오류도 많다.


이러한 오류는 인간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냥 자연 그 자체라 해야 한다. 가설이긴 하지만 우주 천문학에서도, 우리의 우주가 최초 빅뱅 후에 존재했던 일종의 '불순물' 혹은 '불균형' 때문에 지금의 물질 우주로 진화할 수 있었다고도 한다. 만약 초기 요소들의 균형이 완전히 맞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거나 혹은 소멸했다는 것이다.


물론 집단적인 것이든 개인적인 것이든 우리가 문제라고, 단점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점점 성숙시켜 나가야 한다. 인류의 진화와 문명의 흐름에서도 계속 그런 상대적인 진화와 발전이 있었왔다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계속 집단적, 개인적 문제들은 해결해 나가고 해소시켜 나가자. 다만, 그러는 가운데 너무 '문제의 개인화'로 불필요한 고민이나 고통 혹은 충돌은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인간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여기게 되면 너무 많은 가능성이 닫힌다. 나든 상대방이든 개인에 대한 섣부른 실망으로 연결된다. 혹은 분노도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쉽게 포기하고 상대는 쉽게 미워한다. 그러나 너와 나, 우리가 모두 공통으로 가졌음을 인식하면 인식할수록 마음은 비교적 넓어진다. 여전히 문제인 것은 맞지만 좀 더 이해를 하게도 되고 다른 해결책을 찾아보게도 된다.


어느 편을 선택하는 게 좋은지는 자명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