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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루 MuRu May 25. 2016

나쁜 성격은 없다, 서툰 주인이 있을 뿐

내 성격은 나의 강점이다

(이 글은, 이전에 올렸던 "자기 성격 뛰어 넘기 - 자기 성격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는 방법" 안의 일부 내용을 옮겨온 것입니다. 아래 글 부분 외에도 링크를 클릭하셔서 전문을 보시면 더 좋습니다.)



- 성격의 주인되기


성격은 ‘나’가 아니다. 많은 경우 자신의 성격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인 양 여기고 만다. 타인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반복해서 말하지만 기질이나 성격은 내가 사용하는 ‘도구’ 일뿐이다.


이렇게 자기 성격을 사용하며 살지, 그에 매몰되어 살지는 ‘나를 넘어서느냐 마느냐’가 결정한다.


말이 거창하지만 복잡하거나 대단하거나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에 나에게 가해진 어떠한 한정으로도 나를 제한하거나 가두지 않는 것’이다. 나 자신이든 타인이든 나에게 대해 정의하거나 단정할 때가 있을 텐데, 그 내용들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한 가지 ‘정보’로는 이용할지언정 ‘나의 전부’ 혹은 ‘절대 사실’로 여기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나란 존재는 어떠한 한정, 제한으로도 묶을 수 없으며, 그런 것 없이도 항상 지금처럼 당당하고 여여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것이다.     


이렇게 나를 넘어설 때 우리의 고유한 기질은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가?


설명의 편의를 위해 DISC(디스크) 성격 시스템의 4가지 기질론을 가져와보자

(주: 이 글에서 디스크 시스템을 이용한 것 편의상이다. 다른 성격 시스템이나 심리분석보다 더 우선시 하거나 중요해서가 아님을 밝힌다. 시중과 학계의 다른 성격 이론이나 유형 시스템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기질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음을 유의하자)


DISC의 각 글자는 ‘주도형(Dominance), 사교형(Influence), 안정형(Steadiness), 신중형(Conscientiousness)’의 4가지 성격을 가리킨다. 나를 넘어서기 전과 넘어선 후에 똑같은 성격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자.      


주도형(D)인 경우, 나를 넘어서기 전에는 주도적인 성격을 나의 전부로 여기고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여기므로 ‘모든 상황’을 주도하고자 한다. 내가 옳든 그르든 상관없다. 누군가를 따르는 건 용납되지 않으며, 그런 상황에 적응하지도 못한다. 다른 이들이 주도하면 왠지 틀릴 것 같고 잘못될 것 같아 안심이 안 된다.

그러나 나를 넘어선 후에는 주도하는 기질이 내 전부가 아님을 안다. 필요할 때 주도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주도하지 않는다. 일단 주도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만 이것은 단지 나의 ‘기질적 반응’ 일뿐임을 눈치채고 멈출 수 있다. 주도하지 못해 불편하거나 불안하더라도, 이것 역시 나의 기질적 자동반응일 뿐임을 알기에 그 이상의 반응은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주도적 기질’을 적절히 사용할 때와 아닐 때를 더 잘 구분하고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사교형(I)은 ‘표현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내가 느끼는 것, 말하고 싶은 것, 행동하고 싶은 것을 다 해야 살아 있는 것 같고 직성이 풀린다. 그렇게 하는 게 옳다고 느낀다.

그러나 나를 넘어선 후에는 표현과 활동적인 성향도 단지 하나의 존재양태일 뿐임을 눈치 챈다. 물론 표현은 생명의 소리이며, 표현하지 않는 것보다 표현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 역시 적절한 때와 적절하지 않을 때를 구분한다. 그렇게 해서 좋은 표현과 아닌 표현을 구분한다. 표현 자체보다 그를 통한 효용성과 실효성,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또한 자신을 표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타인의 표현도 받을 줄 안다. ‘나’의 가치나 의미는 ‘나의 표현’과는 별개의 고유한 것임도 안다. 그래서 표현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도구로 사용할 줄 안다.


안정형(S)은 대개 우호적이고 평화적이고 순응하고자 한다. 평상시에는 문제 될 것 없는 성향이지만, 뭔가 상황을 주도하거나 주장해야 할 때에는 일이 진행되지 않거나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딴에는 조심한다고 했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남들이 비판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를 넘어선 후에는 안정형이 ‘단지 나의 기질일 뿐’ 임을 안다. 그래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상황을 주도하거나 표현해야 할 때는 그렇게 한다. 물론 본인의 마음은 편하지 않겠지만, 이 불편함은 단순한 느낌일 뿐 그 이상의 의미가 없음을 안다. 핵심은 상황을 어떻게 잘 풀어가고 관계를 어떻게 의미 있게 만드느냐이지, 우호적 상황을 좋아하는 나의 기질이 아님을 안다. 그러한 우호적 관계나 상황이 항상 좋거나 바람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신중형(C)은 ‘분석형’이라 할 수도 있다. 매사에 신중하며 모든 것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어야만 한다. 주말 놀이를 갈 때에도 준비물과 스케줄을 완벽하게 짜 놓아야 한다. 추상적이거나 어정쩡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언제나 답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으며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 정형화되고 정확하고 세밀하게 구성되지 않거나 준비되지 않은 것들은 모두 틀렸거나 가짜다. 문제는 불필요한 경우에도 이를 고수하는 것이다.

나를 넘어선 후에는 ‘완벽함’이란 하나의 설정임을 안다. 본래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와 ‘효용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안다. 자신의 기질은 그런 것이 필요할 때 쓸모 있는 하나의 도구임을 안다. 필요할 때에는 자신의 기질을 발휘해 세밀히 따지고, 구성하고, 쌓아 올리지만 필요 없을 때에는 엄밀한 단계나 순서를 무시할 줄도 안다. 비록 그렇게 하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단지 내 마음의 자동반응일 뿐 실제와는 상관없음을 안다.      


우리의 목표는, 내가 어떤 기질과 성격을 가졌는지를 잘 알고 또 그 장단점들을 잘 파악해서 장점과 강점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최종 목표로 삼을 것은, 기질과 성격 그 자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넘어 내가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넘어서’ 나와 기질 모두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나를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성격과 기질을 정복하는, 넘어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어떤 거창한 행위를 해야만 이렇게 변화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내 성격은 내 강점이다. 내 성격을 자원으로 삼아서 그 자체가 장점으로 발휘되도록 바꾸어가면 된다. 그게 곧 나를 넘어서는 것이다. 그러므로 변화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나 스스로 변화해버리자. 변화하도록 노력하지 말고 변화를 선택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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